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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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손님은 하루에 한 사람이 올까 말까. 주인은 기다림을 일이라 여겨 그 자리에서 책을 읽으며 오전 일곱 시부터 열한 시까지 손님을 기다리다가 점심시간에 잠깐 가게를 닫고요, 다시 오후 세 시부터 일곱 시까지 자리를 지킵니다.

벽시계가 여덟 번 울렸어요.

"안녕하세요."

아침 일찍부터 손님이네요. 손님은 빨간 가방을 등에 멘 여자아이예요. 가방에 달린 부적 방울이 딸랑딸랑 울립니다.

"어서 오세요."

주인은 웃는 얼굴로 손님을 반기며 방석을 권했어요.

여자아이는 선 채로 어깨에서 가방을 내리더니 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냅니다.

"이걸 보관해주세요."

주인은 종이를 받아 들고 손바닥으로 두 번 쓰다듬으며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한 후 여자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가키누마 나미요."

"가키누마 나미 양. 며칠 동안 보관해드릴까요?"

"일주일요."

"알겠습니다. 보관료는 하루 100엔이므로 700엔입니다."

여자아이는 가방에서 토끼 귀가 달린 분홍색 지갑을 꺼내 500엔 동전 하나와 100엔 동전 둘을 주인의 손 위에 올려놓았어요.

주인은 손가락으로 동전을 확인하고 말했어요.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찾으러 오셔도 돈은 돌려드리지 않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찾으러 오지 않으면 보관품은 제 것이 됩니다. 괜찮으신가요?"

여자아이는 "네"하고 대답하며 가방을 멨습니다.

"잘 다녀와요."

주인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고 한참 주저하다가,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인사하며 나갔습니다.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서서히 작아지더니 사라집니다. (p,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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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함을 이용해본게 언제더라, 

그러고보니 먼 곳으로 여행을 갔을때마다 숙소를 잡기 전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역이나 터미널에 있는 보관함을 찾는 일이었다. 평소에는 관심도 안가던 보관함이 양 손에 짐이 가득할때만 꽉 차있어 빈 보관함을 찾기가 힘들었던건지. 나에겐 보관함은 이처럼 무게를 덜어주고 편히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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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가능성을 위해서 주인은 여기에서 기다립니다. 

보관가게는 기다림이 일이니까요.

분명 이곳은 모두가 돌아올 장소입니다.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장소입니다. 

(p, 55)






여기 하루 100엔만 내면 어떤 물건이든 보관해주는 보관가게가 있다. 간판 대신 '사토(설탕)' 라는 둥글둥글한 히라가나 문자가 물들어있는 소박한 쪽빛 포렴이 달려있어 밖에서 보면 가정집인지 가게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안으로 들어서먼 약간 어둑한 마루 구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주인이 있는 곳, 정갈한 모습이지만 눈이 보이지않는 이 주인은 목소리로 찾아온 손님이 누구인지 알아채곤 그 손님이 내민 물건을 아무 이유도 묻지 않고 하루 100엔에 소중하게 보관을 해준다.


그 보관품들은 부모님께 숨기고 싶은 0점짜리 시험지일 수도 있고, 버리기는 쉽지 않지만 간직하기도 힘든 지나간 애인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일 수도 있고, 잠시 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싶은 물건일 수도 있다. 손님들은 자신이 간직해온 미련, 추억, 기쁨, 슬픔을 그 물건과 함께 보관가게에 보관한다. '보관기간이 지나도 찾으러오지 않으면 그 보관품은 돌려주지 않는다.' 라는 규칙 아래, 다시는 찾기 싫은 물건을 일부러 맡긴 채 영영 찾으러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보관가게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난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을 때 적었던 일기장을 맡겨두고 싶다. 다시 들춰보진 않지만 버릴 순 없고 가족에겐 보여주기 싫은 내 부끄러운 글들이 가득 담긴 일기장. 기간은 하루, 하루가 지나면 '찾으러 가기 귀찮아!' 라는 핑계를 대며 찾으러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날, 새벽엔 영화 심야식당을 보고 잠들었다. 

