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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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에 빠지게 된 계기가 이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소설이었는데, 중학생 때 읽었던 소설이어서인지 블로그에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없더라구요. 그렇습니다. 제가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중 처음으로 읽게 된 작품이에요.


언니가 셋인 친구가 있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들이라 성숙했던 친구. 아오이 유우와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했던 친구. 어떤 분위기었는지 아시겠지요? 생각해보면 지금의 전 그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 친구랑 하루의 대부분을 붙어다니면서 '나도 아오이 유우 좋아! 에쿠니 가오리 좋아!' 라고 말하고 다녔으니. 그 친구가 처음으로 저한테 빌려준 책이 이 책이었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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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있어요. 얼마나 읽었는지 다 외워버린 부분. 


무츠키는 잠들기 전에 별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양쪽 다 시력이 1.5인 것은 그 습관 덕분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나도 따라서 베란다에 나가기는 하는데, 별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아니다.

별을 바라보는 무츠키의 옆얼굴을 보기 위해서다.

무츠키는 짧은 속눈썹이 가지런하고 얼굴이 예쁘장하다. (p, 11)


바로 이 책이 시작하는 부분이죠. 



호모인 남편(심지어 애인도 있는)과 알콜중독자인 아내. 자신들이 둘러놓은 울타리 안에서, 상대의 허물을 이해해주며 결혼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모습을 중학생 땐 어떻게 이해하고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에게 매료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보다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니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제목이 이해가 되었달까요.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고, 그만큼 정의내리기 쉽지 않은 것도 '사랑'이라는 단어.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의 두 주인공인 무츠키와 쇼코를 보고 있자면, 바로 이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이 아닐까, 이들처럼 상대의 허물을 인정하고 이해해줄때, 비로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을 할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좋으네요.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좀처럼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힘들어요. 새로운 책을 읽기도 힘들구요. 

그래서 시원한 음료수 따라놓고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꺼내서 여유롭게 훑고있어요. 다음엔 어떤 책을 다시 읽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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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
남인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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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중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방학하고 나서는 귀찮다는 핑계로 나 자신을 위해 예쁜 옷을 사거나 예쁜 신발을 산지 오래였다. 그만큼 나 자신에게 소홀했던 날들이었고 그만큼 나에 대한 사랑도 줄어만 갔다.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고 가꿀때 빛이 나는 법인데 그러질 못했으니, '그동안 움직이질 않아서 그런지 살이 쪘네. 나가기 싫어. 살 좀 뺀 후에 나가야지.' 가 반복되고 빛을 잃어갔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의 '나를 사랑하는 법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 라는 글귀가 눈에 밟혔고 택배로 받아본 즉시 정신없이 읽기 시작한게.



비싼 가격의 명품 구두가 주인공인 책. 이 화려한 구두가 자기를 신는 여자들을 보며 깨닫게 된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육아에 지친 여자, 돈 때문에 삶을 잃어버린 여자,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여자(이 여자에 대한 글은 내 이야기인줄 알았다), 남편의 말만 따르다보니 자신의 의견을 잃어버린 여자,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어 갈팡질팡하는 여자 등 다양한 여자들은 한번씩 이 화려한 구두를 신고 나가는 기회를 통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아니면 모르채 살아가고 있었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어렸을 때의 나는 엄마의 화려한 뾰족구두를 신어보며 이런 예쁜 구두를 신은 커리어우먼이 되어 당당하게 거리를 걷는 어른이 되어있는 모습을 꿈꿨었다. 고등학생 때는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주인공 캐리처럼 예쁜 구두를 잔뜩 모으고, 마놀로블라닉 웨딩슈즈를 신는 모습을 꿈꿨었다. 그러나 24살인 지금의 난, 하이힐을 신어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편한 단화만 신고 다니는 여대생이 되어있다. 다행히도 요즘은 단화를 신고 다니는 여자들이 많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 꿈꿔왔던 모습과 현실이 달라 실망스러운건 사실.


책을 덮자마자 당장 예쁘게 화장을 하고 나가 나에게 어울리는 예쁜 구두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역시나 이런 마음과는 다르게 귀찮아서 인터넷 쇼핑몰을 뒤적이는걸로 끝냈지만, 언젠가 예쁜 구두를 나에게 선물한다면 이 구두는 나에 대해 '넌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일단 좀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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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가치를 찾으려면 먼저 자기 일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에서 풍요로움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 놓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안개 속에서 벗어나기.'
'사람은 행복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심으로 깨달을 때 행복해진다.'
'어느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결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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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발을 디디고 불꽃처럼 살아 보기.'
'자신이 다른 것을 포기하고라도 얻고 싶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욕망의 온전한 주인이 될 때 삶은 당신 편이 된다.'
'삶에 문제가 있는데 원인을 모르겠다면, 당신에게 용기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것.'


