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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 - 우리가 기억해야 할 기지촌 여성들의 기록
영춘 외 지음 / 세종마루 / 2026년 10월
평점 :
만화책을 읽고 이렇게 울어본 것은 또 처음인 것 같다.
<명자>를 읽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병들었던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낸 우리의 이모, 우리의 엄마인 명자 씨의
아픔이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의 주인공인 “명자”는 51년생으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장녀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시달렸던 그녀는 일찍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서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며 버는 돈을 족족 집에 생활비로 보낸다.
그러다가 주인집 아줌마가 그녀가 남편과 바람이 났다고
지레짐작하면서 명자를 의심하고 학대하기 시작하면서
명자는 생존을 위해 그야말로 빈털터리로 도망 나온 후
결국에는 미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던 평택의 기지촌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결국 명자의 인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순서로
펼쳐진다. 술집에서 서빙을 하다가 몸을 팔게 되는
이야기. 당시 미군들을 상대로 일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소설로 읽던, 영화로 보건, 또 이렇게
만화로 접하건, 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진짜 화가 났던 이유 중 하나는 명자의 가족들 때문이었는데
그녀가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 채
찾아와서는 아직 자립을 하지 못한 동생을 먹여 살리라는 둥
하... 피를 나누었으니 가족이지 이건 무슨 웬수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당시 한국 사회가 기지촌 여성들에게 취했던
태도 때문에도 너무 화가 났다. 이 여성들에게 애국자라는
허울좋은 이름을 붙이고 산업 역군인 양 다룬 것은 고아들을
외국으로 팔아넘긴 산업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이 부끄러운 과거를 우리는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만화의 순기능이란 게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글로 읽는 것과
이렇게 그림으로 당시 여성들의 비참한 삶을 보는 것은 차원이
좀 다른 것 같다.. 훨씬 더 생생하고 현장감 있게 과거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삶이 전해진다.
나는 그녀의 인생이 행복하길 바랐다. 이 책의 엔딩이
밝고 긍정적이게 펼쳐지길 바랐다. 그러나 인간의 삶이라는 게
늘 그렇듯, 바램 대로만은 되지 않는 것 같다. 시대가 어두울 땐
늘 약자가 희생양이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책을 덮은 후에도 쉽게 명자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가난한 집의
장녀라는 이유만으로 너무 일찍 많은 것을 짊어져야 했던 그녀.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소용돌이치듯이 불행한
삶으로 빠져들어야 했던 그녀의 삶이 너무 아프다.
당시 명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녀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말과 그렇게 만들어주는 사회 환경이 아니었을까? 늘 희생해야
했고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녀, 명자에게 이제는
쉬어도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