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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언어 - 소리, 몸짓, 냄새로 소통하며 진화해 온 생물들
롭 던 지음, 송근아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9월
평점 :
우리 인간은 도시에서 문명을 건설하고 기계로 둘러싸인 채 생활하느라 다른 생명과 소통할 필요를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그러나 롭던의 책 <공생의 언어>는 멀어진 생명과의 네트워크를 다시 우리 눈앞으로 불러오는 책으로 느껴진다. 무화과 좀벌, 효모, 고양이, 닭 등에 이르기까지 낯설거나 익숙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생명의 활동에 의존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풍부한 생태학 지식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접하는 기쁨이 매우 큰 책 <공생의 언어>
'상리공생'이라는 말은 서로 다른 종이 상호작용을 통해 이익을 얻는 관계를 뜻한다. 예를 들어 무화과나무와 무화과좀벌은 서로의 번식을 돕는 관계라 볼 수 있다. 무화과좀벌은 무화과나무의 꽃들이 모여 있는 '시코니움'이라는 구조 안에서 알을 낳고, 꽃가루를 옮기며 나무의 수분을 돕는다. 또한 인간의 조상은 거의 썩은, 즉 발효된 열매를 먹었다. 발효된 음식을 먹으면서 그 과정에서 선택된 효모 균주를 다른 곳으로 옮기며 퍼뜨리는 존재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생물을 이용한다고만 생각했는데, "효모"의 생존과 번식에 우리가 이용되었다니! 아주 흥미로웠다.
이뿐만 아니라, 내가 고양이 집사라 그런지 고양잇과 동물과의 공존을 다룬 9장 <고양이와의 기묘한 동거>가 아주 재미있었다. 오늘날 집고양이들은 아프리카 야생 들고양이의 후손이라 한다. 인간이 정착하고 농사를 지르며 식량을 저장하자 설치류가 모여들었고, 이를 먹이로 삼는 고양이가 인간 곁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고양이는 인간 주변에 늘어난 설치류 덕분에 이득을 얻었고, 인간은 고양이가 설치류 개체 수를 조절해 준 덕분에 이득을 얻었다. 요즘은 고양이가 너무 "귀엽기 때문에" 함께 사는 경우가 많지만 저자는 고양이의 야성적인 행동에서 느끼는 일종의
"병적 호기심"도 함꼐 사는 이유로 꼽는다. 대단히 색다른 관점이고 진실이 깃들어있다는 생각이 팍팍 든다. ( 한번씩 고양이에게 물릴 때마다 이상한 쾌감이 있다 사실 )
그런데 이 책에서 언급한 대목 중에 매우 중요하다 여겨진 핵심 개념은 바로 "인간과 공생하는 존재들의 행복"에 관한 질문이었다. 예를 들어서 가축화의 정점에 놓은 닭에 대해서 저자는 언급한다. 인간과의 관계 덕분에 닭은 엄청난 수로 번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번식의 측면에서 성공한 닭이 현재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과연 ? 나는 식용으로 사육되는 닭의 비참한 삶을 떠올리면서 단지 개체 수가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 존재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서로 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관계 속의 고통을 정당화할 수 없다. 앞으로는 더욱 더 우리와 얽혀 살아가는 생명들의 삶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자연을 변화시키면서 살아왔다. 이 와중에 자연과 동떨어져 고립된 상태로 끄떡없다는 자만심을 키워 온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저자가 감사의 말에서 전하는 "우리는 홀로 있는 동시에 다른 모든 생명과 함께 있다"라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저자는 지구의 생명이 맡아 온 역할을 기술로 대체하는 미래에 오지 않을까?하는 불안도 드러낸다. 나 역시도 다른 생명과의 관계가 사라진 미래는 제발 오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공생의 언어>를 통해 우리가 지금도 기대어 살고 있는 거대한 생태계를 간접적으로나마 만나고, 이 중요한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돌볼 수 있을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인간과 자연의 대화가 다시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