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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풍경
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
평점 :
사실 내가 지금까지 접해온 여러 SF 소설과 영화에도 기계가
인간의 출산을 대신한다는 설정은 있었으나 책 <근미래의 풍경>을
읽고 나니까 인공 자궁이 등장할 미래가 생각만큼 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근미래의 풍경>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여러 기술이 만들어낼
편리하면서도 다소 섬뜩한, 가까운 미래를 그려낸다. 엄마의 다정한
모습을 학습한 안드로이드가 바쁜 부모를 대신해서 아이를 돌보고
바깥 경치를 누리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가상 유리창이 발명된 미래다.
또한 맞벌이하느라 제대로 집안일이나 생활비를 챙길 수 없는
바쁜 부부를 위해서 그 모든 것을 계산해 주는 인공지능 ‘김집사’도 등장한다.
이 정도면 기가 막힐 정도로, 황홀한 미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러나 이 편리함의 이면을 생각해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의 섬뜩함이
느껴진다. 왜냐하면 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 바로 거대 기업
‘네카팡’이 있기 때문이다. 삶의 구석구석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카팡..
하지만 네카팡의 서비스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인간의 삶의 질은
더 악화가 될 것 같고 또 인간의 자율성이나
삶의 의지 혹은 판단력을 더욱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겼다.
예를 들어서 가상 유리창의 경우, 좋은 전망을 누구나 누리게 한다는 허울좋은
약속 아래에는 건설 비용을 아낀 창문 없는 건물들이 도사리고 있다.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대신에, 가짜 경치를 가진 창문으로
만족하라는 말이 아닐까?
엄마가 있을 자리를 대신하는 인공 자궁이나 안드로이드 유모의
경우는 생명 탄생과 돌봄이라는 인간의 고유 영역까지 기술이 침범해
들어온다는 섬뜩함을 느끼게 만들고 김집사 프로그램은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인간적인 분야 – 감정이나 심리 등 – 마저도 숫자로 계산하게끔 만들 것 같다.
"이런 미래가 올지 오지 않을지 저는 모릅니다.
이 짧은 소설들은 질문입니다." - 193쪽 작가의 말 중에서 -
책을 쓴 장강명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가 다가올 미래를 단정적으로
묘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거대한 질문이라고 했는데, 이 질문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대답은 바로 ‘이런 사회가 바로 유토피아를 가장한 디스토피아일 듯’라고
하겠다.
나에게는 네카팡이 일종의 빅 브라더처럼 다가왔다. 인간의 삶, 사회, 산업 곳곳을
기술로 파고들어서 마침내 이 회사는 인간의 선택이나 생각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안전한 출산과 편리한 생활이라는 문구는 일종의 미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로
네카팡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인간의 모든 것을 맡긴 이후에
그 이후의 세상이 과연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이익을 목적으로 삼은 거대 기업이 마련해 놓은 선택지
안에서 살아가면서 인간의 판단력이나 자유의지가 쌩쌩하게 그대로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큰 착각이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문득 영화 <매트릭스>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인간을 자신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배터리로 사용하던
인공 지능의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같을 순 없겠지만 인간이
거대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존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든다.
<근미래의 풍경>이라는 책은 가치 판단을 내리는 책이 아니다.
그저 기술로 인해 조금 바뀐 가까운 미래의 풍경을 그려내는 책이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기술을 인간의 삶에 맞추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
즉, 기술이라는 시스템에 인간의 삶이 맞추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에 익숙해진 나머지, 의문을 품거나 저항할 이유조차
잊어버리고 틀에 박힌 삶을 살아가는 미래 인간의 모습.. 그곳이 바로 유토피아처럼
보이는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