힘이 들때, 하루를 끝낸 고단한 시간에 찾아가서 내가 먹고싶은 음식을 주문하면 아무 말 없이 만들어주는 주인 아저씨가 있는 심야식당. 

하도 세상이 밀어내기만 해대서 한 곳에서 변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장소, 힘들때 언제든 찾아가면 마음을 달래주는 장소가 고픈 우리들에게 이런 책과 영화는 때로 큰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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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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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아주 많다. (p, 532)

_리안 모리아티, 《허즈번드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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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걸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 사람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취향은 어떠한지와 같은 사소한 사실들부터 그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간직하고 있던 그만의 비밀들까지도. 반면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의 깊숙한 곳까지 캐내려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그 사람에 대해 알게되는 게 더 행복한 일이라는걸 알아서이기도 하고, 나 몰래 숨겨둔 비밀을 혹은 거짓말을 알게될까 두려운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애초에 나와 그사람 사이에 비밀을 만들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한번 실망을 하면 계속해서 계속해서 단점만 눈에 밟히는 내 성격상, 만약 나 몰래 비밀을 만들었다면 들키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다. 평생. 













사랑하는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 완벽했던 세실리아의 삶은 완전히 뒤엉켜버리고 말았다. 어찌됐든 그 비밀을 알기 전까진 자신에겐 완벽한 남편이었고 아이들에겐 완벽한 아빠였다. 세실리아는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멋진 남자였고,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이 남모르게 몇십년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린 죗값을 받게 된 것이다.


'허즈번드 시크릿'에 관련된 인물들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주도한다. 비밀을 밝히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의 심리전,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신감, 서운함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게 옳을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심리까지. 어쩜 이렇게 사실적인지. 영화화된다면 배우들이 이 심리를 어떻게 표현해낼지, 배우들의 중압감이 엄청나겠다, 하고 느껴질만큼 멋진 소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더이상 그들 사이에 비밀은 없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알지 못했다. 서로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사실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사실을. 




결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비밀을 만들지 않았으면,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라면 이 소설의 세실리아처럼 평정심은 애초에 잃어버리고 불안감과 불신에 사로잡혀 평온했던 내 하루하루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게 뻔하므로. 믿음을 줄 때 그 믿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행동해주길. 물론 나도!! 


그리고 비밀을 만들게 된다면 절대 들키지 말아 줄 것, 내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지 않도록.     

 










아마도 언제나 가장 좋은 건 진실일 거야. (p, 262)



코너와의 섹스가 정말 근사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두 사람은 본질적으로 서로에게 낯선 존재였다. 그것이 코너의 '다른 점' 이었다. 그 다름 덕분에 상대방의 모든 것, 즉 그들의 몸과 그들의 분위기, 그들의 감정을 훨씬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다. 논리엔 어긋나지만, 사람은 상대방을 알면 알수록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 사실이 쌓여가면서 그 사람을 규정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이다. 상대방의 취향을 분명하게 아는 것보다 그 사람이 컨트리음악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궁금해하는 게 훨씬 흥미롭다. (p, 516)



우리 인생이 어떤 길로 가게 될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그 편이 나을 것이다. 어떤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남는다. 그저 판도라에게 물어보자. (p,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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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겨요, 어느 날 - 사랑도, 일도, 행복도
이윤용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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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금 하는 사랑이 마지막이면 어쩌나 놓지 못하는 그대에게,

그때 놓친 기회가 끝이었음 어쩌나 자책하는 그대에게,

조금 살아보니 그냥저냥 다 괜찮더라고,

끝난 사랑이 신기하게 언젠가 새로 시작되기도 하고

지나쳐간 기회가 언젠가 비슷하게 다시 돌아오기도 하더라고,

이렇게 철없고 어수룩한 사람도 홀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그리고 그것은,

삶이 어떤 식으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


언젠가,

내 삶은 계속 어떤 식으로든 달라지고 있으니까

나 지금 그런대로 괜찮은거지…?

