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한다는 착각 - 멸종에서 살아남은 일곱 동물의 반격
프랑크 베스테르만 지음, 정신재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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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침묵하지 않는다”

나는 까칠한 냥이를 모시고 사는 집사이고 평소에 제일 좋아하는 TV 프로가 동물농장일 정도로 동물을 사랑한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곰이 위기에 처하는 등의 내용이 나오면 가슴이 찢어진다. 이렇게 동물을 좋아하거니와 다큐멘터리 형식의 책이라는 소개 글을 보고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추천사 ‘동물의 시선으로 해체한 인간의 세계’에서처럼 동물이 바라본 인간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자인 프랑크 베스테르만은 저널리스트로 탄탄한 현장 취재력을 바탕으로 개인적 서사와 역사적 사건을 촘촘히 엮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일각돌고래, 노르웨이레밍, 뱀장어, 흑기러기, 북극곰, 순록, 왕게 등 일곱 종의 동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면서 동시에 16세기 탐험가인 바렌츠의 북극 항해기를 연재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탐험 세계를 능숙하게 이어준다. 서로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동물 이야기와 탐험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물을 그저 단순한 관찰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그의 관점은 바로 “인간이 동물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가?”이다. 어떤 종은 인간의 무자비한 개발과 남획으로 서식지를 잃고 다른 종은 기후 변화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이동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은 북극곰은 인간의 거주지 가까이 내려오게 되고 뱀장어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는다. 인간은 어쩌면 우리에게 맞게 자연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저자의 방식이 나에게는 매우 독특하게 다가왔다. 위기에 놓인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무거운 어조는 아니다. 예를 들어서 위에 사례를 들었던 북극곰의 경우 곰에게 끔찍하게 당한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북극 현장을 찾아가서 직접 자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사람들을 만나고 역사 속 기록들을 뒤지면서 한 편의 모험담처럼 풀어낸다. 독자들은 위태로운 환경 문제라는 것을 잊은 채 책 속에 빠져드는 와중에 경각심을 얻게 되는 구조이다.

이 책은 서사가 길다던가 이야기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은 아니다. 7마리의 다른 동물들 이야기와 과거 바렌츠의 항해 일지 그리고 자신의 일화와 경험담이 섞이면서 뭔가 산만한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어조는 가볍지만 전달되는 정보량이 많기에 그냥 가볍게 읽히는 책도 아니다. 그러나 이 책 <공존한다는 착각>은 새로운 눈으로 동물을 바라보게 해준다. 또한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이 자연에 적응해 온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에 적응해 온 것은 아닐까? 역사와 환경, 탐험과 과학이 아주 잘 섞여서 재미있는 교양서적이 나온 것 같다. 모두에게 추천하고픈 책 <공존한다는 착각>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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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 인간의 비합리성을 밝혀낸 행동경제학, 그 시작과 완성
리처드 탈러.알렉스 이마스 지음, 임경은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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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기술 자본주의 속 시장의 혼란을 꿰뚫는

압도적이고 시의적인 행동경제학의 최종 선언

우리는 가끔 주식 투자에서 손절을 제때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버틴다. 그리고 헬스장 연간 회원권이 더 경제적이라는 말에 혹해서 등록하고는 몇 번 가지도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 이렇듯 스스로는 꽤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지만 현실에서의 선택은 논리적인 생각에 기대기 보다는 그때 그때의 감정에 치우쳐버린다. 우리는 왜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행동할까? 의지가 약해서일까 아니면 인간이란 본래 그런 존재인 건가?

이 책이 33년 만의 개정판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저자의 머리말에는 전통적인 경제학에 회의를 느낀 저자가 심리학이나 사회과학의 통찰력을 접목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역시 베스트셀러와 같은 뛰어난 작품은 누군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인간이 경제학 교과서 속의 ‘합리적인 인간’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초판에서는 도발적이었으나 30여년이 지난 지금, 이제 행동경제학은 투자와 소비 그리고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 책의 제목인 ‘승자의 저주’는 경매에서 낙찰을 받고도 실망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말하자면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낸 사람이 오히려 가장 큰 손해를 보는 현살을 말한다. 말하자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욕심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무리하게 투자를 한다던가, 이미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서 잘못된 선택을 계속 이어가는 사람들... 따라서 승자의 저주란 단순히 경매 이론이 아니라 인간의 경쟁심이 만드어낸 덫이다.

책 속에는 손실 회피나 보유 효과 같은 행동 경제학을 대표하는 개념들이 가득하다. 놀라운 점은, 인간의 비합리성과 같은 심리가 단순한 실수이기 보다는 반복적인 패턴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수익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는 잃었을 때의 고통이 더욱 더 심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는 실제 가치 이상을 부여한다. 그리고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는 눈 앞의 만족이 더 중요한 인간들.. 평범한 사람 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수조원을 주무르는 금융가의 엘리트들 마저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다고 하니 결국 인간 자체가 비합리적으로 태어난게 아닌가 싶다.