'모든 여자의 삶은 그대로가 아름답다. 그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여러 번 만나다 보면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만날수록 자꾸만 거슬리는 일이 생겨. 말로는 쉽게 결혼 얘기도 꺼내고 하지만 행동을 보면 나를 정말 좋아하긴 하는 건가 의문이 생길 때가 많아. 그 사람이 함량 미달인지, 내가 나이 들면서 까다로워진 건지 모르겠어."


그녀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에 대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그 남자가 좋은 남자인가 그렇지 않은가가 아니라 그녀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였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는 남자의 감정을 판단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을 쓰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니까 상대방의 조건과 감정 그리고 자신의 감정 사이에서 계산과 타협을 하려 드는 것이다. 그런 계산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반드시 꼬이기 마련이다. -p, 30



나는 전에 그녀를 보면서 인간은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할 때 지속적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순간의 합이 곧 인생 전체가 된다는 내 계산은 한참 잘못된 것이었다. 미래를 공유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은 공허하고 공허해서 아무리 더해도 그 합이 양수가 될 수 없었다. 


그녀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그들은 진짜 이별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전에도 여러 차례 헤어진 적이 있었지만 진짜로 헤어질 수는 없었다. 진짜 사랑을 전제한 만남이 아니었기에 이별도 매번 흐지부지되곤 했다. 깊지 않은 관계만큼이나 그들은 이별도 얄팍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그녀가 남자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기에 이별에도 무게를 더할 수 있었다. 늘 어딘가 희미했던 남자도 이번만큼은 '진짜'를 직감적으로 알아챈 듯했다. 남자와 완벽하게 헤어지고 나서 그녀는 꽤 오랫동안 몹시 앓았다. -p, 73~74



인간의 삶에 누구에게나 통하는 정답은 없지만 '자신만의 정답'은 필요한 것 같다. 그 정답을 보기 위해서는 자기 삶의 안개, 즉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모호함을 걷어 내야 한다. 그 본질의 실체가 아무리 추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라 해도 말이다. 비비안이 자신의 사랑을 분명하게 깨닫고 나서야 오히려 진짜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었듯이.


알고 보니 인간은 자기 삶에 대한 명확함 없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없는 동물이었다. -p, 77



인간은 자기의 삶을 자기 의지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때 자유를 느낀다. 선택의 결과가 어찌 되든 자기 의지로 결정해야 한다. 아무리 성공적이어도 남이 대신 해주는결정 속에서만 사는 건 의미가 없다. 사람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행복도 자유의 범위 안에 있다.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p, 119



"엄마가 자꾸 나가라 나가라 하는데 왜 그래야 해? 난 그냥 이 집이, 내 방이 제일 편한데."

그녀는 '편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인간의 삶을 오래 관찰하면서 인간은 '불편하더라도 필요한 일'을 통해서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나 역시 구두 판매 행사장에 나갔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인간의 인내는 소모성 배터리와 같아서 불편함이 지속되면 방전되고 말지만 가끔은 불편함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그런 순간에 인간들은 자기 삶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그 무언가를 갖게 되더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겉보기에는 편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불편한 삶을 계속 살게 된다. -p, 207



인간의 삶에서 좋은 모든 것들은 결단력으로부터 나온다. 익숙한 것이 편한 것은 본능이며, 제 아무리 나쁜 거라고 해도 익숙한 것을 버리는 데는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도 알게 되었다. 자신은 보잘 것 없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부족했을 뿐이라는 걸. -p,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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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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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하루에 한 사람이 올까 말까. 주인은 기다림을 일이라 여겨 그 자리에서 책을 읽으며 오전 일곱 시부터 열한 시까지 손님을 기다리다가 점심시간에 잠깐 가게를 닫고요, 다시 오후 세 시부터 일곱 시까지 자리를 지킵니다.

벽시계가 여덟 번 울렸어요.

"안녕하세요."

아침 일찍부터 손님이네요. 손님은 빨간 가방을 등에 멘 여자아이예요. 가방에 달린 부적 방울이 딸랑딸랑 울립니다.

"어서 오세요."

주인은 웃는 얼굴로 손님을 반기며 방석을 권했어요.

여자아이는 선 채로 어깨에서 가방을 내리더니 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냅니다.

"이걸 보관해주세요."

주인은 종이를 받아 들고 손바닥으로 두 번 쓰다듬으며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한 후 여자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가키누마 나미요."

"가키누마 나미 양. 며칠 동안 보관해드릴까요?"

"일주일요."

"알겠습니다. 보관료는 하루 100엔이므로 700엔입니다."

여자아이는 가방에서 토끼 귀가 달린 분홍색 지갑을 꺼내 500엔 동전 하나와 100엔 동전 둘을 주인의 손 위에 올려놓았어요.