라고 물었더니,

나보다 10년쯤 더 오래 산 선배가 대답했다.

"야, 달라지지 않으면 또 어떠냐.

그냥 이대로 사는 것도 괜찮은 거야."


그래?

그렇다면 삶은,

이래도 저래도 다 괜찮은 건가 보다. 


-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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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겨요, 어느 날 : 사랑도, 일도, 행복도》라는 제목부터 쿨내를 풀풀 풍기는 이 책은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심심타파>, <친한 친구> 등의 작가였던 이윤용의 짤막한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아직까진 싱글보다 결혼을 장려하는 사회에서 40대 싱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세상에 쿨해지고 담대해진 그녀는 여전히 불안해하고 흔들리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출퇴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일의 유무도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디오 작가로 살아가면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불안했을 그녀, 쿨한 사람들을 보면 부정적인 쿨한 모습으로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녀는 유쾌한 쿨함을 가지고 있었다. 읽는 내내 이런 마음가짐을 어찌나 본받고 싶던지.





어제, 30대 싱글녀 라이프를 보여주고 있는 <유미의 방>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마침, 싱글녀인 유미와 결혼한 친구의 삶이 대비되어 보여지고 있었다. 능력있는 남편과 귀여운 아이까지 가진 30대가 되어 있는 친구(SNS의 행복해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실상은 많이 힘들어보였지만) 학창시절엔 비슷한 꿈을 꾸며 비슷한 생활을 했던 친구는 유미 자신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모든 말에 "결혼 해. 혼자 사는 여자는 수명도 짧다잖아.", "결혼 해. 남편이 사다 줘." 라면서 결혼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꼭 필요한 조건인 듯 말하던 그 친구. 유미가 이 책을 읽었다면 당황하지 않고 쿨하게 반박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어야 둘이 되었을 때도 행복하다.' 라는 말, 이 말에 깊게 공감하는 싱글녀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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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경험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나도 당해봤으니, 너도 당해봐라'와

'내가 당해봐서 아니까, 너한테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경험을 어느 쪽으로 활용하며 살고 있을까. -p, 37 (경험 활용 방법 中)



문득 생각했다.


나의 말년이 누군가에게 쓰레기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프리지어는 쓰레기가 되어 봉투에 담겼지만

나는 누군가의 마음에 담겼으면 한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 법이니까. -p, 43 (프리지아 쓰레기 中)



최고 좋을 때의 모습이 평상시 내 모습이라 믿고 사는 거,

그게 잘난 사람 많은 이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는

나만의 생존 방법이다. -p, 213 (1년에 딱 한 번 中)



앞으로 내가 안 좋은 일을 겪을 때

적어도 '쌤통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도록 잘 살아야겠다고.

고통받고 있는 나를 보고 '거참, 쌤통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고통받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일 테니까. -p, 243 (쌤통이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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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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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어른일까?"

티아 할머니는 조용히 되물었다.

"두려운 걸 아니까 어른이지. 진짜를 아니까."

나는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누구나 두렵단다. 홀로 감정 앞에 선다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봐 두렵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까 봐 두렵고. 하지만 그걸 다 알면서 우리는 그 감정을 건너가야 해."

티아 할머니의 눈은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저는 늘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요. 아직 내가 강렬하게 원하는 것도 모르겠고, 결혼도 하지 않았어요. 건너야 할 감정은 너무나 많지요. 과연 건널 수 있을지, 마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에요."

"부족함이 아니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움이지. 사물도 사람도 늘 거리를 두고 아끼되 지배당하지 않아야 해요. 사람이니까 자꾸 곁을 보고, 나와 삶의 키를 비교해보고, 겉으로는 괜찮다 말하지만 가끔 마음에 무거운 추를 매달지. 그런 날이면 한없이 가라앉아요. 그래도 다음 날 아침, 회사에 가고 일을 하잖아. 햇빛 아래 나가면 절반 이상은 잊어버린다고……. 그러면 또 그만큼 건너가고 있다는 뜻이지."

