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 황경신의 한뼘노트
황경신 글, 이인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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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다는 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듣는다는 건 앞당겨 듣거나 미룰 수 없고 그 즉시 하고있던 모든 일을 멈추고 그 사람과 눈을 마주친 채 때로는 조언을,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공감을 표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멀티가 안되면서 문득문득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사람은 듣는다는 게 더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도 친구들은 내가 잘 들어준다며 좋아해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고있다고 느껴지는 사람과는 다시는 대화를 나누고 싶지가 않았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나를 '대화 나누고 싶은 사람'으로 여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종종 건성으로 듣게 되는 못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난 이 사람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이런 기준을 세워놓았다.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샜을 때 혹은 어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아! 그래서 아까 하던 이야기!! 어떻게 됐다구?" 라고 물어봐주는 것, 만약 내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이야기가 끊기고 다른 이야기가 튀어나왔는데, 내 이야기를 다시 물어봐주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 뿐만 아니라 '아, 이 사람은 내 이야기를 아예 듣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실망감이 커져버린다. 




그래서인지 모른다. 

내가 책 읽는 행위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어쩌면 책을 읽는다는 건 작가의 말을 듣는 행위라 말할 수 있겠다. 다만 내가 듣고 싶을 때 듣고 싶은 만큼 들으면 되고, 내가 그의 말을 듣다 다른 생각에 빠져도 날 나무라지 않으니 이 얼마나 고맙고 고마운 대화인가. 


이번에 난 《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를 통해 황경신 작가님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녀의 말을 들었다. 물론 내가 귀 기울이고 싶을 때 귀를 기울였고, 한번 더 듣고 싶은 말은 다시 한번 돌아가서 귀를 기울일 수 있었으며, 그녀의 말을 듣다 다른 생각에 빠져도 그녀는 날 나무라지 않았다. 막 내뱉는 말이 아니라 오랜 생각 끝에 정제되어 아름다운 언어로 내뱉어진 이 말을 내가 감히, 이렇게 내멋대로 귀를 기울여도 되는걸까 싶어  한 글자 한 글자 더 귀를 기울이며 들었다. 



마치 그녀가 감추고 있는 것들이 출렁이다 문득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찰나를 낚아채기 위해, 마치 캄캄한 밤의 끝에서 동그란 해가 솟아올라 모든 세계를 환하고 투명하게 밝히듯이. (p, 44)        







무언가를 조율한다는 것은, 의견이나 삶을 조율한다는 것은, 다른 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고유한 음을 찾아주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으므로. 피아노의 팽팽한 현을 잡아당겨, 도로 태어난 건반이 도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처럼. 그러므로 도인 당신과 미인 내가 한 음 높아지고 한 음 낮아져 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당신의 소리로 빛나고 나는 나의 소리로 당신의 세계를 밝혀, 멜로디는 화음이 되고 화음은 노래가 되고 노래는 시가 되어주기를, 이렇게 우리 하나의 세계에 담겨, 어깨를 나란히 하고. -p, 15~16



바로 그런 식으로 우리는 떨림의 순간에서 떨어져 나와, 어리둥절한 채, 점점 큰 원을 그리며 번져가는 물결에 밀려,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중심을 그리워한다. 내가 이만큼 이쪽으로 밀려오는 동안, 당신은 저만큼 저쪽으로 밀려가는 중일 것이다. 그리고 돌멩이는, 최초의 돌멩이는 이미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마치 처음부터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그리고 마침내 물결도 가라앉는다. 어른어른, 물 위에 부질없이 새겨놓은 마음이나 혹은 마음 비슷한 것, 맹세까지는 아니라도, 그런 것을 남기고.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의 생은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떨림처럼 빨리 지나가는 것들과 그들이 주고 간 여운, 혹은 망각. 삶은 계속되고, 살아가는 동안 아무것도 되풀이되지 않는다. -p, 19



