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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보이즘 - 나는 대한민국 로봇 휴보다
전승민 지음, 오준호 감수 / Mid(엠아이디)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요즘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유행이잖아요. 연산장치인 컴퓨터가 어떻게 지능을
가질 수가 있습니까?”
“아 그거? 쉬워. 이프 엘스(if else) 쓰면 되지.” -p, 258
위의 농담을 이해할 수 있으시겠어요?
전 작년부터 문헌정보학과를 복수전공하며 IT 쪽에 대해 공부를 한 터라 저 농담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만약 1년 전이었더라면 전 저 농담을
보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을거에요.
제가 이 책을 소개해드리기 전, 먼저 저렇게 겁을 드리는 이유는 '이 책은 저런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읽을 수 없어요.'라고
말하고 싶은게 아니라
'저런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 농담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부분에서 저자가 대학교 2학년 때, 교수님께 인공지능에 대해 질문했던, 하지만 저자도 저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던 일화를 소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감성적이 되어야만 할 것 같은 카페에 앉아서 이성적인 책을 읽으려니 힘들었지만, 로봇 휴보에 대해 이처럼 자세하고 쉽게 알려주는 책이 또
있을까요?
이 책의 저자는 1년차 새내기 기자 시절부터 인간형 로봇 휴보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셨다고 해요.
'로봇에 대한 취재만큼은 져선 안 된다'라는 목표 하나로 휴보와 관련된 수많은 해설기사를 작성하고, 틈만 나면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연구팀을 드나들었고,
이런 '휴보 사랑'은 로봇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이어져 로봇의 개발 과정, 로봇의 구조와 작동 원리가 궁금해지는 등 이런 호기심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며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저술 활동을 통해 가슴 속에 담아왔던 휴보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놓기 위해 집필을 시작했다는 저자.
이런 마음으로 쓰여진 책이니 얼마나 휴보에 대한 정보가 가득할지 보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휴보와 함께 전국 콘서트에 나선 김장훈 씨는 이듬해인 2007년 콘서트 도중 얻은 수익금 전액을 휴보연구실에 기증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p, 37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로, '휴보'에 대해선 단지 인간형 로봇으로만 생각해왔었는데 이런 휴보 기술을 이용해 가수
'김장훈'의 무대를 만들었다고 해요.
사방으로 빙글빙글 돌아가고 기울어지는 원형 무대와 2단으로 팔을 펼쳐 무대 위에 탄 가수를 관객들의 머리 위로 보내주거나 공중에서 맴도는
등의 연출이 가능한 듀얼 크레인,
단지 무대 장치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었는데 휴보 기술을 이용했다고 하니 새로워보여요.

로봇에 대한 영화를 많이 보고 즐겨 보았지만 인간의 감정을 지닌 로봇에 대해 주로 다루는 로봇영화의 특성 때문인지 로봇 영화를 보고 난
후엔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가져서 지구를 정복하면 어떡하지?'하는 황당한 생각만 했을 뿐, 정작 우리나라의 로봇 '휴보'에 대해서도, 아니
로봇이라는 그 자체에 대해서도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 발과 두 팔이 달린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친구를
만들어 내고 싶다는 기본적인 바람, 그리고 사람 대신 위험하고 다양한 일을 척척 해 낼 수 있는 만능 기계장치를 만들겠다는 욕심. 그 본능과
필요를 좇아 과학자들은 오늘도 인간형 로봇 개발에 열심입니다. -p, 43
로봇은 이미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흥미진진한 볼거리 수준이 아니다. 사회 구조와 세상의 틀을
바꿀 ‘인간의 친구’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p, 269
'휴보'와 같이 로봇이 인간처럼 두 팔과 두 발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려고 하는 이유는 인간을 돕기 위해서라고 해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재난현장에 로봇이 투입되어 사람을 돕거나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로봇이 해주는 등,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니, 이유를 알고 나니 로봇에 대한 흥미가 생기는 듯 합니다.

현재 공식적으로 인간형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뿐이다. -p,
229
인간형 로봇은 이런 기술의 ‘끝판왕’을 요구한다. 보통 관절만 30~40개가 들어가고, 이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관절 하나하나마다 1~3개 정도의 액추에이터가 연결돼야 한다. 그러려면 각각의 액추에이터를 제어하기 위해 로봇 속에 전자회로 기판만
수십 장이 들어가야 한다. 여기 연결되는 전선의 숫자는 미처 다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 중 하나만 잘못돼도 로봇은 맥을 잃고 주저앉는다. -p,
274
인간형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엄청난 노력과 기술이 필요해요. 이처럼 힘든 일을 가능할 수 있게 해주신 오준호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도
알 수 있었습니다.
딱딱할 것만 같았던 '휴보'에 대한 이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휴보 뿐만이 아니라 '로봇' 그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흥미가 없다면 책을 접하는 것조차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약간의 흥미가 있으시다면 가볍게 다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