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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두번 울지 않는다
시드니 셀던 지음 / 북앳북스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남자는 여자에게 "우린 정 때문에 만나는 것 같아. 그러니까 헤어지는게 맞아." 라고 말했고,
여자는 남자에게 "우린 정 때문에라도 계속 만나는게 맞아." 라고 말했다.
그렇게 여자가 붙잡기를 여러번, 결국 그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이미 둘 다 많이 지쳐있었고, 여자는 이 헤어짐에 제 3자가 개입한게 아니라 그 둘의 문제라 생각하며 애써 마지막까지 좋은 말을 건네며 헤어졌다.
"그동안 고마웠고, 앞으로 항상 응원할게." 와 같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둘의 헤어짐에 이미 제 3자가 개입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자는 그렇게 정신을 놓아버렸다.
더이상 먹을 수 없었고, 태연할 수 없었고, 눈물이 흘렀고, 잠이 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한테 남자에 대한 욕도 해보고, 남자한테 어떻게 니가 그럴 수 있냐며 욕도 해보고, 매일 술도 마셔보았다.
그렇게 여자한테 남게된 건 바짝 말라버린 몸과 새롭게 다가오는 남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사람들에게 느끼는 거리감 이었다.

그렇다. 저 부끄러운 이야기는 내가 겪었던 지우고 싶은 기억이었다.
지금은 애써 생각해내려고 하지 않으면 생각조차 나지 않는 일이지만 당시엔 많이 힘들었고, 주위에 동생, 친구, 언니들한테선 제발 밥 좀 먹고다니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야했을 정도였다. 난 내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 사람에게 최고의 복수인 줄로만 알았다. 미련하게도.
도서관에서 시드니 셀던의 《여자는 두 번 울지 않는다》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던 건 내가 미련하게 대처했던 일을 이 여자가 얼마나 멋지게 해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레슬리 스튜어트와 올리버 러셀은 행복했고, 그 누구도 끼어들 공간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권력에 욕심이 많은 올리버 러셀은 자신에게 권력을 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고 결혼식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예비신부 레슬리를 버리고 그 여자와 결혼을 했다.
레슬리가 복수를 꿈꾸며 한 단계, 한 단계 실행해나가는 것 까진 좋았다. 스릴있었고,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된 올리버 러셀을 어떻게 무너뜨리게 될까 손에 땀을 쥐게했다. 그 와중에 의문의 살인사건까지 계속해서 등장해주니, 이건 내 개인적인 만족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추리소설로도 완벽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때쯤, 실망감이 온 몸을 덮쳐왔고, 작가가 미웠다. 사랑에 상처를 받았으면 마지막엔 웃게 해줘야하는거잖아. 왜 이 여자를 다시 우습게 만드는거야?
시드니 셀던이 헤어진 남자에 대해 복수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 된 일이다. 아예 잊고 시작했으면 두 번 울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라는 걸 말하려는거였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통쾌한 복수를 바라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던 나는 그저 서운하고 또 서운했을 뿐이었다.
그래, 뭐 시간이 지나고보니 복수가 필요 없는 건 사실이더라. 시간이 약이고, 새로운 사랑이 약이니까. (그래도 이 여자를 우습게 만들 필요는 없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