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극장 사람들
김홍정 지음 / 등(도서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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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 충남 공주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겼을 대표적인 옛날 극장인 "호서극장"  김홍정 작가의 <호서극장 사람들> 은 그때 그 시절 극장 안팎의 풍경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매우 진솔하게 담아낸다.


읽는 동안 오래된 향토소설처럼 고향에 대한 향수가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모두가 주인공인 한 폭의 그림을 이루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제목에는 "극장" 이 강조되지만, 이 책에서는 주변 저자 거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장사를 하고 돈을 벌고 이웃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날것 그대로의, 인간적인 삶을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 삶이 마냥 정겹지만은 않다. 돈을 둘러싼 갈등과 극장의 소유권을 노리는 탐욕, 이웃 간의 신경전과 인륜을 저버린 행동까지. 친근한 동네 풍경 속에 비극적이고도 씁쓸한 사연들도 많았다.


일곱 편 가운데 시작하는 이야기의 제목은 <우물풀이> 다. 우물물을 마신 동네 아이들이 탈이 나자 대장장이 도씨와 술집 주인 황씨 등이 우물 청소에 나선다. 그런데 그 풍경 사이로 도씨댁의 기구한 사연이 드러난다.


물을 함께 길어 먹던 시절, 우물은 너무나 소중한 장소이지 않았을까?  하루 아침에 비린내를 풍기는 물과 비극적인 사연이 겹친다. 낫을 벼리던 도씨는 인두겁을 쓴 듯한 황씨를 보며  “저리 비켜. 인륜이 남아 있어야 용신도 내리는 겨.”라 말한다.


<어둠의 밀실과 쇼>에서는 비로소 호서극장 이야기가 비중있게 다루어진다.  간판 보조 일을 하는 ‘나’를 통해 연예인들의 화려한 공연과 무대 뒤 무용수들의 열악한 삶, 사람을 겁내지 않는 푸른 눈동자의 쥐들까지 만날 수 있다


오래된 극장의 정취 속에서 그곳 사람들의 고단함도 느껴졌지만  다양한 에피소드들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극장의 허드렛일을 도맡았던 영기 할배가 죽은 뒤 유령으로 나타난다는 소문에 대한 이야기였다.


익숙한 극장 괴담처럼 으스스하며 소름도 돋았지만 한편으로는 극장을 차지하려는 누군가가 퍼뜨린 소문은 아닐까 의심을 해보았다.  이익이 오고가는 곳에서는 물밑에서 아주 치열한 이권다툼이 벌어지니까.


이 책의 트레이드 마크인 구수한 사투리는 마치 변사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고, 뭔가 정겹지만 한편 파란만장한 장옥 사람들의 삶을 읽다 보니, 평범하고도 특별한 우리 삶의 순간순간들을 모아보면 어느새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이 뚝딱 만들어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는게 보편화되었지만 , 예전의 극장은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상인들이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곳이었고 다른 누군가는 어둠 속에서 꿈을 꾸고 상상의 나래를 펴던 곳이기도 했다.


북적북적,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주변 인물인 이야기인 <호서극장 사람들>  정겹다가도 기구하고 비극적인 삶이 등장하여, 흥미롭다가도 씁쓸함을 느꼈던 독서시간. 책을 덮고 나니 극장만큼이나 그 주변 사람들이 떠올랐다. 내게는 우리 고향 이야기처럼 다가온,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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