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해방 - 불안 과잉 시대,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는 멘탈 수업
폴커 부슈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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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우리 뇌가 상상하는 것보다 언제나 덜 드라마틱 하다."


현대인들은 살아가는 동안 몸의 건강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몸에 좋은 음식만 골라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러나 사실 우리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 건강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있다.  갈수록 인간관계는 소원해지고 직장에서는 과다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뉴스에서는 온통 사고나 사건 등 어두운 소식들만 전달되고 나의 미래는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심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는 나머지 불안장애라는 진단까지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 [걱정 해방]은 나의 삶을 좀먹는 그러한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저자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저자 폴커 부슈는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이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정신건강을 회복하여 마음의 균형과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정산과 전문의이기도 하다.   저자가 신경과학자라 그런지 이 책은 "뇌"의 본질과 "뇌"의 각 영역의 활동으로 인한 감정 변화 그리고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에 대한 해결책 등등을 다루고 있는데, 굉장히 과학적이고 전문적이다.  참고할 자료와 사례들이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며 곳곳에 유머러스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너무 어렵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가 겪는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분석한 다음 뚜렷한 해결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1장 [더 유연해지기]에서는 불확실한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안정에 집착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에는 "선조체"라는 영역이 있고, 특정 상황에서 확률을 예측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이 부분이 너무 큰 자극을 받게 되고 우리가 그것을 견디기 힘들어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특히 불확실성에 극도로 민감한 사람들은 알레르기 반응에까지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뇌가 불확실성에 직면할 때 우리는 오히려 살아있음을 느끼고, 주의 집중이나 창조성도 늘어난다고 하니 불안을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살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다.


이 책 [걱정 해방]이 굉장히 좋았던 이유는 인간이 겪는 심리적 문제를 제시하고 분석하는데 끝나는 게 아니라 실천하기 매우 쉽고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2장 [좋은 것에 집중하기]를 통해서 저자는 온라인의 발달 등으로 인해서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다량의 부정적인 뉴스 - 예를 들자면 우크라이나 전쟁, 각종 바이러스의 공격 등등 -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뇌는 유독 부정적인 뉴스에 취약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부정적인 사고의 악순환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스 소비시간제한하기, 통신 불가능 영역 설정, 나쁜 정보 공유하지 않기 등등과 같은 간단한 솔루션만으로도 우리의 정신이 정화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3장 [생각 스위치를 끄기]에서는 생각 중독을 막기 위해서 벽에 붙은 파리의 관점으로 바라보기라는 솔루션을 얻을 수 있었고, 4장 [유쾌함을 유지하기]에서는 심리적 상처 나 과도한 부정적 정보와 같은 우리의 분노를 일으키는 것으로부터 대처하기 위해서 유머를 장착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장 [자신감을 갖기]에서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가꾸는 법이 나오는데, 미래에 대한 지나친 예측이 오히려 우리의 심리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부정적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 일어난 여러 비극적 사건과 사고로 인해서 내 마음도 다소 불안에 휩싸여 있었는데, 이 책 [걱정 해방]을 읽으니 내 마음 상태에서부터 어떻게 좀 평화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시기를 함께 겪고 있는 모든 평범한 한국인들이 읽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 [걱정 해방]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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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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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디그니타스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겐 커다란 슬픔이자 고통이다. 그러나 죽음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이고 결국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음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책은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 딸의 이야기이다. 온몸에 암세포가 퍼지는 바람에 매일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던 작가의 어머니... 생전 밝고 긍정적이었던 엄마는 결국 참을 수 없는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된다. 이 책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길을, 외롭지 않게 배웅했던 딸의 아련하고도 슬픈 사모곡이다.