"할머니, 나는 잘 건너가고 있는 건가요?"

"모르지, 그건. 하지만 믿고 가는 거야. 그게 다야." -p, 23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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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위한 드레스를 고르고 들러리 파티를 할 수 있는 장소인 티아 하우스, 미혼과 결혼의 가운데에 놓여 있는 다리와 같은 곳. 이 곳의 주인인 티아 할머니가 신부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준비한 모임인 '브릿지 타임'에서 그녀들이 나눈 이야기를 담아놓은 책.


아직 머나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결혼'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읽는 속도가 더뎠고, 자꾸만 내가 책에서 겉도는 느낌이 들어 이 책을 끝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내가 책을 읽으며 좋아하는 행위인 '공감되는 글귀에 포스트잇 붙이기'의 결과로 덕지덕지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보자니 신기할 따름이고, 공감했던 글귀를 옮겨 적어보니 결혼과 가까운 나이인 언니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여러 주옥같은 멘트들을 옆에서 야금야금 주워들은 것 같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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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읽어보고 정말 괜찮았다며 빌려주었던 《네이키드 소울》에 쓰여있었던 글이 서영아 님의 글이었다니, 어쩐지 분위기가 비슷하다 했었다. 지금은 절판되어 쉽게 구할 수 없게 되었지만 다행히 난 글귀를 정리해두었었지.



▼ 《네이키드 소울》서평, http://blog.naver.com/se_eun92/22002414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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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처럼 한 번의 브릿지 타임에서 나눈 하나의 주제들에 대해 찬찬히 들려주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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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브릿지 타임에선 한 명씩 자신의 이야기를 대표로 들려주고 있었다. 이들은 도보 여행자부터 건축가, 요리사, 성우, 편집자, 블로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관점을 가진 언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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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티아 할머니가 적어두었다는 티아 할머니의 노트를 볼 수 있었는데, 만약 존재한다면 티아 할머니의 노트 전체를 가져와 읽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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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만 해도 내가 가는 결혼식들은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부모님이 아는 사람이거나 친척들의 결혼식이었는데 어느새 내가 사회에서 알게된 언니, 오빠들의 결혼식 청첩장을 받기도 하고 결혼식 하객 복장에 대해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아직 주인공이 아닌 하객이지만. 내가 주인공이 아닌 결혼식이어도 결혼식장에 가면 눈물이 핑 도는걸 보니 '결혼'이라는 의식 자체가 참, 가벼이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닌 듯 하다. 5월에 결혼을 한 언니, 오빠가 얼마 전 임신을 했다며 임신 소식을 SNS를 통해 알렸는데 그걸 보고 엄마한테 이런 말을 했다. "그냥 나한테는 언니, 오빠였는데 어느새 부부가 되고, 어느새 엄마, 아빠가 되어버렸어. 뭔가 신기해."


언젠가 내가 결혼이라는 단어와 더 가까워지는 날이 오면 그때 아래에 정리해 둔 글귀들을 한 번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그때 나에게 이런 대화를 나눌 친구, 동생, 언니들이 있다면 더 좋겠고. 티아 하우스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더더욱 좋겠지?





   




