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하겠습니까? - 레트로 게임 앤솔로지
차무진 외 지음 / 무블(무블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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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어릴 적 우리 집은 가정집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시간이면 나와 남동생은 엄마가 쥐여주는 동전 몇 개를 들고 근처 오락실로 향했다. 나는 게임을 못해서 남동생이 펼치는 화려한 개인기와 액션에 감탄하며 구경하곤 했는데, 지금도 아이들로 북적이던 그곳이 생각난다.


그런데 과연 게임을 통해 삶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앤솔로지 <계속하겠습니까?>는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해주는 책이다. 어릴 적 우리가 열광했던 게임부터 조금 낯선 게임까지, 여섯 가지 레트로 게임을 소재로 여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읽고 나서 마음에 오래 남은 작품은 <테트리스 게임>을 소재로 한 최유안 작가의 [모르는 세계]와 <대항해시대 2 게임>을 소재로 한 정진영 작가의 [집으로]였다.


<모르는 세계>는 젊은 날의 불안과 방황을 다시 맛보게 했다. 서로 다른 형편 속에서 살아가는 장과 로 그리고 향의 모습에서 앞날을 알 수 없는 청춘의 막막함이 드러난다. 사실 테트리스 게임에서는 블록이 계속 떨어지고 생각할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잠시 한눈을 팔면? 블록은 제멋대로 쌓여버린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조각들은 꼭 맞게 빨리 끼워맞춰야한다. 그러나 다음에 어떤 조각이 떨어질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조각이 잘 오지도 않는다. 켜켜이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아무렇게나 끼워 맞춘 블록들 같은 인생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집으로>는 특히 마음이 아팠던 단편이다. 나처럼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독자라면, IMF라는 거대한 발톱이 할퀴고 간 황폐한 우리네 삶의 풍경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버텨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방황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는 망망대해 같은 인생의 바다에서 홀로 힘들었을 동생을 뒤늦게 헤아리는 형의 마음이 크게 느껴졌다. 오래된 컴퓨터에서 실행한 <대항해시대 2> 그리고 그 안에 남아 있는 동생의 흔적. 형은 그 흔적을 따라가면서 동생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과거를 후회한다.


게임 속 낯선 바다와 땅을 탐험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정작 곁에 있던 사람의 마음에는 다가가지 못했다는 그의 후회가 아프게 다가왔던 단편. 게임을 하면서 위안을 찾는 형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이외에 다른 네 작품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게임과 삶을 연결한다. 차무진 작가의 <싱크로니시티>에서는 절묘하게 겹치는 우연이 삶을 놓으려는 봉구를 구한다. 서동원 작가의 <거품이 터지는 순간>은 마치 보글보글 속 공룡이 되어 삶을 여행하는 느낌이다.


정명섭 작가의 <256>에서는 갤러그라는 게임이 서먹했던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대화를 열어주고 김혜나 작가의 <블렌딩>은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게임을 통해서 사람에게 향하는 집착을 보여준다. 익숙한 게임이 작가들마다 다른 이야기가 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사실 게임을 하다 보면 잘못 누른 버튼 하나 때문에 공들여 쌓은 것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현실에서도 순간의 선택이나 미처 살피지 못한 마음이 후회로 남는다. 그러나 이쪽 문이 닫히면 저쪽 문이 열리고 고난을 견디면 다음 레벨로 갈 수 있는 게임의 속성이 우리의 삶과 또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의 단편 <256>에도 등장하고, 우리 모두도 아는 사실이지만 삶에 있어서 “끝”이란 것은 없는지도 모른다. 갤러그의 256판처럼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시작되는 게 우리들의 삶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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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겠습니까? #레트로게임앤솔로지 #무블출판사 #정진영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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