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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골 전시관
마타요시 에이키 지음, 조정민 옮김 / 모요사 / 2026년 9월
평점 :
<인골 전시관>이라는 제목만 보고는 조금 공포스러운 소설 인가 싶었다. 어쩐지 섬뜩한 기분이 들었는데, 막상 읽어보니까 분위기는 예상과 꽤 달랐다. 오히려 어딘가 느긋하고 자유분방한 오키나와 주민들의 삶과 역사를 담은 희극에 가까웠달까?
한편으로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이 떠오르기도 했다. 현실에서는 조금 불가능할 듯한, 급속도로 진행되는 사랑의 열정에 휘말리는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지는 한편으로, 이 소설은 오키나와라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 애정 그리고 아픈 역사를 드러내기도 한다.
젊은 남성 메이테쓰는 오키나와의 한 입시학원에서 일본어 강사로 일하다가 동료의 빚보증을 잘못 서서 자기 소유의 맨션을 잃게 되고, 이후 어머니까지 떠나보낸다. 무력해진 그가 우연히 접한 것은 구스쿠 유적지에서 인신 공양의 희생자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의 인골이 발견되었다는 기사였다.
곧장 발굴 현장을 찾아간 메이테쓰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발굴조사원인 고토노를 만나게 되고, 또한 민박집을 운영하는 신비로운 여인 사요코를 만나면서 생각지도 못한 연애 대소동에 휘말린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두 여인과 사랑을 나누다니... 현실보다는 꿈에 가까운 일인데....
예전에 친언니와 오키나와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류큐왕국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박물관을 방문하고, 사자탈춤을 연상시키는 공연도 보았다. 그때 느낀 점은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는 다른,
독립된 정체성을 가진 곳이라는 점이었다. 자신들의 땅과 문화에 대한 애정과 오래 이어져 온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이 바로 인골의 정체를 두고 맞서는 고토노와 사요코였다. 고토노는 여러 근거를 제시하며 인골이 "본토에서 건너온 외지인"일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반면 사요코는 자신의 집안과 이어진 고귀한 류큐의 신녀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나는 이 대립이 오키나와의 과거와 정체성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이 아닐까? 싶었다. 반은 본토인인 고토노에게 있어서 '오키나와'는 그저 일본 본토의 지배를 받은 지역이라면
사요코에게 있어서 이 땅은 독자적인 문화와 정체성을 가진 땅, 고귀한 류큐 신녀와 같은 조상들이 머물렀던 소중한 고향이 아닐까?
그렇다고 이 소설이 향토의식을 그저 순수하고 아름답게만 그려내는 것은 아니다. 사요코에게 마음을 빼앗긴 메이테쓰는 거액을 들여 인골 전시관을 만들지만, 그곳은 점점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정작 전시할 유물은 몇 점 없는데 사람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늘어난다. 누군가는 전쟁의 상처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감춰진 음모를 이야기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돈벌이의 가능성을 찾는다.
인골의 주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그 곁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확신에 차 있다. 과거를 알아내기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를 인골에 덧붙이는 듯한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다소 씁쓸했다.
우리는 과거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곤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집요하게 인골에 집착하던 사요코와 그녀의 아버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삶의 기반을 잃은 메이테쓰 역시 인골과 전시관에 마음을 쏟으면서 자신이 기댈 곳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는 그렇게 오키나와의 역사를 찾는 일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실제로 인골의 주인은 정말 류큐의 고귀한 신녀였고 메이테쓰를 통해서 생전에 풀지 못한 소원을 풀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오키나와 특유의 문화와 정서가 짙게 배어 있고,
인물들이 벌이는 소동도 다소 유머러스했던 독특한 느낌의 소설 <인골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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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