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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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아래 노트북 자판을 낙서처럼 한 자 한 자 두드렸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구절이 모니터에 차곡차곡 모습을 드러냈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깜빡이는 커서 옆으로, 방금 새긴 문장을 진솔은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언젠가 건이 썼던 짧은 편지였다. 건네주지 못한 시집 속의 구절. 누구를 향한 사랑들인지, 대상은 모두 빠져 있는 그 구절. 그래서 내 것이기도 하고 그들의 것이기도 한 서글픈 바람…. 자판 소리와 함께 아래에 또 하나의 문장이 찍혔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백스페이스를 눌러 지금까지 끼적거렸던 문장들을 밑에서부터 차례로 다 지워버리고는, 파워를 끄고 노트북을 닫았다. 방금 쓴 문장은 말이 안 된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서로 부딪치는 사랑, 동시에 얽혀 있는 무수한 사랑들. 어느 사랑이 이루어지면 다른 사랑은 날개를 접어야만 할 때도 있다. 그 모순 속에서도 사랑들이 편안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눈물 흘리더라도 다시 손 붙잡고 밤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건 무슨 마음인지. 무사하기를. 당신들도 나도, 같이. -p, 394~395

 

 

 

 

 

 

 

 

 

 

 

 

 

 

 

 

 

 

피부가 안좋아진 탓에 10시 쯤 되면 잠들겠다 억지로라도 눕곤 했는데, 오늘은 어쩌다보니 음주포스팅을 하게 되어 지금 이 시간에 글을 적고 있다. 

 

남자친구와 나는 영화를 보든, 근사한 곳에 가서 밥을 먹든 주변에 있는 큰 마트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도 역시 영화를 보고 마트를 한시간 정도 돌아다녔나보다. 우리 둘 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 강아지들 간식도 좀 사고, 이것저것 서로한테 사주고싶어하며 "이거 먹어볼래? 이거 사줄게." 하고 장바구니에 잔뜩 담아댔더랬다. 그러다 오빠가 잔향이 정말 좋은 맥주가 있다며 꼭 맛보게 해주고 싶다고 저 맥주도 손에 들려보냈다. 나중에 먹으려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캔을 딴 후였고, 컴퓨터나 하며 맥주를 마시자 하고 이렇게 포스팅을 하고 있는 참이다. 

 

 

 

 

 

 

 

 

 

 

 

 

 

 

 

무거운 내용의 책을 읽다보면 가벼이 읽을만한 책이 당긴다. 그래서 언젠가 무심히 책장에 꽂아두었던 이 책을 꺼내들었다.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라는 글귀부터 책 제목, 표지까지 완벽하게 '술술 읽힐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내 촉은 훌륭했다.

 

메인이 되는 라디오 PD인 건과 라디오 작가인 진솔의 사랑, 그 외에 애리와 선우, 가람, 희연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소설. 내가 생각하기에 결말은 해피엔딩이었지만, 이 해피엔딩의 기준이 참 애매한거란 걸 이 소설을 읽으며 알게됐다. 건과 진솔이 이루어지는 게 해피엔딩인건지, 건과 건을 짝사랑 하는 희연이 이루어지는 게 해피엔딩인건지, 건이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애리와 이루어지는 게 해피엔딩인건지. 소설을 다 읽었을 때 '해피엔딩이라 좋다.' 생각했는데, 건을 짝사랑했던 희연의 입장에선 해피엔딩이 아닐 수도 있었던 거였다. 

 

세상 모두의 사랑이 무사했으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누군가의 사랑이 무사하다면 다른 누군가의 사랑은 무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뭐, 나의 사랑은 무사하다. 사랑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내 사랑이 무사하지 않을 땐, 그 사랑으로 인해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내 사랑을 신경쓰기에도 바쁜 이 와중에 다른 사랑을 신경 쓸 여유는 없다. 

 

다만, 가능하다면 모두의 사랑이 무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말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진솔 씨는, 나한테 일기장 같은 사람이에요."

"…일기장?"

"표현이 좀 그런가? 아무튼 어제도 이화동 우리 집까지 강제로 데리고 갔었지, 오늘도 당신이랑 마무리가 안 되니 뭔가 허전했지. 수첩에 몇 줄 적는 것처럼 꼭 진솔 씨한테 하루를 정리하게 되잖아요. 요즘 계속 그랬으니까."

진솔은 좀 묘한 기분이 되어 그와 나란히 걸었다.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어쩐지 이건 아닌데 싶기도 하고…. 생각 끝에 그녀가 신중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날 친구로 여긴다는 말이네요. 그죠?"