작가의 이름이 되게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 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SF 호러소설 [부디 너의 세상에도]를 지은 분이셨다. 기발하기도 하고 현대인에게 강렬한 메시지 전달도 하는 책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책이 참 흥미진진하구나라는 생각만 했지, 작가에게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만약에 그녀와 같은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내가 별로 효녀도 아니고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모녀관계이지만 엄마라는 특별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결코 냉정하거나 침착할 수 없을 것 같다. 엄마와 함께 디그니타스로 떠나는 그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라는 짐작밖에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작가의 엄마 조순복씨는 회갑 잔치 이후 5년이 지난 어느 날 유방암에 걸리게 된다. 그러나 평소에 씩씩했던 그녀는 힘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모두 묵묵하게 잘 견뎌낸다. 수술도 잘 되고 치료도 순조로웠기 때문에 암으로부터 해방된 줄 알았던 어느 날, 가족들은 유방암이 뼈로 전이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뼈로 전이된 암세포는 온몸을 갈아내는 듯한 심한 통증을 불러일으키고 밤에 잠도 못 자는 등 고통에 시달리던 작가의 엄마는 여러 번 딸의 감시를 피해 자살 시도를 하게 되고, 엄마의 고통을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작가는 결국 스위스에 가서 조력자살을 하겠다는 엄마의 결정에 동의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묵직한 슬픔 때문에 자꾸만 터져 나오는 눈물을 닦아야만 했다. 죽기 직전까지도 딸의 무거운 마음을 덜어주려는 듯 농담까지 하는 엄마의 심정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멘토인 엄마가 곧 이 땅에 없게 될 거라는 암담한 현실 앞에서 자꾸 눈앞이 흐려지는 딸... 독서하는 내내 나는 눈물바다 그 자체였다. 하지만 여기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도 이제는 그만 쉬쉬하고 본격적으로 조력자살 혹은 존엄사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해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 주위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인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불길함을 불러온다고 해서 무조건 억누르고 존엄사나 조력자살에 대한 논의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사고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운이 좋아서 잠들 듯 이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질병이나 사고 때문에 죽기 전 고통스러운 마지막을 견뎌야 하기도 한다. 환자들의 고통은 그들의 것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이나 가족들도 같이 시달릴 수밖에 없다. 무조건적으로 삶을 택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죽음을 택하는 것보다 더 나쁜 선택일 수 있다.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고, 가치 있는 삶, 살만한 삶, 스스로 선택하는 삶 등을 위해서 반드시 죽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때가 왔다고 본다. 그런 논의를 함에 있어서 이 책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까이에서 엄마를 지켜보고 돌보고 죽음을 선택한 길에 함께 했던 딸이 쓴 생생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사랑했던 삶이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해버렸을 때 우리는 더 나은 선택 - 죽을 수 있을 권리 - 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과 성찰이라는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 좋은 책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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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웨이에는 길이 없다 - 글로벌 경영의 판도를 바꾼 코라오 스토리
오세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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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차이나반도 이머징마켓을 석권한 '한상' 기업이 있다!

라오스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기업

라오스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 - 코라오 그룹

"하이웨이"는 우리말로 고속도로란 뜻인데, 이 책에서 의미하는 하이웨이는 바로 잘 닦인 도로, 즉 이미 산업적으로 발전한 나라나 회사를 의미하는 것 같다. 이 말은 모두가 원하는 뻔하디 뻔한 장소나 기업이 아니라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찾으라는 작가의 충고라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 오세영 씨는 현재 라오스에서 "코라오 그룹"을 이끌고 있는 CEO인데, 이 책은 젊은 시절 그가 겪었던 성공과 실패, 환희와 시련 모두를 담고 있다. 책에 실린 저자의 얼굴을 보니 중년에 접어든 남자의 모습이지만 어쩐지 눈빛은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이 책은 내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너무 딱딱하거나 전문적이지 않고 오히려 이웃집 아저씨의 성공담을 읽는 것처럼 소탈하게 다가왔다. 흙수저 출신에 재산도 학벌도 배경도 없던 젊은 날의 저자. 그러나 그는 진취적인 의지와 창조적인 아이디어만 믿고 해외로 진출한다. 내 생각엔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뭔가 남다른 것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 기회를 잘 포착한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굉장히 낙관적인 편이다. 저자 오세영씨도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는 사업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이 있고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낙관성이 있었다.