책 <승자의 저주>는 경제학 책이지만 인간 심리를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은 숫자로 움직이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 두려움, 그리고 기대와 후회 등이 숫자를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경제학 이론을 설명하며 동시에 비합리적인 인간 심리와 그런 심리에 기초한 선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식과 코인 시장의 광풍, 소비자 심리, 행동 경제학이란게 도대체 뭔지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인간의 반복적인 실수를 설명해줄 것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려고 펼쳐든 책이 인간 심리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책 <승자의 저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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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씽킹 - 제멋대로 이어지는 생각의 루프에서 벗어나는 법
벳시 홈버그 지음, 윤효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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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유 없이 스스로를 다그치는 이들을 위한

가장 실용적인 사고 전환 안내서

나는 가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누군가가 생각 없이 흘린 말 한마디는 가슴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별것 아닌 실수를 곱씹으며 잠을 설치기도 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나약한 자아를 탓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 사람인 걸까? 의지가 약한 걸까? 그러나 벳시 홈버그 저자의 <오버씽킹>은 문제의 원인이 의지력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의 뇌 속에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던 어떤 시스템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 벳시 홈버그는 임상심리학자이자 인지 메커니즘의 전문가인데, 자신의 경험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남편과의 이혼을 계기로 극심한 우울과 자기비판에 시달렸던 저자. 그녀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치유의 여정을 시작한다. 왜 인간이 스스로를 이토록 괴롭히는지 궁금해진 그녀는 심리학, 뇌과학 그리고 행동과학을 파고든다. 그중에서 알아낸 것은 바로 DMN, 기본 모드 네트워크라는 신경망인데 이것은 우리가 집단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피드백을 가하는 독설가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자아’ 와 ‘내 생각’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놨다. 단지 성격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문제들, 즉 끊임없이 스스로를 비난하고 미래가 최악일 거라 상상하는 목소리들이 진짜 자아가 아니라고 한다. 이는 오랜 세월 집단 속에서의 생존을 위해 발달한 자동화한 사고 회로일 뿐. 이 책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당신은 당신의 생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내 부정적인 생각에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책이고 뇌의 경고를 그저 경고로만 받아들일 수 있게

그리고 이 책은 실용적인 가이드도 제시한다. 생각을 억지로 멈추려 하기보다는 DMN이 과도하게 활성화될 수 있는 상황을 파악한 뒤 스위치를 전환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생각 시간표”를 만들어서 걱정할 시간을 따로 정하는 법, 반복되는 생각과 거리를 두는 연습, SNS를 무조건 끊기보다는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 자신만의 생각 차단 전략을 설계하는 법 등등 지금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가 소개된다. 그리고 다양한 체크리스트와 질문지가 있어서 현재 자신의 사고 패턴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도 있다.

나는 평소에도 걱정이 아주 많은 편이라 학창 시절에는 아예 ‘worrywart(걱정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라는 영어 단어를 찾아내 스스로의 별명으로 삼은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내용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동안 나는 걱정이 많은 것이 단순히 성격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그것이 인간의 뇌가 오랫동안 생존을 위해 발달시켜 온 시스템의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오버씽킹> 은 우리가 왜 걱정과 불안, 자기 검열과 과잉 사고에 빠지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동시에 그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까지 제시한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경고 사이렌 때문에 지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 소음의 정체를 이해하고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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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의 탄생 - 신의 목소리와 인간의 응답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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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의 탄생>의 3부 <로고스>에서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중요한 표현은 역시 ‘솔라 스크립투라’와 ‘솔라 라티오’라 할 수 있다. 이 둘의 중심에 루터와 데카르트라는 인물이 있다. 저자 카렌 암스트롱은 인류가 오랫동안 신화와 상징, 의례를 통해서 세상을 이해해왔지만 종교 개혁과 계몽주의 이후에는 ‘로고스’ 즉 논리와 분석 중심의 사고가 강조된다. 종교 개혁의 핵심 구호인 ‘솔라 스크립투라’는 모든 신비주의를 거두고 오직 경전의 텍스트에만 집중하자는 태도이다.


성서적 축자주의자였던 루터는 교회의 권위보다 성경 자체를 신앙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부패한 교회를 개혁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사람들은 성격을 문자 그대로 읽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흥미롭게도 오늘날 미국의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에서 나는 이 ‘솔라 스크립투라’를 보개 된다.