건이 핏 쓴웃음을 날렸다.

"새삼스럽소! 그건 기본이지. 그리고 친구라고 다 속에 있는 말 들려주나? 하여튼 남의 성의 몰라주기는." -p, 160~161

 

 

진솔은 물끄러미 어둠 속에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뜻일까. 가끔 그가 툭툭 던지는 알 수 없는 말들. 그저 별 뜻 없이 지나치는 농담인지는 몰라도 그녀에겐 밤늦도록 돌이켜보게 하는 말이 되기도 한다. -p, 205

 

 

"이런 곳에 오면 마음이 고요해지는 건 그 때문인 거 같아요. 살면서 아등바등 힘든 거, 이루지 못해서 속상했던 거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다음 생이 있을 거야. 다음 생에선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 것이 될 수도 있을 거야… 그런 위안이 되거든요, 난."

건은 잠시 말이 없더니 담담하게 대꾸했다.

"내가, 진짜 천기누설을 해볼까요?"

진솔은 무릎에 뺨을 기대고 앉아 그런 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실은 유물론이 옳을 거예요. 인생은 한 번뿐이야.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는 거고. 이번 생에 못 이뤘으면 그만이지, 다음을 기약한다는 건 웃긴 말이야."

"죽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요. 아닐 수도 있지…."

"설령 윤회가 있다고 쳐요. 당신, 전생을 기억하나? 아무것도 모르잖아. 내가 알지 못하는 전생과 다음 생을 왜 생각해요, 이번 생을 살아야 하는 건데."

피식 웃는 그의 음성이 씁쓸하게 들렸다.

"정말 원하는 건, 이번 생에서 해야 해." -p, 240~241

 

 

"…내가 전에 했던 말 기억해요? 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놓지도 않고 끌어안고 손 붙잡고 다닐 거라고. 내 여자한테는 그럴 거라고."

진솔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엉큼한 놈 아닌데… 오늘 종일 당신 만졌어요. 인사동 찻집에서도 어깨에 팔 두르고, 여기서도 껴안고, 나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갔어."

건은 낮게 한숨을 쉬더니 진솔에게서 조금 떨어져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렸다.

"요즘 항상 같이 지냈죠. 낮엔 일터에서 만나고, 퇴근하면 둘이 시간 보내고. 당신 원고 쓸 시간까지 뺏는 줄 알면서. 오늘 아침도 오피스텔을 나올 때부터… 진솔 씨 하고 싶었던 거, 하나는 같이 해주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 다이어리에 적혀 있던 것 중에서, 젠장."

그는 조금 쓸쓸하게 웃었다. 그녀를 돌아보지 않은 채.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게 사랑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이야." 

진솔에게 이슬같이 눈물이 맺혔다. 사랑이 뭔지는 몰라도… 사랑 아니면 또 뭐란 말인가. 사랑이 아니면. -p, 243~244

 

 

어둠이 짙은 유리창 너머 카페촌의 불빛들을 응시하면서 진솔은 멍하니 생각했다. 웬일인지 올겨울엔 마지막인 것들이 많다고. 잘 봐둬야지. 낡은 역사도, 사라질 기차도. 그리고 올겨울 그 마지막 풍경을 그와 함께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추억이란, 사라지는 풍경이란, 그 자체로만 남는 것은 아니니까. 그때 함께한 사람으로 인해 남는 것이기도 하니까. -p, 290

 

 

"사람이 말이디… 제 나이 서른을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 거이다. 고쳐지디 않아요."

진솔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 이렇게 생각하라우. 저눔이 못 갖고 있는 부분을 내래 보태줘서리 쓴다… 이렇게 말이디." -p, 364 

 

 

"당신 말이 맞아. 나, 그렇게 대단한 놈 아니고… 내가 한 여자의 쓸쓸함을 모조리 구원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아. 내가 옆에 있어도 당신은 외로울 수 있고, 우울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는 데 사랑이 전부는 아닐 테니까. 그런데…."

진솔은 눈물이 그렁한 채 건의 품에 얼굴을 묻고 듣고 있었다.

"그날 빈소에서, 나 나쁜 놈이었어요. 내내 당신만 생각났어. 할아버지 앞에서 공진솔 보고 싶단 생각만 했어요. 뛰쳐나와서 당신 보러 가고 싶었는데… 정신 차려라, 꾹 참고 있었는데…."

그의 속삭이는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머리와 이마에 닿아 스쳐갔다.

