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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 세상이 지우려 했던 소녀들, 그러나 끝내 지워지지 않은 이야기
수잔 위그스 지음, 허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0월
평점 :
내가 여성이라서 그런지 더욱더 공감하고 몰입했던 소설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느꼈던 감동과 재미를 소녀들의 이야기인 이 책에서 만나보았다.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학대와 억압 그리고 통제 속에서도 우정을 나누고
자유를 꿈꿨던 소녀들의 이야기다. 특히 곱슬거리는 붉은 머리에 남다른
리더십과 용기를 지닌 주인공 메이린에게 금방 마음이 갔다.
1960년대 미국은 소녀들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특히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엄마를 둔 메이린은 가혹한 운명에 직면해야 했다.
케빈이라는 소년과 영화를 보러 갔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메이린이 ‘선한 목자의 집’으로 보내진 데에는 다른 사정도 있었다.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어떻게든 새아빠인 콜럼과 메이린을 같은 장소에 두지 않으려는
엄마 나름의 선택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점점 성장하는 십 대 소녀 메이린을 바라보는
콜럼의 번들거리는, 불쾌한 눈빛.... 그렇다고 딸을 그런 시설로 보내다니!
원치 않았던 장소인 선한 목자의 집으로 오게 된 메이린. 수녀들이 운영하는 곳이었으나
이곳에서의 생활은 죄수들의 삶이나 매한가지였다. 온갖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이곳에
끌려온 소녀들은 하루 종일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약속되었던 교육도 받지 못한다.
학대의 종류는 다양했다. 쓰레기 같은 식사를 견뎌야 했고, 반항하면 벽장에 갇혔다.
서로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게 했다. 머리채를 잡히거나 뺨을 얻어맞는 폭력은 일상이 된다.
그리고 성 착취를 당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벽장 속에 갇혀 있던 메이린은 이 시설에서 회계 일을 맡고 있는
벨라뎃다 수녀와 다른 수녀의 대화를 듣고 이곳의 감춰진 비밀을 알게 된다.
늘 탈출을 꿈꾸고 있던 메이린은 이 일을 계기로 소녀들과 함께 하는 탈출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읽는 내내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했던 소설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당시 미국 사회가 여성들을 바라보던 차별적인 시선과 여성들의 낮은 지위, 종교의 권위적인 위치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실제로도 미국에 이런 일이 드물지 않았으리라는 직감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는 여성이 마치 남성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제2의 성’처럼 다루어진 경우가 흔했다. 조선시대의 열녀문이나 대학에 갈 아들을 위해 공장에 가야 했던 딸들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이라는 제목은 결국 당시 사회가 여성들을 바라보던 차별적이고
가학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가 바라는 대로, 남자가 원하는 대로,
종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고 순종하는 소녀만이 ‘길들여진 존재’로
인정받았던 것은 아닐까? 무지 화가 난다.
그런데 책 앞부분에는 스스로를 ‘태어나지 않은 사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출생 기록을 찾는 에벌리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그녀의 놀라운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결국 이 책은 자유롭게 주도적으로 스스로를 위해서 삶을
이끌어간 여성이 드물었던 시대에 나 자신의 삶을 위해서 용감하게
억압과 통제를 뚫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이끌어낸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문득 "삶이 네게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라는 영어 속담이
불쑥 떠오른다. 시련과 역경이 몰려오는 상황에서도 훌륭한 삶을 빚어낸
소녀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마지막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던 감동의 소설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함께 눈물을 흘렸던 소녀들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서 용기와 우정의 상징으로 남을 것 같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