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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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로 이루어진 유연한 세계

이곳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배운 가장 큰 지혜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였다.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고 내 생각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도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삶에서 가져야 할 중요한 태도를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양자역학을 비롯한 물리학 이론을 통해서 우리가 절대적인 확실성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쉬운 예를 들자면,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는 과연 멈춰 있을까, 움직이고 있을까? 당연히 멈춰 있다고 모두들 말하겠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자전하는 동시에 태양 주위를 돈다. 그렇다면 나도 의자도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옳지 않을까? 그러나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고 하기보다는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답은 달라진다. 카를로 로벨리 저자는 이런 쉽고 익숙한 장면을 통해서 우리의 상식을 뒤흔든다. 이 책은 양자역학에서 시작하지만, 시공간, 중력, 도덕, 그리고 철학까지 질문을 넓혀간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책의 중심에는 '관계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저자는 관계론적 양자역학 해석을 통해서 사물의 성질을 다른 대상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하자고 말한다. 우리는 이제 물체의 속도가 다른 물체를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이야기에는 비교적 익숙하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어떤 속성을 가진다는 사실 자체도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설명하는 절대적인 관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서로 다른 관계와 관점 속에서 세계를 알아가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시간의 흐름에 관한 설명에서는 미래가 열려 있으며 우리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체스를 두는 컴퓨터를 예로 든 부분도 재미있었다. 컴퓨터는 가능한 여러 수를 살펴보고, 각각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평가한 뒤 다음 수를 선택한다. 미래를 탐색하고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앞으로 일어날 일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철학을 다루는 부분에서 모든 존재의 관계성을 다시 짚어주는 대목도 좋았다. 다른 어떤 것과도 무관하게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 책의 내용을 모두 다 쉽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특히 양자역학이나 철학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아주 또렷하게 내 머릿속에 남는 문장들이 있었다. "결국 물체의 속성이란 물체들 사이의 관계로, 물리적 상호작용이라는 것이 있다" "절대적 확실성, 절대적 정확성, 궁극적 진리 같은 개념은 상상의 산물이며, 어떤 과학 분야에서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등등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잘못 안 것은 고치고 몰랐던 것은 새로 배우면 된다. 그리고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미래는 우리에게 열려 있다는 것을 한 물리학자의 명저를 통해 배워간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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