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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인생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아주 많다. (p, 532)
_리안 모리아티, 《허즈번드 시크릿》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걸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 사람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취향은 어떠한지와 같은 사소한 사실들부터 그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간직하고 있던 그만의 비밀들까지도. 반면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의 깊숙한 곳까지 캐내려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그 사람에 대해 알게되는 게 더 행복한 일이라는걸 알아서이기도 하고, 나 몰래 숨겨둔 비밀을 혹은 거짓말을 알게될까 두려운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애초에 나와 그사람 사이에 비밀을 만들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한번 실망을 하면 계속해서 계속해서 단점만 눈에 밟히는 내 성격상, 만약 나 몰래 비밀을 만들었다면 들키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다. 평생.
사랑하는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 완벽했던 세실리아의 삶은 완전히 뒤엉켜버리고 말았다. 어찌됐든 그 비밀을 알기 전까진 자신에겐 완벽한 남편이었고 아이들에겐 완벽한 아빠였다. 세실리아는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멋진 남자였고,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이 남모르게 몇십년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린 죗값을 받게 된 것이다.
'허즈번드 시크릿'에 관련된 인물들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주도한다. 비밀을 밝히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의 심리전,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신감, 서운함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게 옳을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심리까지. 어쩜 이렇게 사실적인지. 영화화된다면 배우들이 이 심리를 어떻게 표현해낼지, 배우들의 중압감이 엄청나겠다, 하고 느껴질만큼 멋진 소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더이상 그들 사이에 비밀은 없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알지 못했다. 서로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사실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사실을.
결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비밀을 만들지 않았으면,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라면 이 소설의 세실리아처럼 평정심은 애초에 잃어버리고 불안감과 불신에 사로잡혀 평온했던 내 하루하루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게 뻔하므로. 믿음을 줄 때 그 믿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행동해주길. 물론 나도!!
그리고 비밀을 만들게 된다면 절대 들키지 말아 줄 것, 내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지 않도록.
아마도 언제나 가장 좋은 건 진실일 거야. (p, 262)
코너와의 섹스가 정말 근사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두 사람은 본질적으로 서로에게 낯선 존재였다. 그것이 코너의 '다른 점' 이었다. 그 다름 덕분에 상대방의 모든 것, 즉 그들의 몸과 그들의 분위기, 그들의 감정을 훨씬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다. 논리엔 어긋나지만, 사람은 상대방을 알면 알수록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 사실이 쌓여가면서 그 사람을 규정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이다. 상대방의 취향을 분명하게 아는 것보다 그 사람이 컨트리음악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궁금해하는 게 훨씬 흥미롭다. (p, 516)
우리 인생이 어떤 길로 가게 될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그 편이 나을 것이다. 어떤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남는다. 그저 판도라에게 물어보자. (p, 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