"갑자기 당신이 문 앞에 서 있었어요. 그럴 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 같잖아." -p, 408

 

 

 






아. 오빠가 추천해 준 맥주는 훌륭했다. 혼자 홀짝홀짝 마시는 캔맥주는 다 못마시고 버리기 일쑤였는데 이건 양이 어마어마했음에도 포스팅이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 다 마셨다. 입에 남는 잔향도 좋았고 적당히 알딸딸한게 오늘은 눕자마자 잠이 잘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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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 옆 맛집 - 볼거리 먹을거리 콕 집어 떠나는
유은영.민혜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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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벚꽃이 어찌나 예쁘게 피었던지, 집에만 있기 좋아하는 집순이인 저도 밖에 나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해요.


전 전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유명한 전주 한옥마을에 지겹도록 드나들 수 있지만

이상하게 한옥마을은 잘 안찾게 되더라구요. 이런게 가진자의 여유인건가


그래서 먼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여행을 갈 때마다 어디가 좋은지, 어디서 밥을 먹는게 맛있는지 생각을 안하고 가는 경우가 많아

낭패 본 적, 저만 있는거 아니지요...?







저같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맘에 쏙 든 책을 소개해드릴게요.


<명소 옆 맛집> 이라는 이 책은 대한민국의 많은 여행지와 그곳에서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여행을 업으로 삼은 두 분이 많은 사람들에게 받은 질문들.


'어디에 가면 좋을까?'

'어느 집이 맛있나?'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안내서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책이 만들어지게 되었네요. 







각 지역별 베스트 여행지, 맛집, 여행 코스, 여행 스폿 정보, 숨겨진 명소 등

정말 발품을 팔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많은 정보들이 담겨있어요.

솔직히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광고가 다수이고 믿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잖아요.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심지어 제주도까지.


다만 저에게 아쉬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제가 살고 있는 전라도 전주의 명소, 맛집이 소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전주에도 맛집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전주 맛집은 제가 찬찬히 따로 소개해드리는걸로!!!)


moon_and_james-23






이 책의 내용을 다 소개해드릴 수는 없기에

저희 엄마의 고향인 남원 부분을 살펴보았어요 !


제가 다른 곳은 몰라도 남원은 엄마 따라 질리도록 다녔지요.









하, 군침돌지요?


이렇게 맛집에 대한 소개가 자세하게 나와 있음은 물론이고.







남원에서 꼭 들러야 할 명소도 이렇게 자세히 나와있답니다.


주소, 전화번호까지 나와있는 친절한 안내서♥







여자들이라면 눈 돌아가는 주전부리들, 전국의 주전부리 베스트 10가지를 소개하고 있는 페이지가 있답니다.


밥 배, 간식 배 따로 알잖아요 다들?


moon_and_james-71

그리고... 오빠랑 같이, 여자친구랑 같이 가지 않는.. 홀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혼자가도 좋은 맛집 베스트까지 있어요. 친절하지요..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 얼른 놀러가서 바람도 쐬고, 맛난거 먹으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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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보이즘 - 나는 대한민국 로봇 휴보다
전승민 지음, 오준호 감수 / Mid(엠아이디)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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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요즘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유행이잖아요. 연산장치인 컴퓨터가 어떻게 지능을 가질 수가 있습니까?”

“아 그거? 쉬워. 이프 엘스(if else) 쓰면 되지.” -p, 258



위의 농담을 이해할 수 있으시겠어요?

전 작년부터 문헌정보학과를 복수전공하며 IT 쪽에 대해 공부를 한 터라 저 농담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만약 1년 전이었더라면 전 저 농담을 보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을거에요.



제가 이 책을 소개해드리기 전, 먼저 저렇게 겁을 드리는 이유는 '이 책은 저런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읽을 수 없어요.'라고 말하고 싶은게 아니라

'저런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 농담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부분에서 저자가 대학교 2학년 때, 교수님께 인공지능에 대해 질문했던, 하지만 저자도 저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던 일화를 소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감성적이 되어야만 할 것 같은 카페에 앉아서 이성적인 책을 읽으려니 힘들었지만, 로봇 휴보에 대해 이처럼 자세하고 쉽게 알려주는 책이 또 있을까요?



이 책의 저자는 1년차 새내기 기자 시절부터 인간형 로봇 휴보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셨다고 해요.

