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
남인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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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중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방학하고 나서는 귀찮다는 핑계로 나 자신을 위해 예쁜 옷을 사거나 예쁜 신발을 산지 오래였다. 그만큼 나 자신에게 소홀했던 날들이었고 그만큼 나에 대한 사랑도 줄어만 갔다.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고 가꿀때 빛이 나는 법인데 그러질 못했으니, '그동안 움직이질 않아서 그런지 살이 쪘네. 나가기 싫어. 살 좀 뺀 후에 나가야지.' 가 반복되고 빛을 잃어갔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의 '나를 사랑하는 법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 라는 글귀가 눈에 밟혔고 택배로 받아본 즉시 정신없이 읽기 시작한게.



비싼 가격의 명품 구두가 주인공인 책. 이 화려한 구두가 자기를 신는 여자들을 보며 깨닫게 된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육아에 지친 여자, 돈 때문에 삶을 잃어버린 여자,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여자(이 여자에 대한 글은 내 이야기인줄 알았다), 남편의 말만 따르다보니 자신의 의견을 잃어버린 여자,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어 갈팡질팡하는 여자 등 다양한 여자들은 한번씩 이 화려한 구두를 신고 나가는 기회를 통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아니면 모르채 살아가고 있었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어렸을 때의 나는 엄마의 화려한 뾰족구두를 신어보며 이런 예쁜 구두를 신은 커리어우먼이 되어 당당하게 거리를 걷는 어른이 되어있는 모습을 꿈꿨었다. 고등학생 때는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주인공 캐리처럼 예쁜 구두를 잔뜩 모으고, 마놀로블라닉 웨딩슈즈를 신는 모습을 꿈꿨었다. 그러나 24살인 지금의 난, 하이힐을 신어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편한 단화만 신고 다니는 여대생이 되어있다. 다행히도 요즘은 단화를 신고 다니는 여자들이 많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 꿈꿔왔던 모습과 현실이 달라 실망스러운건 사실.


책을 덮자마자 당장 예쁘게 화장을 하고 나가 나에게 어울리는 예쁜 구두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역시나 이런 마음과는 다르게 귀찮아서 인터넷 쇼핑몰을 뒤적이는걸로 끝냈지만, 언젠가 예쁜 구두를 나에게 선물한다면 이 구두는 나에 대해 '넌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일단 좀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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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가치를 찾으려면 먼저 자기 일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에서 풍요로움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 놓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안개 속에서 벗어나기.'
'사람은 행복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심으로 깨달을 때 행복해진다.'
'어느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결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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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발을 디디고 불꽃처럼 살아 보기.'
'자신이 다른 것을 포기하고라도 얻고 싶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욕망의 온전한 주인이 될 때 삶은 당신 편이 된다.'
'삶에 문제가 있는데 원인을 모르겠다면, 당신에게 용기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것.'


'모든 여자의 삶은 그대로가 아름답다. 그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여러 번 만나다 보면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만날수록 자꾸만 거슬리는 일이 생겨. 말로는 쉽게 결혼 얘기도 꺼내고 하지만 행동을 보면 나를 정말 좋아하긴 하는 건가 의문이 생길 때가 많아. 그 사람이 함량 미달인지, 내가 나이 들면서 까다로워진 건지 모르겠어."


그녀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에 대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그 남자가 좋은 남자인가 그렇지 않은가가 아니라 그녀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였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는 남자의 감정을 판단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을 쓰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니까 상대방의 조건과 감정 그리고 자신의 감정 사이에서 계산과 타협을 하려 드는 것이다. 그런 계산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반드시 꼬이기 마련이다. -p, 30



나는 전에 그녀를 보면서 인간은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할 때 지속적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순간의 합이 곧 인생 전체가 된다는 내 계산은 한참 잘못된 것이었다. 미래를 공유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은 공허하고 공허해서 아무리 더해도 그 합이 양수가 될 수 없었다. 


그녀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그들은 진짜 이별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전에도 여러 차례 헤어진 적이 있었지만 진짜로 헤어질 수는 없었다. 진짜 사랑을 전제한 만남이 아니었기에 이별도 매번 흐지부지되곤 했다. 깊지 않은 관계만큼이나 그들은 이별도 얄팍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그녀가 남자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기에 이별에도 무게를 더할 수 있었다. 늘 어딘가 희미했던 남자도 이번만큼은 '진짜'를 직감적으로 알아챈 듯했다. 남자와 완벽하게 헤어지고 나서 그녀는 꽤 오랫동안 몹시 앓았다. -p, 73~74



인간의 삶에 누구에게나 통하는 정답은 없지만 '자신만의 정답'은 필요한 것 같다. 그 정답을 보기 위해서는 자기 삶의 안개, 즉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모호함을 걷어 내야 한다. 그 본질의 실체가 아무리 추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라 해도 말이다. 비비안이 자신의 사랑을 분명하게 깨닫고 나서야 오히려 진짜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었듯이.


알고 보니 인간은 자기 삶에 대한 명확함 없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없는 동물이었다. -p, 77



인간은 자기의 삶을 자기 의지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때 자유를 느낀다. 선택의 결과가 어찌 되든 자기 의지로 결정해야 한다. 아무리 성공적이어도 남이 대신 해주는결정 속에서만 사는 건 의미가 없다. 사람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행복도 자유의 범위 안에 있다.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p, 119



"엄마가 자꾸 나가라 나가라 하는데 왜 그래야 해? 난 그냥 이 집이, 내 방이 제일 편한데."

그녀는 '편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인간의 삶을 오래 관찰하면서 인간은 '불편하더라도 필요한 일'을 통해서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나 역시 구두 판매 행사장에 나갔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인간의 인내는 소모성 배터리와 같아서 불편함이 지속되면 방전되고 말지만 가끔은 불편함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그런 순간에 인간들은 자기 삶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그 무언가를 갖게 되더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겉보기에는 편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불편한 삶을 계속 살게 된다. -p, 207



인간의 삶에서 좋은 모든 것들은 결단력으로부터 나온다. 익숙한 것이 편한 것은 본능이며, 제 아무리 나쁜 거라고 해도 익숙한 것을 버리는 데는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도 알게 되었다. 자신은 보잘 것 없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부족했을 뿐이라는 걸. -p,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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