그러나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게 되면 뭔가가 과해지고 뭔가가 모자란다. 말을 아껴야 할 때 너무 많은 말들을 해버린다거나, 손을 거두어야 할 때 옷깃을 붙잡는다거나. 그런 식으로 한 번 템포가 뒤틀리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저항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결국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당신이 감추고 있는 것들이 출렁이다 문득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찰나를 낚아채기 위해. 마치 캄캄한 밤의 끝에서 동그란 해가 솟아올라 모든 세계를 환하고 투명하게 밝히듯이. -p, 44



나를 읽으려 했던 당신과, 당신을 쓰려 했던 나는, 어쩌면 서로의 덧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한마디쯤 덧붙여도 괜찮겠지. 더 이상 덧댈 것도 덧날 것도 없는 덧없음, 어느덧 지나간 그 짧은 순간에 대해. -p, 50



수석 면접관은 인터뷰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오로지 메모에만 열중하고 있는 기자를 연민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아무것도 묻지 않는 까닭은, 들려주고 보여주기만 하는 이유는, 그게 바로 인생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친절하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에 귀를 기울이는 인생을 본 적 있습니까?"

기자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귀를 기울이는 인생은 없다'고 갈겨쓴다.

"당신은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얻지 못할 겁니다. 듣지 않고, 보지 않고, 모든 기회를 놓쳐버린 그 사람들처럼."

수석 면접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휘적휘적 걸어 나간다. 펜의 끝을 입에 물고, 기자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보았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p, 124



사소한 무심함으로 울다가 사소한 다정함으로 웃는다. 사소하게 기대하다가 사소하게 실망하고 사소하게 위로를 구한다. 사소하게 숨기거나 사소하게 드러내거나 사소하게 자랑하다가 사소하게 후회한다. 사소한 인연이 사소한 기억으로 가까워졌다가 사소한 망각으로 멀어진다. 나의 삶이 온통 사소함으로 채워져 있으나 사소한 행복은 가볍지 않고 사소한 견딤이 쉽지는 않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의 절망이 사소하지가 않다. -p, 151



당신이 언제까지나 나에게 낯설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서투름은 나의 진심을 증명하는 것임을 믿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모든 익숙함에 대해 경계하는 것이 나의 삶임을, 무엇인가에 익숙해지는 순간, 꽃처럼 시들어버릴지도 모를 것이 또한 진실임을, 한없이 차오르는 것과 한없이 비어가는 것의 동일한 무게를, 희미하고도 선명한 시간의 직선과 곡선들을,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은 모순투성이의, 그 친밀하고도 낯선 엉망진창의 뒤엉킴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당신이라면 좋겠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 당신이라면 좋겠다고. -p, 157



놀라운 일은, 가장 환한 빛이 가장 캄캄한 어둠을 품고 있으며 끝은 시작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흡사하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함께 걸었던 길이 끝날 때, 누군가 떠나야 하고 누군가 남아야 하는 일이 그토록 당연하다는 것이다. 마땅히 그러하여 그리 되었던 일들이 밝았다 어두워지는 동안, 혹은 빛으로 떠난 사람과 어둠으로 남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동안, 빛과 어둠을 한 몸에 품고 있는 얼룩들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진다. 나를 닮은 누군가가 어느 허공에 새겨지지만, 나는 그 얼굴을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한다. -p, 178



한때 가까웠던 사람이 멀어진다. 나란하던 삶의 어깨가 조금씩 떨어지더니 어느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특별한 일이 생겨서라기보다 특별한 일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맞았다가 안 맞게 되었다기보다, 조금씩 안 맞는 마음을 맞춰 함께 있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쪽이 싫기 때문이 아니라 저쪽이 편안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때 가까웠으므로 그런 사실을 털어놓기가 미안하고 쑥스럽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다 만나면 서로 속내를 펼쳐 보이는 대신 겉돌고 맴도는 이야기만 하다 헤어진다. 삶이 멀어졌으므로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지 못한 채 멀어진다. 실망과 죄책감이 찾아오지만 대단한 잘못을 한 건 아니므로 쉽게 잊는다.


