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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짓 - 일상 여행자의 소심한 반란
앙덕리 강 작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3월
평점 :
늘 가던 길에서 벗어나 헤맨다. 박수받을 사랑을 비껴간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히 여긴다. 실타래처럼 엉킨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단출한 이 공간을 사랑한다. 이것이 내가 찾던 행복이다. 내가 선택한 길, 내가 원한 일, 내가 정한 나의 삶. 그것은 오로지 딴짓, 거침없는 딴짓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제는 더는 엄마가 나선 길로 가지 않는다. 세상의 시선이 곧 내 시선이라고 착각하지 않는다. 세상의 신앙이 곧 나의 신앙이 되기를 기도하지 않는다. 용기와 도전을 칭찬과 맞바꾸지 않는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자명한 철학 앞에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아가야 하는지 진심 어린 고민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새삼 깨닫게 되는 한 가지. 그 누가 뭐래도 나의 선택이 나라는 인간을 만들고 있다. 다행인 건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믿는 나를 만난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더 슬퍼지기 전에, 더 두려워지기 전에 나는 다른 길로 들어선다. -p, 73

과장을 조금 더해서 핸드폰 만지작거릴 시간도 없이 바쁜 날들이다.
이렇게 정신이 없는 와중에 고맙게도 한 시간 정도 카페에 앉아있을 여유가 생겼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서 오랜만에 마주한 주인 이모와 인사를 하고 내가 여기 오면 더워도 꼭 마시는 따뜻한 코코아를 주문해놓고 앉았다. 좋아하는 공간에 와있었지만 이런 공간에 어울리지않게 마음은 바빴기에 다음주에 시험이 있는 교재를 챙겨갔었다.
책의 노예는 어쩔 수 없이 그동안 읽지는 못해도 가방 한켠에 가지고 다니던 책을 꺼냈다. 지금 나에겐 책을 읽는 일이 '딴짓'이 되어버릴 정도로 여유가 없었지만, 오늘은 기꺼이 이 '딴짓'을 하기로 했다. 우연히 내가 이번주 내내 가지고 다니던 책의 제목도 《딴,짓》이었음은 무슨 의미일까.

'딴짓'
단어를 소리내서 발음해보기도 하고, 가만히 바라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부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딴짓'에 대한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저자는 '딴짓'을 익숙함을 거부하는 행위로부터 탄생한, 경계(한계라고도 바꿔말할 수 있는)에 서서 경계를 넘나드는 것(p, 6) 이라고 정의내렸다. 저자는 딴짓을 통해 경계를 허물고 자신이 중심이 되는 삶을 살게 되었단다. 그래서 자신의 기준에 '딴짓'이라 여겨지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글을 이렇게 책으로 펴내기까지 했으니 작가는 남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내뱉는 단어인 '딴짓'을 했음으로 인해 성공한 사람이다.

돈이 많은 너나 돈이 없는 나나, 꿈을 이룬 너나 못다 이룬 꿈을 가슴에 품은 나나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 앞에서는 의미가 없더란 이야기인데, 이것은 지극히 표면적인 해석이었다. 그 내공을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인생 별거 없어."
빈 공간에서 혼잣말로 되뇐다. 그렇다. 인생 별거 없다. 이별 없이 평생을 함께할 연인 한 명쯤,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작업실 하나쯤, 돈벌이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하고 싶은 일 하나쯤. 참 어려운 그 '쯤'으로 별거 없는 인생의 깊이를 느껴볼 참이다. -p, 121
현재 내가 중요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딴짓의 기준은 달라진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해나가는 일들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선 '쟤는 왜 중요한 일 놔두고 자꾸 딴짓만 하고 있어?'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나는 앞으로도 과감하게 딴짓을 해나가려 한다. 지금 하는 딴짓들이 나중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