반면 ‘데카르트’로 대표되는 ‘솔라 라티오’ 즉 근대의 이성 중심 사상은 좌뇌의 부활을 의미하는데 인간의 합리성과 이성을 최고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의 유명한 발언 “코기토, 에르고 숨” 즉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우리 모두 이성의 망토를 지녀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이후 뉴턴이 등장하면서 신이란 곧 우주를 장악, 통제하는 영적 존재라는 과학적 합리주의를 신봉하게 된다.


그런데 유럽이 과학의 발전과 산업 혁명으로 인해 지나치게 이성과 합리성을 추구하게 되자, 니체가 등장한다. 그는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하며 기존 종교와 가치체계가 더 이상 인간의 삶을 지탱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그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초인 사상을 제시하며 인간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종교의 가치 중 하나인 ‘만인에 대한 사랑’은 사라지고 ‘힘을 향한 의지’가 생겨난다.


<경전의 탄생>을 읽기 전에는 그저 경전이란 종교적 교리를 담은 오래된 고문서나 책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의 안내에 따라서 고대에는 그것이 좌뇌와 우뇌를 잇는 활동, 즉 노래, 암송, 의례이자 공동체가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의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그전에는 경전이란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행과도 같은 것이었다면 종교 개혁을 거치고 ‘솔라 스크립투라” 와 “솔라 라티오” 운동이 펼쳐지면서 ’경전‘은 이제 텍스트 안에 갇히게 돼버렸다.






비록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의식과도 같았던 경전이 텍스트 속에 갇히긴 했어도 나는 오늘날에도 경전이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종교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고 종교에서 하는 말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자기중심성을 넘어서서 “케노시스”를 실현하려면 종교와 경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비록 현대에 와서 변질된 면이 없진 않지만 경전이란 인간을 더욱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하게 된 질문은 뭐냐면, 종교가 어떻게 사회적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시점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케노시스‘라는 경전의 오래된 이상은 사라지고 오직 스스로에게만 집중하게 된 종교의 세속화와 개인주의화.. 이제는 좌뇌의 이성적 활동에서 벗어나서 우뇌에 뿌리를 내린 이타주의와 동정심이 간절하게 요구되는 시기가 아닐까?라는 것. 경전이 특정 종교의 소유물이 아니라 인류가 축적해 온 지혜의 보고라면 우리는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읽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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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 클래식 리이매진드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데이비드 플렁커트 그림,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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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강렬한 묘사와 상징에

간결하고 실감 나는 이미지가 더해지다!

우리는 가끔 불가사의한 인간 심리를 맞닥뜨리게 된다.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나 해고를 당했다는 이유로 가족 전체를 살해하는 가장 등등 귀신의 장난인가? 아니면 유전자에 새겨진 잔인함의 이유인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잔인함과 폭력성 그리고 죽음에의 매혹 등과 같은 불가사의한 인간 심리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읽으면 음산한 저택,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 까마귀의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 같은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내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바로 <검은 고양이>였다. 아마도 중학생 때 읽었던 것 같은데, 상당히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반전이 있는 결말 때문에 진짜로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매운맛에 중독되듯 작가의 광기와 공포에 중독되었던 것인지 이후 ‘고자질하는 심장’과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등을 찾아서 읽었던 것 같다. 어떤 이야기는 섬뜩한 범죄를, 다른 이야기는 죄책감이 인간 정신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고 또 다른 이야기는 추리소설의 기본인 논리적 추론의 재미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그의 이야기는 죽음과 광기에 집착한다.

이 책에는 그의 유명한 단편들이 실려있을 뿐만 아니라 각 이야기에 맞는 삽화와 사진들이 함께 있어서 음산함과 소름은 두 배가 된다. 특히 이 책이 좋은 이유는 그의 시도 실려있기 때문이다. 대표작에 가까운 <갈가마귀>라는 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과 공포스러운 환상에 매료되는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이 책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는 그런 작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사랑하는 분들이 꼭 읽어야 할 작품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당시 포의 문장을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실어 놨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의 기준에서는 문장이 조금 장황하고 어렵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다. 어떤 문장들은 몇 번 반복해서 읽어야 의미가 선명하게 다가온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문장들이 풍기는 느낌은 대단히 강렬하다. 도무지 이후를 예측할 수 없는 모호함과 암시가 담겨있어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불안과 집착 그리고 광기와 죽음에 대한 매혹 등이 느껴진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모아놓은 책들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삽화들이 포의 창작 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고 그의 대표작 뿐만 아니라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들까지 함께 수록되어 있기에 아주 풍성하다. 에드거 앨린 포를 이미 알고 있던 독자들에게는 새로움이라는 신선함을, 처음 포를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훌륭한 입문서가 되어줄 책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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