당신이 시간을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 느리고 빠름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요. 좋은 시간을 늘려 쓰고, 힘든 시간을 건너는 방법을 연구하세요. 몸과 정신이 시들지 않도록 시간의 중심에 두 발을 굳건하게 세워요. 마흔 이후의 삶은 새로운 여자로서 살아가는 기회가 될 거예요. 마치 여행처럼 말이죠. 여행의 지도에 필요한 것은 직접 걷고, 사랑하고, 경험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게 다예요. 견디지 말고 경험해요. 시간을 견디면 온몸이 아파요. 근육이 뭉쳐요. 힘든 시간은 리듬을 타야 해요. 그리고 누군가와 그 시간을 나누어 쓰는 지혜를 가져야 해요. 씨앗을 심으면서 비와 바람을 피하려 하지 않는 농부의 시간을 생각해봐요. 재미있는 놀이에 빠져 있는 아이의 시간에 들어가려면 내가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봐야 하지요. 귀찮고 괴롭고 아픈 시간은 벼랑 끝에 나를 세우는 시간이에요. 단단하고 멋진 여자가 되기 위해 나를 단련하는 시간이죠. 반드시 보상이 돌아올 시간이라는 믿음을 가지면 돼요. 조금은 아이처럼 단순해질 필요가 있어요. 내가 이 시간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근사한 세계의 문을 열기 위해 이 길을 건너고 있다고 믿어보는 거예요. 그러려면 과정 자체를 새롭게 배워야 해요. 시간을 나누어 쓴다는 건 서로 동등해진다는 겁니다. 처음 결혼을 시작하는 두 남녀도 그렇지요. 그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만나는 그 순간, 우리는 새로운 시간의 리듬을 만들어내지요. 새로운 개념의 시간이 창조되는 거예요. 낯선 여행자들처럼 다음에는 무슨 재미있는 일이 올까 기대하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해요. 그렇게 웅크리고 있지 말고. 그럼 돼요. 마음이 시작되면 몸은 좋은 방향으로 따라갈 거예요. -p, 38



어떤 여자들은 질문 때문에 반짝임을 잃게 되기도 해. -p, 51



삶에 영감을 주는 경험들은 우리를 깨어 있도록 해주죠. 힘든 순간에도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고요. 사람마다 반짝이는 순간은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말이에요. 과정이 중요한 사람도 있고, 결과에 짜릿한 사람도 있고,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사람도 있죠. 하지만 내 마음의 자리가 그곳에 없으면 그건 가짜예요. 무리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의 시선, 세상의 평가가 중요해지면 진짜 나는 점점 빛을 잃어가는 거예요. 곳곳에 내 자리를 많이 만들어놓으세요. 자리라는 말은 내가 앉아 있는 곳, 속해 있는 그곳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답니다. 내가 보는 풍경, 내 마음이 차지하는 공간까지 모두 속합니다. -p, 53~54



