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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것
장강명.정명섭.정해연 지음 / 빚은책들 / 2026년 9월
평점 :
고즈넉한 독립 서점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 '수북강녕'. 소설 <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것>은 이 네 글자 "수북강녕"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집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작가들이 참여한 소설집이라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다만, '북' 을 담당하셨던 김자영 작가님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시면서 그 자리가 비워졌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러나 다른 작가분들이 쓴 추모의 글 덕분에 텅 빈 느낌보다는, 김자영 작가님도 이 책에 함께하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강명 작가의 < 수 : 벡사시옹의 밤 >, 정명섭 작가의 < 강 : 하루 >, 정해연 작가의 < 녕 : 결백> 세 편의 단편들 모두 각자만의 매력으로 빛을 발했다. 내가 '추미스' 광인이라 그런지 <결백>에 가장 몰입했긴 하지만 다른 작품들도 재미뿐만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깊이와 여운이 있었다.
먼저 장강명 작가의 작품 <벡사시옹의 밤>은 운치 있는 서점 '수북강녕'에서 열리는 피아노 연주회 이야기다. 백혈병과 오랫동안 싸워온 피아니스트 수현은 같은 연주를 무려 840번 반복해야 하는 작품 '벡사시옹'에 도전한다. 그녀는 벡사시옹 2번 악보에 도전했고 그것은 무려 846번 연주를 해야 하는, 한마디로 지옥에서 만날 듯한 악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을 좀 더 잘 이해하고자 실제 < 벡사시옹>에 대한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작곡가 에릭 사티가 별난 괴짜였다는 사실과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예술의 본질을 집요하게 고민했던 인물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 작품 역시 독자에게 예술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생과 사를 초월한, 아주 신비로운 존재들이 연주회에 참여하여 예술에 대한 자기 의견을 나누는데, 이 부분이 독자들의 사고를 자극하는 것 같다. <벡사시옹>이라는 음악 자체도 실험적인 면모가 있으나 이들의 대화도 그에 못지않은 아주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면이 있다. 결국엔 삶과 죽음, 예술에 대한 질문과 함께 인간의 삶은 비록 짧으나 예술을 통해 영원할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건가? 싶었다.
애프터 벡사시옹
하늘을 볼 것.
하늘에 달이 있다면 '달이 참 아름답다'라고 말할 것.
하늘에 달이 없다면 '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것.
이 곡을 자주 연주할 것.
- 59쪽 -
정명섭 작가의 단편 <하루>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문제의식을 나타낸 것으로 느껴진 작품이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편리한 생활을 가져다줬다. 그러나 기계에 대한 의존이 깊어질수록 인간으로서의 자율성과 독립성, 더 나아가 정체성까지 우리는 조금씩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효율적이고 편리한 생활이 건강한 심리를 보장한다고 할 수 있나? 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평소에 핸드폰에 너무 의존하는 나에게 채찍질을 한 듯한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정해연 작가의 <결백>은 짧은 분량 안에서도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가능하구나 싶었던 작품이다.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난 여동생 서희. 그런데 여행지에서 엄마가 의문의 살인 사건으로 목숨을 잃고, 당연히 서희가 범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언니 진희는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동생의 결백을 굳게 믿는다. 그리고 직접 사건을 들여다보며 서희의 결백을 증명할 만한 증거를 조금씩 모으기 시작하는데...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빠른 전개가 돋보였던 작품이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황망해하면서도 동생을 끝까지 믿고 결백을 밝히려는 언니의 절절한 마음이 지면을 뚫고 독자에게 전해진다. 읽는 내내 거의 후루룩 페이지를 넘겼던 것 같다. 한마디로 정말 재미있었다. 역시 스릴러는 추적과 반전이라는 꿀잼요소가 있어서 좋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색깔의 세 작품을 읽고 나니까 이제는 <수북강녕>이라는 제목이 처음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수명까지도 초월한 삶과 예술'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안녕을 책임지는 일' 등등등 '수북강녕'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어구가 이제는 좀 더 손에 잡힐 듯, 뚜렷한 이미지로도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김자영 작가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듬뿍 담은 추모글이 각 글을 좀 더 완성도 있게 만든다는 생각도 해봤다. 제목처럼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하루에 평안이 깃들기를 바라본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