'로봇에 대한 취재만큼은 져선 안 된다'라는 목표 하나로 휴보와 관련된 수많은 해설기사를 작성하고, 틈만 나면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연구팀을 드나들었고,

이런 '휴보 사랑'은 로봇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이어져 로봇의 개발 과정, 로봇의 구조와 작동 원리가 궁금해지는 등 이런 호기심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며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저술 활동을 통해 가슴 속에 담아왔던 휴보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놓기 위해 집필을 시작했다는 저자.

이런 마음으로 쓰여진 책이니 얼마나 휴보에 대한 정보가 가득할지 보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휴보와 함께 전국 콘서트에 나선 김장훈 씨는 이듬해인 2007년 콘서트 도중 얻은 수익금 전액을 휴보연구실에 기증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p, 37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로, '휴보'에 대해선 단지 인간형 로봇으로만 생각해왔었는데 이런 휴보 기술을 이용해 가수 '김장훈'의 무대를 만들었다고 해요.

사방으로 빙글빙글 돌아가고 기울어지는 원형 무대와 2단으로 팔을 펼쳐 무대 위에 탄 가수를 관객들의 머리 위로 보내주거나 공중에서 맴도는 등의 연출이 가능한 듀얼 크레인,

단지 무대 장치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었는데 휴보 기술을 이용했다고 하니 새로워보여요.









로봇에 대한 영화를 많이 보고 즐겨 보았지만 인간의 감정을 지닌 로봇에 대해 주로 다루는 로봇영화의 특성 때문인지 로봇 영화를 보고 난 후엔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가져서 지구를 정복하면 어떡하지?'하는 황당한 생각만 했을 뿐, 정작 우리나라의 로봇 '휴보'에 대해서도, 아니 로봇이라는 그 자체에 대해서도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 발과 두 팔이 달린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친구를 만들어 내고 싶다는 기본적인 바람, 그리고 사람 대신 위험하고 다양한 일을 척척 해 낼 수 있는 만능 기계장치를 만들겠다는 욕심. 그 본능과 필요를 좇아 과학자들은 오늘도 인간형 로봇 개발에 열심입니다. -p, 43


로봇은 이미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흥미진진한 볼거리 수준이 아니다. 사회 구조와 세상의 틀을 바꿀 ‘인간의 친구’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p, 269



'휴보'와 같이 로봇이 인간처럼 두 팔과 두 발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려고 하는 이유는 인간을 돕기 위해서라고 해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재난현장에 로봇이 투입되어 사람을 돕거나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로봇이 해주는 등,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니, 이유를 알고 나니 로봇에 대한 흥미가 생기는 듯 합니다.








현재 공식적으로 인간형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뿐이다. -p, 229


인간형 로봇은 이런 기술의 ‘끝판왕’을 요구한다. 보통 관절만 30~40개가 들어가고, 이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관절 하나하나마다 1~3개 정도의 액추에이터가 연결돼야 한다. 그러려면 각각의 액추에이터를 제어하기 위해 로봇 속에 전자회로 기판만 수십 장이 들어가야 한다. 여기 연결되는 전선의 숫자는 미처 다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 중 하나만 잘못돼도 로봇은 맥을 잃고 주저앉는다. -p, 274


인간형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엄청난 노력과 기술이 필요해요. 이처럼 힘든 일을 가능할 수 있게 해주신 오준호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도 알 수 있었습니다.


딱딱할 것만 같았던 '휴보'에 대한 이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휴보 뿐만이 아니라 '로봇' 그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흥미가 없다면 책을 접하는 것조차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약간의 흥미가 있으시다면 가볍게 다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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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아빠가 돼서 - 아빠, 그 애잔한 존재들에 대하여
유승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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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멋진 남자가 아니다. 세상에 오직 한 사람, 내가 선택한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멋진 남자다. 내 자식의 엄마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으로 멋진 아빠다. 아빠라면,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내 아들이 보고 있다. 내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p, 93

아빠나 아들 중에 어느 한쪽이 세상을 떠난 다음에야 그 사랑을 느낀다면 이는 너무 늦다. 살아 있을 때, 내 눈에 보일 때, 그때 소통해야 한다. -p, 187

가족이란 시간을 나누는 관계다. 시간이란 곧 생명이다. 시간을 나누는 것은 피를 나누는 것과 같다. 같이 먹고 마시고 잠을 자고 웃고 울고 떠들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고 그렇게 함께한 시간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p, 278

 

 

 

 

 

 

남자친구와 ‘아빠 어디가?’에 대해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난 나중에 아들을 낳으면 성동일같은 아빠가 될거야.”

“왜?”

“엄할 땐 엄해야 버릇이 안나빠지지.”