주인은 손가락으로 동전을 확인하고 말했어요.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찾으러 오셔도 돈은 돌려드리지 않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찾으러 오지 않으면 보관품은 제 것이 됩니다. 괜찮으신가요?"

여자아이는 "네"하고 대답하며 가방을 멨습니다.

"잘 다녀와요."

주인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고 한참 주저하다가,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인사하며 나갔습니다.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서서히 작아지더니 사라집니다. (p,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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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함을 이용해본게 언제더라, 

그러고보니 먼 곳으로 여행을 갔을때마다 숙소를 잡기 전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역이나 터미널에 있는 보관함을 찾는 일이었다. 평소에는 관심도 안가던 보관함이 양 손에 짐이 가득할때만 꽉 차있어 빈 보관함을 찾기가 힘들었던건지. 나에겐 보관함은 이처럼 무게를 덜어주고 편히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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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가능성을 위해서 주인은 여기에서 기다립니다. 

보관가게는 기다림이 일이니까요.

분명 이곳은 모두가 돌아올 장소입니다.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장소입니다. 

(p, 55)






여기 하루 100엔만 내면 어떤 물건이든 보관해주는 보관가게가 있다. 간판 대신 '사토(설탕)' 라는 둥글둥글한 히라가나 문자가 물들어있는 소박한 쪽빛 포렴이 달려있어 밖에서 보면 가정집인지 가게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안으로 들어서먼 약간 어둑한 마루 구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주인이 있는 곳, 정갈한 모습이지만 눈이 보이지않는 이 주인은 목소리로 찾아온 손님이 누구인지 알아채곤 그 손님이 내민 물건을 아무 이유도 묻지 않고 하루 100엔에 소중하게 보관을 해준다.


그 보관품들은 부모님께 숨기고 싶은 0점짜리 시험지일 수도 있고, 버리기는 쉽지 않지만 간직하기도 힘든 지나간 애인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일 수도 있고, 잠시 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싶은 물건일 수도 있다. 손님들은 자신이 간직해온 미련, 추억, 기쁨, 슬픔을 그 물건과 함께 보관가게에 보관한다. '보관기간이 지나도 찾으러오지 않으면 그 보관품은 돌려주지 않는다.' 라는 규칙 아래, 다시는 찾기 싫은 물건을 일부러 맡긴 채 영영 찾으러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보관가게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난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을 때 적었던 일기장을 맡겨두고 싶다. 다시 들춰보진 않지만 버릴 순 없고 가족에겐 보여주기 싫은 내 부끄러운 글들이 가득 담긴 일기장. 기간은 하루, 하루가 지나면 '찾으러 가기 귀찮아!' 라는 핑계를 대며 찾으러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날, 새벽엔 영화 심야식당을 보고 잠들었다. 

힘이 들때, 하루를 끝낸 고단한 시간에 찾아가서 내가 먹고싶은 음식을 주문하면 아무 말 없이 만들어주는 주인 아저씨가 있는 심야식당. 

하도 세상이 밀어내기만 해대서 한 곳에서 변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장소, 힘들때 언제든 찾아가면 마음을 달래주는 장소가 고픈 우리들에게 이런 책과 영화는 때로 큰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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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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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아주 많다. (p, 532)

_리안 모리아티, 《허즈번드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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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걸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 사람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취향은 어떠한지와 같은 사소한 사실들부터 그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간직하고 있던 그만의 비밀들까지도. 반면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의 깊숙한 곳까지 캐내려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그 사람에 대해 알게되는 게 더 행복한 일이라는걸 알아서이기도 하고, 나 몰래 숨겨둔 비밀을 혹은 거짓말을 알게될까 두려운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애초에 나와 그사람 사이에 비밀을 만들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한번 실망을 하면 계속해서 계속해서 단점만 눈에 밟히는 내 성격상, 만약 나 몰래 비밀을 만들었다면 들키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다. 평생. 













사랑하는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 완벽했던 세실리아의 삶은 완전히 뒤엉켜버리고 말았다. 어찌됐든 그 비밀을 알기 전까진 자신에겐 완벽한 남편이었고 아이들에겐 완벽한 아빠였다. 세실리아는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멋진 남자였고,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이 남모르게 몇십년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린 죗값을 받게 된 것이다.


'허즈번드 시크릿'에 관련된 인물들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주도한다. 비밀을 밝히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의 심리전,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신감, 서운함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게 옳을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심리까지. 어쩜 이렇게 사실적인지. 영화화된다면 배우들이 이 심리를 어떻게 표현해낼지, 배우들의 중압감이 엄청나겠다, 하고 느껴질만큼 멋진 소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더이상 그들 사이에 비밀은 없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알지 못했다. 서로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사실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사실을. 




