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극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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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들 외로워. 현실에서는 그 누구도 도저히

진정한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진정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고독한 거야. 마음을 이어줄 끈이 필요해.”


사회파 미스터리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가족극>을 읽었는데

이 작품은 정통 경찰 소설이 전달하는 쫀쫀한 추적기와 심리극의

긴장감을 동시에 전달해 주었다.


두 살인 사건의 연결고리를 추적하며

진상을 밝히는 이야기인데, 가상의 ‘가족 놀이’에서 드러나는

가족이라는 시스템의 불완전함 혹은 결핍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달까?


시부야에서는 한 젊은 여성의, 그리고 한 건축 현장에서는 중년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한때 불륜 관계였고 각각의 현장에서

동일한 파란 섬유가 발견되면서 경찰은 이들을 함께 묶어서 사건 조사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여성 쪽을 중심으로 사건을 살피다가 여러 장벽에 부딪힌 후

남성인 도코로다 료스케 쪽으로 수사의 초점을 옮긴 경찰. 얼마 있지

않아서 그가 인터넷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과 가상의 가족 놀이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엄마, 딸, 아들 역할을 했던 3명이 취조실에 불려오고, 본격적으로

조사를 받는 사람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마치 가장무도회에

참석하는 마음으로 역할극을 했을 사람들.


그러나 현실의 가족에게서는 듣지 못했던 다정한 말을 주고받고

또 현실의 가족이 들어주지 않는 어려운 속마음도 그곳에서 좀 더

쉽게 털어놓을 수 있게 되면서 이 “가상”의 가족은 완벽히 이상적인

가족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도 모임을 가지는 등 좀 더 관계가 진지해지면서

이 안에서도 질투, 집착, 외로움 등 심리적 갈등이 조금씩 생기게 된다.

가짜로 시작했지만 진짜를 원하는 마음이랄까?


나는 이 부분을 아주 흥미롭게 지켜봤다. 취조실에 모인 사람들이 내뱉는

말을 듣고 그들의 심리 변화 등을 지켜보면서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이 원한 건 ‘가족’이라는 어떤 구조보다는 어쩌면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이라는 허기’를 채워줄 온정, 따뜻함, 관심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인간이 참 이중적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곁에 있는 현실 속 가족은

부담스러워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인연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상상 속 연인이나 가족이 본인의 근원적인 외로움이나 결핍은 채워줄 수

없다는 걸 왜 모를까? 이상적인 가족이란 드물다.


어쨌든 재미있었던 부분을 언급하자면 우선, “덫을 놓고 기다리는 여왕거미”

같았던 경찰들. 용의자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거울 너머로 취조하는 경찰들과

용의자들의 상황을 지켜보는 구성을 충분히 활용한다. 그 사이로 흐르는

긴장감.... 죽은 도코로다에게 가장 깊은 분노를 품었을 사람..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사실 사건을 이끌 예정이었던 나카모토 형사. 이 사람이 세운 가설이

결국에는 빛을 발한다는 설정도 좋았고 결국 사건 수사의 바통을 이어받게

되는 다케가미와 치카코 형사의 조화로운 호흡, 즉,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


<가족극>은 범죄를 따라가며 사람과 사회를 들여다보는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강점이 잘 드러난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경찰들의 수사를 지켜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가족”이라는 허울좋은 포장지 속 진짜 마음을 마주하게 되어 다소 씁쓸하다.


비록 가상공간 속 가짜 가족이었으나 그 안에서 얻은 위로나 공감은 아마

진짜였을지도 모른다. 서로를 이어줄 끈을 원하지만 가까워진 관계 속에선

또 갈등하는 우리의 모습... 낯설지 않다. 흥미진진한 경찰 소설과 가족 드라마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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