너는 좀 단단해져야 했기에 지금 외롭고 쓰리고 아픈 건지도 모른다. -p, 109



책 한 권과 한 사람의 인생이 이어진다면 내 인생은 어떤 책에 가까울까. 나는 정말 심심한 책 한 권을 쓰고 있다. -p, 140



사랑은 우주적 테마라서 우리를 몽상에 잠기게 한다. 참으로 기묘한 경험이다. -p, 147~148



인생에서 매듭을 잘 짓는다면 다음 단계로 건너갈 수 있는 힘을 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매듭에는 끝을 위한 매듭과 관계를 더 견고히 잇기 위한 매듭이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머리를 땋아주던 엄마의 손길을 기억합니다. 그때 매듭을 짓는 엄마의 손길과 눈길을 떠올려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대하는 마음, 그것이었겠지요. 매듭은 시작할 때와 끝낼 때 모두 중요합니다. 인연도 그래요. 한 시절을 매듭지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 끝이라는 것을 알 때가 오죠. 회사를 옮겨야 할 때, 결별이나 죽음 등으로 매듭지어지는 인연의 끝도 있습니다. 여기, 지난 사랑을 봉하여 작은 상자에 가두었습니다.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상처를 닫았습니다. 멈추어야 할 순간은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닙니다. 인연이 다했을 때 우리는 수많은 사인을 받게 됩니다. 울리지 않는 전화, 미뤄지는 약속들, 침묵 같은 것들. 식어가는 마음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가장 불행한 것은 그 시기가 두 사람에게 다르게 다가온다는 거죠. 어느 날 더 이상 설레지 않을 때, 도망갈 핑계를 찾습니다. 그리고 언제 그 마음을 영원히 닫을지 시기를 볼 뿐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먼저 돌아설 때,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까 잠깐쯤은 생각합니다. 그것이 사랑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들은 갑자기 연락을 끊고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굴지는 않습니다. 그가 스스로 알아채기를 기다려줍니다. 가끔은 그게 더 큰 상처가 된다는 걸 모르고 말이죠. 저는 헤어질 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혹한 시간이니까요. 마음이 식어버린 사람의 상자는 이미 닫혔습니다. 그리고 온갖 신호로 '안녕'이라고 말합니다. 가장 아픈 것은 아직도 사랑이 남은 한 사람이 자신의 연애 상자를 닫을 때입니다. 그 상자 속에는 의미 있는 이야깃거리가 수없이 들어갈 것입니다. 아주 사소한 기록들에도 추억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무척이나 사랑스럽던 추억들, 작은 메모와 사진들, 선물들. 한동안 심장 깊숙이 그 상자를 간직합니다. 거리를 지나다 비슷한 사람을 만나도, 함께 듣던 음악을 듣다가도 상자의 뚜껑이 들썩들썩합니다. 그런 날이면 가슴이 아파지고 눈이 뜨거워져 견디기가 힘들겁니다. 그들의 상자는 술을 마시거나, 계절이 바뀔 때 또다시 들썩거려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걸고 싶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에게도 시간은 흘러갑니다.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나고, 웃게도 되고, 울게도 되고, 여러번의 가을과 겨울을 건너 아름다운 봄날이 오면 그때 상자를 한번 꺼내봅니다. 꽁꽁 묶어두었던 마음이 풍선처럼 하늘로 날아가죠.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에요. 그때 한 번 손을 흔들어줍니다. 안녕…… 잘 가라. 한때 진짜 좋아했었다. 마음 한편이 짠하지만 그리운 건 그때 한 사람을 향해 달려갔던 마음일 겁니다. 이제 그 마음을 풀어줍니다. 그렇게 한 시절이 고요히 문을 닫죠. 그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진짜 삶으로 돌아섭니다. 우리에게는 숨겨진 상자가 몇 있을 것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상자를 열어야 합니다. 끝과 직면해야 합니다. 완전히 떠나보내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또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때가 되었을 때 좋은 마무리를 하는 것이 다음 단계로 건너가는 데 정말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매듭을 잘 짓는 사람만이 그 기억을 추억으로 간직할 자격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p, 161~163



청춘은 그렇게 천방지축 부딪히다가 어느 날 닻을 내린다. 쓸쓸해져서, 혹은 시간이 다 되어서. 그리고 평화를 꿈꾼다. 폭풍 같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열정과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p, 169



우리는 가끔 인생의 가벼움을 위해 정답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더 무거워지고 만다. -p, 207



그러니까 여자들에게는 고양이의 시절과 강아지의 시절이 있다니까. 고양이의 시절은 탐색과 고독과 예술가의 삶이야. 강아지의 시절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관계 속에서 평온을 찾는 삶이지. 나는 여자들이 고양이의 시절과 강아지의 시절을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p, 230



"무엇이 어른일까?"

티아 할머니는 조용히 되물었다.

"두려운 걸 아니까 어른이지. 진짜를 아니까."

나는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누구나 두렵단다. 홀로 감정 앞에 선다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봐 두렵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까 봐 두렵고. 하지만 그걸 다 알면서 우리는 그 감정을 건너가야 해."

티아 할머니의 눈은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저는 늘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요. 아직 내가 강렬하게 원하는 것도 모르겠고, 결혼도 하지 않았어요. 건너야 할 감정은 너무나 많지요. 과연 건널 수 있을지, 마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에요."

"부족함이 아니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움이지. 사물도 사람도 늘 거리를 두고 아끼되 지배당하지 않아야 해요. 사람이니까 자꾸 곁을 보고, 나와 삶의 키를 비교해보고, 겉으로는 괜찮다 말하지만 가끔 마음에 무거운 추를 매달지. 그런 날이면 한없이 가라앉아요. 그래도 다음 날 아침, 회사에 가고 일을 하잖아. 햇빛 아래 나가면 절반 이상은 잊어버린다고……. 그러면 또 그만큼 건너가고 있다는 뜻이지."

"할머니, 나는 잘 건너가고 있는 건가요?"

