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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분 1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사회에서는 어느 때부턴가 "왕따"라는 신조어를 쓰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은 있었겠지만 언론과 어른들을 통해서 오히려 그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을 지칭하는 언어로 자리매김하면서 더욱 왕따문제는 심각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몇 년 전 한 동양인의 사회에서 받은 차별과 멸시,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총기난사를 일으켰던 인물을 기억하고 있다.
처음에는 미국이라는 먼나라 일이라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주범이 "조승희"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 2세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한국사회는 한동안 충격에 빠졌었다.
주범이 왜 그런일을 벌이게 되었나라는 관점보다는 한국인으로서 가지게 되는 죄송함과 미안함이 더 컸을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미국이나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걱정하기도 했고, 사망자들에 대한 애도와 언론에서도 꾸준히 사건 이후의 소식을 전했었다.
이 소설은 실제로 있었던 학교 내 총기난사 사건을 소재로 했다.
시끌벅적하지도 너무 조용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시골마을인 뉴햄프셔주.
평범한 뉴햄프셔주의 스털링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면서 마을은 전쟁터를 방불케하게 된다.
19분 동안 짧은 순간에 9명의 학생들과 1명의 선생님 죽고, 19명이 부상을 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평범한 시골마을의 평화를 깨버린 총기난사의 주범은 아주 평범하다 못해 순해 보이는 다소 마른체격의 안경을 낀 피터라는 열일곱살의 소년이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어느 한명의 시점이 아닌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풀어 나간다.
피터가 총기난사를 일으킨 시점에서 과거로 돌아가서 왜 피커가 그렇게 했는지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여준다.
유치원 첫 등교하는 날부터 시작된 놀림과 따돌림이 고등학생이 된 열일곱살까지 이어져 온 끔찍한 학교생활.
잘나가는 형에 비해 초라한 자신을 돌이켜 볼 때, 부모님에게는 자신의 힘든 학교생활이나 일상을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단짝이었고 피터를 든든하게 지켜주었던 조지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믿었던 조지마져 다른아이들과 어울리면서 피터를 따돌리는데 일조를 하게되자, 세상의 외톨이가된 느낌이 점점 더 커져가는 피터.
그런 피터는 자신의 마음과 진심을 다해 조지에게 쓴 이메일이 누군가의 장난으로 인해 전교생에게 스팸메일로 전달이 되자, 더이상은 참지 못하고 10여년 동안의 설움과 아픔을 19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에 있어서는 안될 일을 벌이게 된다.
19분이라는 이 짧은 순간에 어떤 이는 책을 읽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고, 어떤 이는 무의미하게 보내고, 어떤 이는 정신없이 일하고... 각자의 다양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피터에겐 그 19분이 열일곱살이 될 때까지 받아 온 멸시와 괴롭힘에 대한 표출의 시간이었고, 죽은 이들에게는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이고, 다치거나 목격한 사람들에겐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항상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피해자고, 자신만 힘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보면 내가 가해자고 다른 사람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피터역시 결론만 놓고 보자면 10명을 죽이고 19명을 다치게한 가해자이지면, 그 이전에는 따돌림을 당하는 피해자였던 것이다. 죽은 아이들 역시 피해자지만 그 이전에는 따돌리고 괴롭히는 가해자였다.
피터를 남들이 볼 땐 흉악범이지만 그 부모님이나 그를 아는 사람들이 볼 땐 평범하고 착한 아들인 것이다.
피터의 부모님 역시 19분 전만해도 평범한 삶을 사는 소시민이었지만 가해자의 부모가 되어 갑자기 가해자로 보여지게 되고, 힘든생활을 하게되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나 차별이 주는 또 다른 피해자가 아닌가 한다.
힘들어하는 피터에게 누군가 따뜻하게 관심 갖아주고, 조금만 주의깊게 봤더라면 끔찍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피해자나 가해자의 한쪽 입장이 아닌 여러 다양한 시각에서 이야기를 펼쳐간다.
그로인해 흉악범으로 비춰질 수있는 가해자인 피터의 입장을 독자로 하여금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2권의 다소 긴 분량이긴 하지만, 많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 왕따나 학교폭력, 어른들과 언론,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의 편견 등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따돌림을 당하는 피해학생이나 따돌리는 가해학생들 모두 함께 읽어봤으면 한다.
인생을 살아갈 때 내가 아니어도 다른사람이 하겠지하는 무관심보다는 조금 더 남을 배려해주고,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조금 더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이왕이면 도움도 주면서 평범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
누군가에게 쉽게 했던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