그런 일이 반복되고, 어느 날 무심하고 냉정해진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새삼스럽게 돌아가기에는 이미 멀리 와버렸다.


삶이란 둘 중의 하나,

이것 아니면 저것.

그런 것들이 쌓여 운명이 되고 인생이 된다. -p, 187~189



내가 네가 어떤 여자였는지 지금도 나는 알지 못한다. 그해 여름은 진저리가 날 정도로 더웠고 습했다. 너는 오래도록 갈증에 시달린 사람처럼 성급했고 네가 가져온 시간의 뭉치들은 각이 졌거나 갈라져 있었다. 나는 겁이 났지만 뻔한 여자처럼 굴고 싶진 않았다. 뻔한 여자. 말하자면 진심을 보여주지 않는 여자. 그러면서 진심을 말해달라고 조르는 여자. 모든 것을 물어보는 여자. 당신은 누구냐고, 당신에게 나는 무엇이냐고, 우리는 어디에 있는 거냐고, 그리고 이제 어디로 갈 거냐고.


내가 단서를 찾지 못하는 사이, 너의 눈빛은 차가워졌다. 너무 가까웠던 것들, 너무 빨랐던 것들, 너무 이질적이었던 것들에 묻혀 머뭇거리는 사이, 너는 멀어졌다. 옷에 묻은 흙을 털듯, 대단치 않은 기억들을 털어냈다. 마른 땅을 헤치고 동물의 주검을 묻듯, 토막 난 기억을 묻어버리라고 내게 명령했다. 그래도 나는 묻지 않았다. 왜, 라는 부사를 쓰지 않았다. 다만 소파에 몸을 묻고 그 위태로운 상승을 수용했다. 어떤 사실은 진실이 될 수 없고 어떤 진실은 사실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는 잊지 않기 위해, 그 처연한 하강을 간직했다. 일곱 개의 계단을 사 초 만에 뛰어오를 수 있도록. 그 계단 어디쯤에 있을 너에게 두 번 다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있도록. -p, 20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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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5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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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정말 정신없이 바쁜 한달이었어요.

무슨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고,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에 진득하게 글을 읽을 수도 없었어요.

5월엔 지금보다 좀 더 여유롭고 날씨처럼 따뜻한 날들만 있기를 바라며

샘터 5월호에 소개되었던 글들을 같이 살펴볼게요.

 ​

 








샘터의 문을 여는, 샘터 에세이의 5월호 글은 영화 <위플래쉬>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말이 뭔 줄 알아? 바로 Good job 이야!'" 라는 대사로 유명했던 영화죠.


 








최고가 되고싶은 학생과 그런 학생을 혹독하게 채찍질하는 스승.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너무 쉽게쉽게 살아가려했던 건 아닌지 반성하면서 영화관을 나왔던 기억이 나요.

그동안 잊고있었는데 이렇게 글로 다시 보니 좋더라구요.


 








다음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코너(?) '정리의 달인'

제가 엄마도 포기한 정리 안하기의 달인인지라, 이 코너를 볼때마다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면서

엄마한테 알려주고싶다는..

​요즘은 실체가 있는 물건들보다 디지털화 된 정보들을 정리하는 게 더 일이죠.

저도 뒤죽박죽 섞인 메일, 파일, 사진 등 그냥 정리 안하고 쌓아두는 편이라 이번 글은 더 유익했어요.

특히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이것저것 사진을 많이 찍고있는데

조만간 날잡고 이 방법대로 사진들 좀 다 정리해야겠어요 :)


 









저 요즘 실팔찌 만드는거 아시죠?

저 집에서 쪼그려서 실팔찌만드는거 보면 엄마는 '진짜 정성이다' 하면서 비웃......음을..

