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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평점 :
<에케호모>는 아마도 한 차례 멸망을 겪은 세상에서 문명이 조금씩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로 읽힌다. 주인공 노먼은 자전거를 타고 지텍이라는 지역으로 향하는데 그의 곁에는 말이 좀처럼 하지 않는 소녀가 있다.
작가는 이들이 길 위에서 겪는 사건과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금씩, 천천히 짐작하게 만든다.
이 세계에서의 시간은 사람들이 '프라임'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강림'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리고 한때 고도로 발달한 기술 문명을 누렸을 법한 세상은 이제 서부 개척 시대의 미국을 연상시키는 공간으로 변해 있다.
사람들은 야만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총을 든 이들은 자경단처럼 행동한다. 문명이 무너진 자리에서도 빈부격차는 뚜렷하다. 누군가는 하수구의 쥐처럼 비참한 삶을 견디지만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화려한 삶을 누린다. 폐허 속에서도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너희들은 변하지 않아” — 17쪽
아직 어린 소녀의 몸을 노리는 어른 남자들과 조금만 방심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상황들... 세계가 한번 멸망했고 인간에게는 반성할 기회가 주어졌으나 결코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에케호모>를 읽고 느꼈던 점을 말하자면, 작가의 필력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문장이 짧고 단순하지만 문장 하나하나 고심해서 빚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많은 장면을 펼쳐 보이지 않아도, 단 하나의 장면으로 세상 전체를 짐작하게 한다. 짧은 글 안에 많은 것을 담아내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무엇이 그런 선명함을 만드는지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읽다 보면 폐허에 가까워진 세계의 풍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사람들은 아마도 지옥같은 시간을 견뎌냈을 것이고 이제 조금씩 삶을 회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의 흡인력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소설은 시작부터 여러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노먼은 누구이고, 왜 지텍으로 가려 하는가. 소녀는 어떤 일을 겪었기에 말을 하지 않는가. 그리고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인가. 이 질문들이 독자들이 책에 몰입하게 하는 또다른 이유이다.
일종의 로드무비처럼 읽히는 이 책에서 노먼과 소녀는 자전거라는 기초적인 이동 수단으로 길을 나아간다. 이 여행은 다소 위태로워 보인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 만남들이 쌓이면서 두 사람이 지나가는 세계의 모습과 이들을 둘러싼 사연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낸다.
특히 노먼이 무언가를 수리하고 재생하는 전문가라는 설정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부서진 세계에서 고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니. 어쩌면 그는 이 세계의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능력이 일종의 ‘구원’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하게 된다.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세계의 멸망과 회복’을 주제로 한 수준 높은 단편영화를 감상한 느낌이다. 짧고 단순한 문장으로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하나의 장면으로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한다.
매우 뛰어난 가독성에 선명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 <에케호모>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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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gu_book.gu 님을 통해 @dasanbooks
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