결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비밀을 만들지 않았으면,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라면 이 소설의 세실리아처럼 평정심은 애초에 잃어버리고 불안감과 불신에 사로잡혀 평온했던 내 하루하루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게 뻔하므로. 믿음을 줄 때 그 믿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행동해주길. 물론 나도!! 


그리고 비밀을 만들게 된다면 절대 들키지 말아 줄 것, 내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지 않도록.     

 










아마도 언제나 가장 좋은 건 진실일 거야. (p, 262)



코너와의 섹스가 정말 근사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두 사람은 본질적으로 서로에게 낯선 존재였다. 그것이 코너의 '다른 점' 이었다. 그 다름 덕분에 상대방의 모든 것, 즉 그들의 몸과 그들의 분위기, 그들의 감정을 훨씬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다. 논리엔 어긋나지만, 사람은 상대방을 알면 알수록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 사실이 쌓여가면서 그 사람을 규정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이다. 상대방의 취향을 분명하게 아는 것보다 그 사람이 컨트리음악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궁금해하는 게 훨씬 흥미롭다. (p, 516)



우리 인생이 어떤 길로 가게 될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그 편이 나을 것이다. 어떤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남는다. 그저 판도라에게 물어보자. (p,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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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겨요, 어느 날 - 사랑도, 일도, 행복도
이윤용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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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금 하는 사랑이 마지막이면 어쩌나 놓지 못하는 그대에게,

그때 놓친 기회가 끝이었음 어쩌나 자책하는 그대에게,

조금 살아보니 그냥저냥 다 괜찮더라고,

끝난 사랑이 신기하게 언젠가 새로 시작되기도 하고

지나쳐간 기회가 언젠가 비슷하게 다시 돌아오기도 하더라고,

이렇게 철없고 어수룩한 사람도 홀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그리고 그것은,

삶이 어떤 식으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


언젠가,

내 삶은 계속 어떤 식으로든 달라지고 있으니까

나 지금 그런대로 괜찮은거지…?

라고 물었더니,

나보다 10년쯤 더 오래 산 선배가 대답했다.

"야, 달라지지 않으면 또 어떠냐.

그냥 이대로 사는 것도 괜찮은 거야."


그래?

그렇다면 삶은,

이래도 저래도 다 괜찮은 건가 보다. 


-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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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겨요, 어느 날 : 사랑도, 일도, 행복도》라는 제목부터 쿨내를 풀풀 풍기는 이 책은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심심타파>, <친한 친구> 등의 작가였던 이윤용의 짤막한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아직까진 싱글보다 결혼을 장려하는 사회에서 40대 싱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세상에 쿨해지고 담대해진 그녀는 여전히 불안해하고 흔들리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출퇴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일의 유무도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디오 작가로 살아가면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불안했을 그녀, 쿨한 사람들을 보면 부정적인 쿨한 모습으로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녀는 유쾌한 쿨함을 가지고 있었다. 읽는 내내 이런 마음가짐을 어찌나 본받고 싶던지.





어제, 30대 싱글녀 라이프를 보여주고 있는 <유미의 방>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마침, 싱글녀인 유미와 결혼한 친구의 삶이 대비되어 보여지고 있었다. 능력있는 남편과 귀여운 아이까지 가진 30대가 되어 있는 친구(SNS의 행복해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실상은 많이 힘들어보였지만) 학창시절엔 비슷한 꿈을 꾸며 비슷한 생활을 했던 친구는 유미 자신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모든 말에 "결혼 해. 혼자 사는 여자는 수명도 짧다잖아.", "결혼 해. 남편이 사다 줘." 라면서 결혼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꼭 필요한 조건인 듯 말하던 그 친구. 유미가 이 책을 읽었다면 당황하지 않고 쿨하게 반박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어야 둘이 되었을 때도 행복하다.' 라는 말, 이 말에 깊게 공감하는 싱글녀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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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경험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나도 당해봤으니, 너도 당해봐라'와

'내가 당해봐서 아니까, 너한테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경험을 어느 쪽으로 활용하며 살고 있을까. -p, 37 (경험 활용 방법 中)



문득 생각했다.


나의 말년이 누군가에게 쓰레기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프리지어는 쓰레기가 되어 봉투에 담겼지만

나는 누군가의 마음에 담겼으면 한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 법이니까. -p, 43 (프리지아 쓰레기 中)



최고 좋을 때의 모습이 평상시 내 모습이라 믿고 사는 거,

그게 잘난 사람 많은 이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는

나만의 생존 방법이다. -p, 213 (1년에 딱 한 번 中)



앞으로 내가 안 좋은 일을 겪을 때

적어도 '쌤통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도록 잘 살아야겠다고.

고통받고 있는 나를 보고 '거참, 쌤통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고통받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일 테니까. -p, 243 (쌤통이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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