"모르지, 그건. 하지만 믿고 가는 거야. 그게 다야." -p, 23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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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에 있어 의미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내가 그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있다. 내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밖에 없다. -p, 316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책은 제목 덕을 참 많이 본 책이라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용기를 내야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제는 미움을 받는 일까지 용기를 내야한다니, 세상에나!' 하면서도 우린 모두에게 예쁨받고 인정받고 싶은 어찌보면 한없이 여린 사람들이기에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게 아니었을까 싶다.


고맙게도 난 이 책을 친구로부터 건네받았다. 고등학생때 알게되어 그땐 딱 붙어 떨어질줄 모르던 우리였는데 요즘은 각자 자기 일로 바빠 여러 계절이 지나고나서야 오랜만에 만난 날이었다. 친구가 책을 좋아하는 걸 알기에 내가 읽고 괜찮았던 책들을 바리바리 챙겨갔고, 내가 책을 건네주자 그 친구도 이 책을 건네주었다. "내가 밑줄그어놨는데 괜찮아?" 하며 세심한 배려의 말과 함께. 책에 밑줄을 긋거나 접는걸 싫어하는 나였는데, 친구가 빨간 볼펜으로 그어놓은 밑줄은 읽는 내내 기분 좋게 다가왔다. '난 이 부분이 괜찮았는데, 넌?' 하면서 옆에서 재잘대는 느낌이었달까.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학설인 '개인심리학'을 청년과 철학자가 나누는 대화로 알기 쉽게 풀어쓴 글인데, 제목인 '미움받을 용기'는 이 학설의 내용 중 요즘 우리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을 겨냥한 듯 하고 무엇보다 난 '행복해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라는 글을 보고 머리가 뎅- 했다. 우리는 과거에 겪었던 큰 일, 그 큰 일에 대해 우리가 '트라우마'라고 이름 붙여놓고 그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 이렇게 행복하지 않은거야. 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행복해질 용기가 없기 때문에 그 트라우마를 도피처로 삼고 있다는 식의 글을 읽고 내가 트라우마라고 여겼던 것들을 하나씩 지워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받은 날도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무엇보다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취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나 혼자 뒤쳐지는게 아닐까 두려움이 가득해 '누구 어디 취업했대!'라는 말에도 축하와 기쁨의 감정보단 질투와 부러움, 나 자신에 대한 무능력함이 앞선다는 이야기들.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 때문에 더 부풀려져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적절한 시기에 읽게되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어 고맙다.         









아들러의 목적론은 "지금까지의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앞으로의 인생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라고 말해주는거지.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 여기' 를 사는 자네라고 말일세. -p, 67~68



자신의 불행을 '특별'하기 위한 무기로 휘두르는 한 그 사람은 영원히 불행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네. -p, 103



유대교 교리를 보면 이런 말이 있네. "내가 나를 위해 내 인생을 살지 않으면, 대체 누가 나를 위해 살아준단 말인가?" 자네는 자네만의 인생을 살고 있어. 누구를 위해 사느냐고 하면 당연히 자네를 위해 살아야겠지. 만약 자네가 자네를 위해 살지 못한다면 대체 누가 자네의 인생을 살아준다는 말인가? 우리는 궁극적으로 '나'를 생각하며 사는 거라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 이유가 없지. -p, 154~155



공부하는 것은 아이의 과제일세. 거기에 대고 부모가 "공부해" 라고 명령하는 것은 타인의 과제에, 비유하자면 흙투성이 발을 들이미는 행위일세. 그러면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되지. 우리는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 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할 필요가 있네.


모든 인간관계의 트러블은 대부분 타인의 과제에 함부로 침범하는 것―혹은 자신의 과제에 함부로 침범해 들어오는 것―에 의해 발생한다네. 과제를 분리할 수 있게 되면 인간관계가 급격히 달라질 걸세.


