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쓸쓸한 전화 시작시인선 10
한명희 지음 / 천년의시작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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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를 쓰는 것에 있어서 솔직함은 하나의 무기가 된다. 하지만 장점이 되는 만큼 그것은 단점이 될 수 있는 위험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한명희는 솔직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혹은 느끼고 있는 고독함과 독기를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연민의 시선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시적으로 얼만큼 형상화되었는가, 시적 의미를 얼만큼 획득하였는가는 다른 문제다.
  하지만 이런 솔직함은 사람에게 커다란 감동을 줄 수 있다. 읽는 동안 가슴이 짜안 해지게 만드는 요소가 충분하다. 문제는 이런 감동이 두 번째 읽을 때는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시인이 가지고 있는 연민의 시선은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향하기도 한다. 자기연민에 빠지는 시선은 처음은 그냥 넘어가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시인의 푸념을 들어주고 있는 것 같아서 맥이 빠지기도 한다.
  이런 연민의 시선을 '모성성'으로 보고 시집 해설에서 이승원씨가 극찬을 했다. 모성성을 반대하는 페미니즘은 악이다, 라고까지 부르짖었다. 시인에게 있어서 여성적 욕구는 곧 모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의 섹스에의 욕망은 / 오르가슴의 욕망이 아니라 / 젖꼭지를 물리고픈 욕망이다(「나는 여자로 프로그래밍되었다」中)' 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기까지 하다. 모성성이 일부 페미니즘 담론에서 앞으로 페미니즘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시선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획득하고 있는데, 어머니적 시선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제어해버린다면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사회에서 약자인 여성이고, 문단에서 소수인 마이너리티에 있는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시선이기 때문에 나온 시선일지도 모른다. 강자의 입장에서가 아닌 같은 약자의 입장에서 소수자에 대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만큼 다음 시집에서는 어떻게 변모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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