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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Rosso-에쿠니 가오리
Blu-츠지 히토나리
처음엔 두 작가가 하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는 독특한 수법에 관심이 갔다. Rosso부터 읽고 Blue를 읽었다. 두 남녀 쥰세이와 아오이의 젊은 날의 사랑, 이별과 과거를 묻은 현재.
이탈리아 피렌체, 밀라노와 일본의 도쿄를 배경으로 그들의 일상과 사랑과 추억이 고요히 흐른다. 두 남녀는 서로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았고, 위로를 얻었다. 불미한 사건으로 이별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묻은 채 8년이라는 현실을 살아낸다. 현실에 섞여 과거의 아픔을 잊어가려 한다. 그럴 수 있을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러한 일상 속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면의 소리를, 갈망의 소리를 듣게된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서로의 존재는 흐리게, 여유있게 돌아다 볼 수 있는 추억이 이미 아니었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존재의 밑바닥을 흔들만한 서로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여기서 피렌체의 두오모라는 만남의 장소가 세월을 이기며 희망으로 찾아든다. 재회는 이뤄지고, 예상밖의 재회에 안정과 불안, 행복과
두려움이 동시에 그들에게 스민다. 3일간의 재회 후 아오이는 현실로 발걸음한다. 쥰세이 역시 냉.정.을 인정하지만 서랍 속 과거가 산산이 부숴진 지금, 짊어질 현재의 자아를 찾는다. 아오이였다. 그녀를 뒤쫓는다. 가슴 속 움트는 새로운 열정의 미명을 기대하면서...
소설을 읽으며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긴다는 것이 사랑하는 이를(사랑했던 이가 아닌) 잊는 방법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사랑했지만 시간과 각자 다른 삶을 타며 잊었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독하리만큼 깊었던 그들의 사랑이 과거의 그림자를 뒤쫓아 현재에 달하고, 서로의 존재를 비춰준다.
내일을 말해줄 수 있다고 믿게되리만큼 아름답게 깊어간 두 사람의 사랑이 인상에 남는다. Blu를 통해 쥰세이를, Rosso를 통해 아오이를 알아간다. 독특한 구성, 그리고 내용에서 보이는 두 사람간 사랑의 특성(표현이 맞을지). 사랑은 둘이서 하는 것. 그리고 사랑을 통해 혼자서는 불완전함을 깨닫게된다. 그러나 만남과 공유를 통해 그 완전의 빛의 눈부심 또한 큰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과거의 그늘을 찢으며 지독하리만큼 끈질기게 아오이와 쥰세이를 뒤쫓은 열.정.은 이제는 봄날의 푸르름을 감싸는 따스한 햇살처럼 그들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