흙 수저였던 저자 오세영 씨는 이미 많이 발전한 우리나라에서는 기회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마침 베트남에서 생필품이 모자라서 아우성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 저자는 베트남 현지에서 봉제공장을 설립해서 운영하던 현지인들과 손을 잡고 사업에 뛰어들게 되지만 처음부터 계획된 사기에 휘말려 그만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후 거리를 떠돌던 오세영 씨는 베트남에서 중고 오토바이 수요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한국에서 거의 버리다시피 한 오토바이를 들여와서 수익을 거두게 된다. 이후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오가며 건설용 중장비 거래 등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1995년 아세안에 가입한 베트남이 중고품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리게 되고, 중고 사업을 했던 저자는 연쇄 부도를 맞게 되면서 또다시 큰 실패를 맛보게 된다.

이후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문득 라오스라는 나라에 도달하게 된 저자. 뭔가 평화로운 분위기의 "라오스"라는 나라에 이끌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렵게 빌린 돈으로 중고차 5대를 수입하여 판매를 시작하게 된 저자. 이후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자동차 조립공장을 하던 한국의 M 기업이 철수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것이 그에게 큰 기회가 된다. 저자 오세영 씨는 가지고 있던 얼마 되지 않은 돈으로 공장을 인수하게 되면서 중고차뿐 아니라 오토바이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의 "코"와 라오스의 "라오"를 결합해서 코라오라는 회사 이름을 만들게 된 저자는 이후로도 서비스 센터의 확충, 성능 좋은 제품 생산, 편법을 쓰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준법 경영 등으로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는 회사를 이끌게 된다.

사업이란 게 쉽지 않고 시작하는 사람들 중 반 이상은 실패라는 어두운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성공의 비결은 실패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K 종합상사에서 과장으로 모셨던 선배에게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갔을 때 사람들은 그에게 어떻게 봉제 사업에서 중고차, 헬리콥터까지 팔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냐고 묻는다. 그때 그는 말한다. "선배님들은 이 업계에서 베테랑이고 바이어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전 선배님들만큼 능력이 안 됐기 때문에 다른 일을 찾은 것이고요." 여러 번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은 그 낙관적인 자세와 불굴의 의지.. 나는 진짜 높이 평가한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이 저자의 진취성이나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이제 보니 높은 도덕성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속담도 있듯이,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에 취해서 편법을 저지르거나 눈앞의 이익을 움켜쥐려고 원칙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 오세영 씨는 이런 부분에서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CEO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이익을 추구하되, 원칙과 법을 지키고 초심을 잃지 않으며 고객 만족에 힘쓰는 CEO. 바로 저자 오세영 씨가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굉장히 힘을 주는 책이고 사회에 진출하려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인 [하이웨이에는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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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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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법률이 얼마나 멋지게 융합할 수 있는지!


영어 속담에 "그림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낫다"라는 표현이 있다. 하나의 그림이 정말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걸 뒤집어보면 하나의 그림이 보는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자전거를 탄 어린이의 그림이 있다고 치면 자전거와 어린이라는 피사체에 주목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림의 역동성이나 색채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상하는 사람들의 직업이 감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까? 이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의 저자 이재훈 님은 아마도 그렇다고 말할 것 같기도 하다.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 이재훈 님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후 현재는 성신여대에서 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규율에 기반한 유연성이라는 자기 철학을 가지고 있고 산책 중 길냥이 찾는 취미가 있다니 반가웠다. ( 나도 산책할 때 꼭 츄르를 챙긴다 ) 업무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클래식 미술 감상이라는 취미를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취미가 발전이 되어서 이렇게 책도 펴낼 수 있다니 뭔가를 시작하면 파고드는 성격이신가? 싶기도 했다. 저자는 여러 전시회를 다니다가 도슨트가 펼치는 작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에 빠져들었고 그 후 여러 명화 속에서 발견되는 법률 지식을 이야기하는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책이 정말 좋다. 예술이라는 감성적 영역과 법률이라는 이성적 영역이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아주 독특한 느낌의 책이 탄생했다. 그림을 보면서 법률 상식을 배울 수 있다니 정말 재미있게 다가온다. 저자는 화가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면서 '진주'라는 귀중품의 법적 정의를 논한다. 광물이고 무기질에 속하는 보석들이 귀금속인데 반해서 진주는 조개의 몸속에서 탄생한 일종의 유기질이고 따라서 귀금속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이뿐만 아니라 아르침볼도라는 화가의 작품은 과일과 같은 사물로 인간 형체를 표현하는데, 여기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최근 개봉된 영화 [에일리언 : 로물루스]로까지 이어진다. 영화에는 생성형 A.I.를 이용하여 이미 작고한 배우 이안 홈을 등장하게 만드는데, 이것이 초상권 문제를 둘러싼 법적인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내가 워낙 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눈길이 많이 갔던 부분은 바로 4장 [ 동행을 위한 배려 - 동물과 법 ] 이었다. 175쪽 "스스로 살아가는 길고양이 - 나쓰메 소세키와 유기 동물 "에서는 현재는 반려동물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고양이의 기원,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모습 그리고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인간에 대한 풍자 등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동물 보호법]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전히 한 발은 늘 자연에 걸쳐놓고 사는 고양이의 야생성이 동물 보호법에 반영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길고양이가 가끔 인간의 공격과 학대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좀 더 강력한 법이 제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딱딱하고 엄격할 것 같은 법과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림이 만났다?! 이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저자가 취미로 시작한 그림 감상에 자신의 전문 분야를 충실히 녹여낸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봤던 그림들이 이제는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법률적으로 따져볼 만한 내용들도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정말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어린이가 등장하는 그림을 보고, 최근 인스타에 어린 자녀의 사진과 일상을 공유하는 "셰어런팅"을 이야기하는 저자. 사실 나도 부모들이 과연 자녀의 허락을 받고 그들의 모습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는 했다. 아무리 예쁘고 사랑스러워도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적인 영역에 아이들의 모습을 드러내는 게 사생활 침해라는 법률적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든다. 마치 도슨트처럼 그림 속에 깃든 법률 지식을 꼼꼼히 설명해 준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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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온라인 게임
김동식 지음 / 허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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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능숙해지고 더 단단해졌다!

