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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마지막 한숨 -상 - 세계현대작가선 2
살만 루시디 지음, 오승아 옮김 / 문학세계사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참으로 매혹적인 작품이다.
인도라는 나라는 풍부한 신화와 종교의 전통을 지금껏 흐트러뜨리지 않고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모든 인간 오욕과 갈등의 용광로로 상징되는 나라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바로 <무어의 마지막 한숨>이다. 물론 한 가족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그 구성원 하나 하나의 유명세와 영향력이 무척 크기는 하다.
기업가 아버지인 아브라함 조호비와 카리스마 넘치는 화가인 어머니 오로라 다 가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무어 조호비라는 인물들은 인도라는 나라의 모든 문제적인 인간형을 집약시켜 놓은 듯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매혹적이기도 하다. 특히 오로라 다 가마라는 인물은 불같이 뜨겁다가도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광적으로 미워하다가도 바다처럼 포용하는, 마치 살아있는 시바와 같은 어머니 상을 보여주고 있다. 결코 자애롭거나 희생하는 전형적인 어머니상이 아닌, 투쟁하고 쟁취하며 격정적으로 사랑하는 어머니인 것이다.
그리고 집안의 가장으로는 한없이 무능력하면서도 사업가로는 그럴 수 없이 음흉하고 유능한 아버지 아브라함 조호비는 제3세계인 권력의 부정적인 전형, 욕망하고 부패했으며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씁쓸한 우리의 자화상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무어야 말로 '서양의 100년을 10년으로 압축한 한강의 기적'이라는 모토를 그 한 몸에 체현한, 제3세계 근대화가 낳은 부작용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이 작품을 읽는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세계인들에 비해 한층 더 복잡하고 이그러졌으며 파괴적인 우리들의 삶이 여과없이 드러나 있다.
나는 친구의 권유로 이 책을 빌려 봤다가 나중에 이 책을 직접 구입해서 다시 또 읽었다. 매혹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살아있는 인물들의 세계에 푹 빠져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