엄마가 봤을때 쓸데없어 보이는 일일지는 몰라도, 전 이렇게 킬링타임을 할 수 있는 일들이 좋더라구요.

요리 빼고 손으로 꼼지락거리는건 다 좋아해서

이 부분을 읽으면선 공감을 엄청 했더랬지요.

프랑스 자수도 여유가 생기면 도전해볼까해요!


 








이 부분은 법륜 스님이 상담을 해주는 코너인데요.

대학생이 되고나서 자느라 학교를 밥먹듯이 빠지는 동생한테 추천해주고 싶은 방법이었어요.


이 고민에 대한 법륜스님의 답은

"이런 병을 고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막노동을 한 1년 하면서 '아, 진짜 이것보다는 공부가 쉽구나, 공부하는 게 나에게 행복이구나'

이렇게 깨달으면 공부를 하고, 일을 해봤더니 일하는 게 더 재밌으면 공부 그만두고 직장을 다니면 됩니다."

라고 하시네요.






오랜만에 글을 읽으니까 짧은 글들이었지만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어요.

모두 따뜻한 5월 되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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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짓 - 일상 여행자의 소심한 반란
앙덕리 강 작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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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가던 길에서 벗어나 헤맨다. 박수받을 사랑을 비껴간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히 여긴다. 실타래처럼 엉킨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단출한 이 공간을 사랑한다. 이것이 내가 찾던 행복이다. 내가 선택한 길, 내가 원한 일, 내가 정한 나의 삶. 그것은 오로지 딴짓, 거침없는 딴짓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제는 더는 엄마가 나선 길로 가지 않는다. 세상의 시선이 곧 내 시선이라고 착각하지 않는다. 세상의 신앙이 곧 나의 신앙이 되기를 기도하지 않는다. 용기와 도전을 칭찬과 맞바꾸지 않는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자명한 철학 앞에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아가야 하는지 진심 어린 고민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새삼 깨닫게 되는 한 가지. 그 누가 뭐래도 나의 선택이 나라는 인간을 만들고 있다. 다행인 건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믿는 나를 만난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더 슬퍼지기 전에, 더 두려워지기 전에 나는 다른 길로 들어선다. -p, 73

 

 







 

 







과장을 조금 더해서 핸드폰 만지작거릴 시간도 없이 바쁜 날들이다.


이렇게 정신이 없는 와중에 고맙게도 한 시간 정도 카페에 앉아있을 여유가 생겼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서 오랜만에 마주한 주인 이모와 인사를 하고 내가 여기 오면 더워도 꼭 마시는 따뜻한 코코아를 주문해놓고 앉았다. 좋아하는 공간에 와있었지만 이런 공간에 어울리지않게 마음은 바빴기에 다음주에 시험이 있는 교재를 챙겨갔었다.

책의 노예는 어쩔 수 없이 그동안 읽지는 못해도 가방 한켠에 가지고 다니던 책을 꺼냈다. 지금 나에겐 책을 읽는 일이 '딴짓'이 되어버릴 정도로 여유가 없었지만, 오늘은 기꺼이 이 '딴짓'을 하기로 했다. 우연히 내가 이번주 내내 가지고 다니던 책의 제목도 《딴,짓》이었음은 무슨 의미일까.

 


 


 










'딴짓'

 

단어를 소리내서 발음해보기도 하고, 가만히 바라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부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딴짓'에 대한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저자는 '딴짓'을 익숙함을 거부하는 행위로부터 탄생한, 경계(한계라고도 바꿔말할 수 있는)에 서서 경계를 넘나드는 것(p, 6) 이라고 정의내렸다. 저자는 딴짓을 통해 경계를 허물고 자신이 중심이 되는 삶을 살게 되었단다. 그래서 자신의 기준에 '딴짓'이라 여겨지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글을 이렇게 책으로 펴내기까지 했으니 작가는 남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내뱉는 단어인 '딴짓'을 했음으로 인해 성공한 사람이다.  