초단편 외길 9년, 김동식 첫 단편소설집

김동식 작가의 상상력에 과연 한계가 있을까?

생각지도 못한,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3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소설집 [현실 온라인 게임]의 가제본을 읽게 되었다. 짧은 편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가 막힌 전개에 그리고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결말까지 역시 기대했던 것처럼 매우 강력한 한방이 있는 단편들이었다.

우선 첫 번째 단편인 [현실 온라인 게임]은

온라인 게임에서 주인공들이 공략하는 퀘스트가 현실에서 주어질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다룬다. 언제나 그렇듯, 주인공은 김남우와 홍혜화. 김남우는 무료한 삶을 살아가던 직장인이었지만 홍혜화로부터 알게 된 현실 온라인 게임에 참여하게 되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욱더 짜릿한 보상을 주는 퀘스트에 점점 더 중독되어가는데...

마치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보는 느낌으로 읽게 된 흥미진진한 단편 [현실 온라인 게임]

어쩌면 우리의 삶이 "보상"이라는 허상을 향해 굴리는 쳇바퀴가 아닐지. 보상에 집착하는 김남우를 지켜보면서 쳇바퀴 같은 삶을 살며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한 달 후 월급이라는 보상을 기다리는 나 자신을 보는 느낌도 느꼈다.

세 번째 소설 [내일을 부르는 키스]는

설정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아르헨티나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 김남우와 홍혜화. 그들은 신비한 석상 주변에서 키스를 하다가 그만 석상의 저주에 걸리고 만다.

키스를 못하면 내일이 오지 않는 그런 저주... 말하자면 이들은 매일 반드시 키스를 해야만 하고 혹시나 못하는 경우에는 똑같은 하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는데... 과연 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 단편은 주인공이 반복되는 매일을 살다가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좀 순수하고 아름다운 메시지가 있었다면, 이 단편은 무지 자본주의적인 색깔을 띠고 있고 결말이 조금 험악 (?) 하다. 그러나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나 같은 한국인들에게는 약간 매콤한 결말도 좋은 듯 ..

김동식 작가의 작품들은 매우 환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반면에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특히 [현실 온라인 게임]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이미 달콤한 보상을 약속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을 나락에 빠뜨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히 더 많은 돈, 더 많은 권력, 더 많은 쾌락 등등

무엇인가를 향한 인간의 탐욕이 선을 넘어버리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지옥문이 열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발함 그 자체인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 [현실 온라인 게임] 판타지와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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