누구의 과제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네. '그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만약 아이가 '공부하지 않는다' 라는 선택을 했을 때 그 결정이 가져올 결과―이를테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지망하는 학교에 불합격하는 등―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은 부모가 아니야. 아이란 말이지. 즉 공부는 아이의 과제일세. 


세상 부모들은 흔히 "너를 위해서야" 라고 말하지. 하지만 부모들은 명백히 자신의 목적―세상의 이목이나 체면일지도 모르고, 지배욕일지도 모르지―을 만족시키기 위해 행동한다네. 즉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이고, 그 기만을 알아차렸기에 아이가 반발하는 걸세.


여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네. 아들러 심리학은 방임주의를 권하는 게 아닐세. 방임이란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태도라네. 그게 아니라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지켜보는 것. 공부에 관해 말하자면, 그것이 본인의 과제라는 것을 알리고, 만약 본인이 공부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사를 전하는 걸세. 단 아이의 과제에는 함부로 침범하지 말아야 하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 


물론 곁에서 최선을 다해 돕기는 하지. 하지만 끝까지 개입하지는 않아. 어느 나라에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네. 아들러 심리학에서 하는 상담, 혹은 타인에 대한 지원 전반이 그런 입장에 있다고 생각하게. 본인의 의향을 무시하고 '변하는 것'을 강요해봤자 나중에 반발심만 커질 뿐이지.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네. -p, 160~163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는 것과 타인의 과제를 떠안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무겁게 짓누른다네. 만약 인생에 고민과 괴로움이 있다면―그 고민은 인간관계에 있으니― 먼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는 내 과제가 아니다" 라고 경계선을 정하게. 그리고 타인의 과제는 버리게. 그것이 인생의 짐을 덜고 인생을 단순하게 만드는 첫걸음일세. -p, 166~167



자신의 삶에 대해 자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믿는 최선의 길을 선택하는 것', 그뿐이야. 그 선택에 타인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 하는 것은 타인의 과제이고, 자네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일세. -p, 168



유대교 교리 중에 이런 말이 있네.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 중 한 사람은 반드시 당신을 비판한다. 당신을 싫어하고, 당신 역시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열 명 중 두 사람은 당신과 서로 모든 것을 받아주는 더없는 벗이 된다. 남은 일곱 명은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이다." 이때 나를 싫어하는 한 명에게 주목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사랑해주는 두 사람에게 집중할 것인가, 혹은 남은 일곱 사람에게 주목할 것인가? 그게 관건이야. -p, 280



분필로 그어진 실선을 확대경으로 보면, 선이라고 여겨진 것이 실은 연속된 작은 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선처럼 보이는 삶은 점의 연속, 다시 말해 인생이란 찰나(순간)의 연속이라네.


그래. '지금'이라는 찰나의 연속이지.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아갈 수밖에 없어. 우리의 삶이란 찰나 안에서만 존재한다네. -p, 301



이렇게 생각해보게. 인생이란 지금 이 찰나를 뱅글뱅글 춤추듯이 사는, 찰나의 연속이라고. 그러다 문득 주위를 돌아봤을 때 "여기까지 왔다니!" 하고 깨닫게 될 걸세. -p, 302~303



자네가 극장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게. 그때 극장 전체에 불이 켜져 있으면 객석 구석구석까지 잘 보일 거야. 하지만 자네에게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 바로 앞줄조차 보이지 않게 돼.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라네. 인생 전체에 흐릿한 빛을 비추면 과거와 미래가 보이겠지. 아니,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 하지만 '지금, 여기'에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 과거도 미래도 보이지 않게 되네.


우리는 좀 더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아야하네. 과거가 보이는 것 같고, 미래가 예측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자네가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지 않고 희미한 빛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일세. 인생은 찰나의 연속이며,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아. 자네는 과거와 미래를 봄으로써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려하고 있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든지 간에 자네의 '지금, 여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미래가 어떻게 되든 간에 '지금, 여기'에서 생각할 문제는 아니지.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고 있다면 그런 말은 나오지 않을 걸세. -p, 307~308



인생에 있어 의미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내가 그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있다. 내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밖에 없다. -p,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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