   ​ 


 

 





​돈이 많은 너나 돈이 없는 나나, 꿈을 이룬 너나 못다 이룬 꿈을 가슴에 품은 나나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 앞에서는 의미가 없더란 이야기인데, 이것은 지극히 표면적인 해석이었다. 그 내공을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인생 별거 없어."

빈 공간에서 혼잣말로 되뇐다. 그렇다. 인생 별거 없다. 이별 없이 평생을 함께할 연인 한 명쯤,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작업실 하나쯤, 돈벌이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하고 싶은 일 하나쯤. 참 어려운 그 '쯤'으로 별거 없는 인생의 깊이를 느껴볼 참이다. -p, 121






현재 내가 중요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딴짓의 기준은 달라진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해나가는 일들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선 '쟤는 왜 중요한 일 놔두고 자꾸 딴짓만 하고 있어?'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나는 앞으로도 과감하게 딴짓을 해나가려 한다. 지금 하는 딴짓들이 나중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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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잘하는 초등학생들의 77가지 비법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77가지 비법 시리즈
최승필 글, 박승원 그림 / 소담주니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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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한국사책 추천_최승필, 《한국사 잘하는 초등학생들의 77가지 비법》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나이.

그에 비해 어렸을 때 알게모르게 머릿속에 들어온 여러 지식들은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까지 기억이 남아있더라구요.

특히 요즘 역사 공부를 할때면 외워야할 사실이 너무 많아 어렸을 때 미리 알아두면 좋았을걸 하면서 아쉬워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주위에 초등학생들이 있다면 미리 역사를 익혀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말로만 '역사는 중요해. 나중에 공부하려면 머리에 안들어온다? 지금 빨리빨리 배워둬.' 하기 보다는 책 한권을 권하면서 이야기하는게 좋겠죠?




제가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은 바로 이 책입니다.

《한국사를 잘하는 초등학생들의 77가지 비법》

​제목부터가 이 책을 보면 한국사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역시 어떤 공부든 즐거워야 할 수 있겠죠?

역사를

'우리가 언제 어떻게 이 땅에 들어왔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 이곳에 살게 되었나를 알려주는,

타임머신을 탄 듯 과거로 돌아가 옛 사람들의 마음을, 그들이 한 일을 들여다보는 공부'

라고 설명해준 점이 좋았어요. 









간단한 목차 소개이구요.


목차만 봐도, 가볍게 책 읽듯 읽다보면 자연스레 한국사를 다 익힐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한 문체로 쓰여있구요.

지루하지 않게 종종 질문도 있고,






중요한 부분은 이렇게 굵은 글씨로 보기쉽게 정리도 되어있구요.




​무엇보다 이런 재밌는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인만큼 초등학생이 이해하기 용이한 수준으로 쓰여져있어서

부모님이 먼저 읽어보고, 그 내용을 가르치는 수단으로도 좋겠더라구요.

이제 자녀들에게 한국사 공부가 필요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실 부모님들께 추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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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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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도 생각했다.

이루지 못한 꿈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

거기에 비하면 '경험이 끝난 것들'을 내려놓는 편이 몇 배 더 충격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이런저런 것들을 놓아버려야 하는 시기에 직면해 있다. 그것이 의외로 고통스럽다.

-p, 41

 

 




 

모임을 할 때면 매번 당연하다는 듯이 한식집에서 밥을 먹고왔다는 엄마한테 "왜 엄마들은 분위기 좋은 곳에서 안만나? 여자들끼리 파스타도 먹고 그러면 좋잖아." 했다가 "아줌마들이 그런데 가면 보기 좀 그렇잖아." 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쁘게 차려입고 친구를 만나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가 (주로 남자이야기) 그동안 봐두었던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파스타를 먹거나 맥주 한 잔을 하는 지금 당연하게 느끼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 적어도 10년 후엔 왠지모르게 남사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그래 맞아,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친구랑 콜팝 하나 사서 근처 학교 운동장에 쭈그려앉아서 먹던 걸 지금은 못하듯이.' 하는 생각에 서글퍼졌다.