자세한 대화 내용은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으로, 평소에 전 이종혁 같은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기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의견에 심히 당황을 했었지요. 이렇게 사람들마다 각각 자신이 원하는 아빠에 대한 이미지가 있나봅니다.

요즘은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빠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지요. 그저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말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중에 내 아이에겐 저런 아빠가, 나에겐 저런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런 ‘좋은 아빠 신드롬’ 때문인지 요즘은 책도 엄마에 대한 내용보다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에 대해 다루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어쩌다보니 육아에 관련된 책을 서평 활동을 통해 많이 접하게 되네요.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엔 제가 찾아읽게 될 책들을 미리 읽어둔다는 생각으로 읽곤 합니다.

12편의 소설과 12편의 영화, 총 24편의 작품을 통해 이 작품들에 등장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 <가시고기>에 나오는 아빠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고 소설 <홍어>에 등장하는 아빠는 아내와 자식을 버린 채 밖으로 떠돌고,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아빠는 딸을 구하기 위해 괴물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세상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아빠의 모습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모습의 아빠들이 존재합니다. 전 나중에 제 곁에 자식들로부터 ‘아빠 딸로, 아들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남편이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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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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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말이 적힌 카드가 눈에 띄었다. ‘오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이라는 시간의 무한한 가능성―갑자기 하늘에서 돈벼락을 맞을 수도 있고, 떠나간 애인이 “내가 잘못했어”하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드디어 한반도가 통일되었다는 저녁 뉴스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무심히 길을 가다 고층 건물에서 떨어지는 벽돌에 맞을 수도 있고, 아무리 믿기지 않아도 눈앞엥서 110층짜리 고층 건물이 삽시간에 무너질 수도 있고, ‘암’은 남의 이야기라는 듯, 잘난 척하며 살던 장영희가 어느 날 갑자기 암에 걸려 죽을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p, 59

 

 

 

문득,

'오늘'이라는 귀중한 하루를 어떻게 보냈나 생각을 하니 부끄러워졌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라는 총평이 담긴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은지 딱 일주일이 된 오늘까지.

전 매일매일 느지막히 일어났고 느지막히 잠들었으며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지 못했으며

책 읽는 일에조차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네요.

이 책의 저자이신 故 장영희 교수님은 목발이 없으면 걷기 힘드실 정도로 몸이 불편하신 분이셨고,

그렇게 끔찍하다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하루하루를 귀중하게 생각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계시던 분이셨습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라는 말이 있지요.

이 말에 콧방귀를 뀌곤 하던 저였는데 최근에 이 책과 더불어 서핑을 하다가 알게 된 자료를 보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를 낭만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제가, 우리가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경험을 통해서 나는 절망과 희망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 넘어져서 주저앉기보다는 차라리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배웠다. -p, 20

영국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은 말했단다. “사랑하고 잃는 것이 사랑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It is better to have loved and lost than not to have loved at all)” 라고.

이렇게 사랑은 버리고 버림받고 만나고 헤어지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인가 보다. 때로는 사랑에 상처받고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어림도 없는 일, 어느덧 다시 그 흐름에 휩쓸린다. -p, 46

‘내일’과 같이 짧은 시간 후에 다시 볼 수 있다면 헤어지는 마음이 덜 아쉽겠지요.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영겁 속에서 하루는, 1년은, 아니 한 사람의 생애는 너무나 짧은데, 그럼에도 우리는 먼저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내일 봐요”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인지요. -p, 51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의 삶을 마무리하고 떠날 때 그들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못 다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 우리도 그들의 뒤를 따를 때까지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그리고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p, 52

마크 트웨인의 말이 적힌 카드가 눈에 띄었다. ‘오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이라는 시간의 무한한 가능성―갑자기 하늘에서 돈벼락을 맞을 수도 있고, 떠나간 애인이 “내가 잘못했어”하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드디어 한반도가 통일되었다는 저녁 뉴스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무심히 길을 가다 고층 건물에서 떨어지는 벽돌에 맞을 수도 있고, 아무리 믿기지 않아도 눈앞엥서 110층짜리 고층 건물이 삽시간에 무너질 수도 있고, ‘암’은 남의 이야기라는 듯, 잘난 척하며 살던 장영희가 어느 날 갑자기 암에 걸려 죽을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p, 59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면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늘 반반의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열심히 살아간다. -p, 61

