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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영화관에 갔어 - 가만한 어둠 속에서 우리를 통과한 장면들
김소미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9월
평점 :
어떤 영화는 그 깊이와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을 기억 속에 남기는 영화들도 있다. <혼자 영화관에 갔어>를
읽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동시대의 영화를 보며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웃고 울며, 화면 속 누군가와 함께 숨 쉰다.
이 책은 영화 기자이자 평론가인 김소미 작가의 영화 에세이다.
통찰력 있는 시선과 유려한 문체 덕분에 깊이 있는 글이 물 흐르듯
읽힌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는 즐거움도 있고, 같은 영화라도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서 영화 <더 웨일>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색다르면서도
날카로웠다. 주인공 찰리가 겪은 비극과 절망에 관심을 쏟게 되는
영화에서, 저자는 그를 끝까지 돌보는 친구이자 간호사인 리즈에게
초점을 맞춘다.
현실에서도 돌봄 노동을 여성이 맡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리즈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큰 의미가 있다. 리즈는 왜 이렇게
극진하게 찰리를 돌보는가. 그 돌봄에는 어떤 슬픔과 마음이
얽혀 있나. 리즈가 직접 말하지 않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는 저자.
“리즈를 중심으로 본다면 〈더 웨일〉은 이미 오래전에 물속에 잠긴 고래,
‘물에 퉁퉁 불어 터진’ 그 고래를 찾아 영원히 망망대해를 떠돌 작정인
여자가 쓰는 애도의 ‘모비딕’이다.” — 61쪽
리즈를 중심에 놓는 순간 영화의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누군가를 돌보는
행동 속에서 그 사람 자신의 애도와 상실감을 읽어내는 시선이 좋았다.
동시에 나 같은 ( 돌봄 노동의 경험이 있는) 관객에게는 자기 마음이 향하는
쪽으로 영화를 볼 자유가 있다는 해방감도 준다.
책에는 이처럼 공감 가는 대목도, 밑줄 치고 싶은 문장도 많았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대한 글에서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과 다시 계속 싸우고 싶어졌다"라는 저자의
문장도 그런 문장이다. 이것이야말로 찐 사랑이 아닐까?
영화 <애프터 썬>에 대한 글에서는 “서른한 살의 소피 앞에서
남자는 아버지가 아니라 그저 당신, 나와 닮았고 나처럼 속수무책인 어떤
인간이다”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어느덧 이럴 적 기억 속 무서웠던
부모님 나이에 가까워졌다. 사실 어른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사실은
울음을 참으며 하루를 버텨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 부모님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다루는 글에서 저자는 아파트를 장만해서
중산층에 진입하고자 하는 집요한 욕망을 읽어낸다. “철저한 회원제의
유토피아는 이내 서로를 착취하는 구조로 돌아선다”라는 문장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잘 반영하는 듯하다.
수십 년을 일하고도 정작 그 아파트를 소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쫓겨나는 경비원의 쓸쓸한 뒷모습... 뭔가 낯설지가 않았다.
영화 속 이야기인데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영화 그리고 다채로운 해석과 깊이 있는 메시지...
이 책을 읽고 나니 영화 평론가는 역시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 머릿속에서는 잠깐 스쳐 지나갔을
옅은 색깔의 감상이 이 책에서는 여러 빛깔을 가진 풍부한 글로
완성된다.
그동안 현실에 치이고 책에 집중하느라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지만 유독 답답하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날이면 영화가
떠오른다. 어두운 곳에서 영화 속 인물들에 집중하다 보면
이상적인 상황을 보고 해방감을 느끼거나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혼자 영화관에 갔어>는 한동안 잊고 있던 그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다. 영화를 보고 삶을 돌아보며 함께 웃고 우는
그러한 순간들... 예전에 사랑했던 영화를 다시 보면서 어떤
장면에서 마음이 움직이는지 한번 천천히 느껴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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