나이가 들면 어른이 되기 전 할 수 없었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되는 반면에 어른이기 때문에 못하는 일들이 늘어간다는 점도 있다는 걸 잊고있었다.




 

 








 

​표지부터가 서글프다. '슈퍼'라고 크게 쓰인 비닐봉지를 옆에 두고 아무 벤치에 앉아 혼자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여자라니.


마스다 미리의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이 책에선 40대를 앞두고 있는 마스다 미리가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두근거림을 느끼기엔 늦어버렸다고 생각하는 나이인 그녀는 어렸을 때, 즉 자신이 청춘일 때 당연하게 꿈꿔왔었던 로망들을, 하지만 이루지못했던 로망들을 찬찬히 생각해보며 지금의 자신을 돌아본다.

예를 들면,

그의 교복을 빌려 입기

가사 실습 음식 챙겨주기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기

교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남학생!

커플룩 입기

패스트푸드점에서 데이트하기

등. 

​이 책을 읽으며 떠올려보았던 교복을 입고 있던 나는, 제대로 된 연애는 해보지 못했지만 선생님을 짝사랑했던 여학생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는 교무실에 찾아갔고, 고등학생인 나에겐 과하게 비싸다고 생각했던 스타벅스... 유리병에 들었던 커피....%ED%9D%91%ED%9D%91%20%EC%9C%A0%EB%A0%B9 를 사서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얼마나 좋아했는지 대학 입시 상담까지 그 선생님한테 했을 정도였는데, 그걸 보는 우리 담임선생님은 맨날 나만 보면 '너 미워. 삐졌어' 라고 말하셨다. 허허, 그래도 자기를 좋아해준 내가 예뻐보이셨는지 빼빼로데이엔 빼빼로도 챙겨주시고 수능보기 전에 디데이 달력에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자기 번호가 디데이면 그 달력에 친구들이 편지를 써서 주었던!) 선생님이 직접 편지까지 써서 주셨을 정도였다.

이만하면 난 후회없는 청춘을 보냈다 싶다. 다만 그때의 그 순수한 여학생이 이젠 없다고 생각하니 서글플 뿐. 얼마 전 사촌오빠들을 만났는데 "옛날엔 이모 뒤에 숨어서 울기만하더니 이젠 시집가도 되겠다!" 라는 말까지 들어버렸다.


이제 더 이상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나중에 마스다 미리처럼 '20대에 못해봐서 후회스러운 일들'을 적으며 한숨을 내쉬기 전에 지금부터 하나하나 열심히 해나가야겠다. 벌써부터 한살이라도 어린 내가 그립지만, 지금도 또한 30대, 40대가 되었을때 내가 '그때 젊었구나.' 하고 그리워 할 순간이라는 걸 잊지 않아야겠다.  

 






 



 


    

 

입고 싶은 옷과 어울리는 옷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해서 초조하다. 내 마음에 어울리는 옷은 이제 내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것도 싫었다. -p, 18

인기를 얻고 싶은 마음으로 '머리핀'을 고르지 않게 되었다.

민소매나 무릎 위 스커트와의 이별이 아쉽다.

그것은 인생에서 사소한 일이다. 사소한 만큼 따끔하다.

이 따끔함이 39세의 나를 문득 아프게 한다.

그런데 눈치채고 있었다.

이것은 언젠가 '그 시절의 나, 아직 젊었구나' 하고 그립게 돌이켜볼 수 있는 달콤한 통증이었다는 것도. -p, 45



지금은 더 많은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작은 세계를 여러 개 갖는 것이라는 걸, 나는 언제쯤 깨달을까?

그리고 지금의 내게는 대체 몇 개의 세계가 있을까?

그 세계를 일일이 공표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어른이라는 것을, 나는 어떻게 학습했을까? -p,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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