미국 소설가 앰브로즈 비어스는 ‘입은 남자에게는 영혼으로 들어가는 문이요, 여자에게는 마음이 나오는 문이다’라고 했다. -p, 93

나는 가만히 누워 하염없이 천장 벽지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책을 보다 졸거나 창밖을 보고 몽상에 잠기며 시간을 낭비해도 별로 죄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죄의식은커녕 제발 그런 시간이 오기를 고대한다. -p, 107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인데, 사람이면 누구나 다 메고 다니는 운명자루가 있고, 그 속에는 저마다 각기 똑같은 수의 검은 돌과 흰 돌이 들어 있다더구나. 검은 돌은 불운, 흰 돌은 행운을 상징하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일은 이 돌들을 하나씩 꺼내는 과정이란다. 그래서 삶은 어떤 때는 예기치 못한 불운에 좌절하여 넘어지고, 또 어떤 때는 크든 작든 행운을 맞이하여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서는 작은 드라마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아마 너는 네 운명자루에서 검은 돌을 몇 개 먼저 꺼낸 모양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남보다 더 큰 네 몫의 행복이 분명히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p, 115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라는 것이다. 명품 핸드백에도 시시한 잡동사니가 가득 들었을 수 있고 비닐봉지에도 금덩어리가 담겨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말을 해봤자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이상한 궤변 말라고 욕이나 먹겠지만, 내가 살아 보니까 그렇다는 말이다. -p, 119

내가 살아 보니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 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내 인생을 잘게 조각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p, 120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p, 121

괜찮아―난 지금도 이 말을 들으면 괜히 가슴이 찡해진다. 2002년 월드컵 4강에서 독일에게 졌을 때 관중들은 선수들을 향해 외쳤다.

“괜찮아! 괜찮아!”

혼자 남아 문제를 풀다가 결국 골든벨을 울리지 못해도 친구들이 얼싸안고 말해 준다.

“괜찮아! 괜찮아!”

‘그만하면 참 잘했다’고 용기를 복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려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p, 132

뼈만 추리면 산다―성품이 온화한 어머니에게 어울리지 않는 과격한 말씀이다 싶어 슬며시 웃음이 났지만 얼핏 그것이 어머니의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운명이 뒤통수를 쳐서 살을 다 깎아 먹고 뼈만 남는다 해도 울지 마라, 기본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살이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시간에 차라리 뼈나 제대로 추려라. 그게 살 길이다. -p, 141

영작문을 가르칠 때 나는 미국의 유명한 수필가인 E. B. 화이트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글을 잘 쓰는 비결에 대해 ‘인류나 인간(Man)에 대해 쓰지 말고 한 사람(man)에 대해 쓰는 것’이라고 했다. 즉 거창하고 추상적인 이론이나 일반론은 설득력이 없고, 각 개인이 삶에서 겪는 드라마나 애환에 대해 쓸 때에만 독자들의 동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p, 156

창가의 나무는 계절의 순환에 따라 사는 순명을 가르친다. 봄에는 소생의 기쁨을, 여름에는 성장의 보람과 생명력을, 가을에는 희생과 성숙을 그리고 겨울에는 인내와 기다림을 가르친다. -p, 161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말한다.

“이름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는 것은 그 어떤 이름으로라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을.”

맞다. 향기 없는 이름이 아니라 향기 없는 사람이 문제다. -p, 187

어떤 여자가 중병에 걸려 한동안 무의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 세상과 저세상의 경계선을 방황하고 있는데 갑자기 몸이 위로 붕 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딱히 설명할 수 없지만 그녀는 자신이 하느님 앞에 서있다고 확신했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디선가 근엄하면서도 온화한 목소리만 들렸다.

“너는 누구냐?”

“저는 쿠퍼 부인입니다. 시장의 안사람이지요.”

“네 남편이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목소리가 다시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너는 누구냐?”

“저는 제니와 피터의 어미입니다.”

“네가 누구의 어미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저는 선생입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너의 직업이 무어냐고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목소리와 여자는 묻고 대답하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여자가 무슨 말을 하든지 목소리의 주인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너는 누구냐?”

다시 여자가 대답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네 종교가 무언지 묻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저는 매일 교회에 다녔고 남편을 잘 내조했고,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나는 네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네가 누구인지 물었다.”

결국 여자는 시험에 실패한 모양이었다. 다시 이 세상으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병이 나은 다음 그녀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p, 194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지금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나는 이 모든 질문에 선뜻 대답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삶에 만족하는가? 그것조차 모르겠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나는 이제껏 나만 보고 살았는데, 열심히 나를 지키고,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나만을 보살피며 살았는데,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p,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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