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해부학 - 완전한 질서 너머 삶의 의미를 찾아서
가브리엘 웨스턴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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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부학>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나의 몸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자신의 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공교육이 뒷받침되어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이 생길 정도였다.



이렇게 무지를 한탄하다가도, 이 책이 전해주는 우리 몸의 정교한 구조와 작동 방식을 들여다보며 일종의 경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몸속의 세포들과 장기들이 서로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리면서 나를 살아있게 해준다는 사실은 새롭고도 놀라웠다.



영문학을 공부한 뒤 의학을 전공한 외과의사 가브리엘 웨스턴 저자의 글에는 의학적 전문성과 인문학적 시선이 함께 녹아있다. 그녀는 넓적뼈의 아름다움을 논하고 골절된 뼈를 보다가 정신없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세세한 설명과 낯선 전문 용어 사이로 개인의 경험과 추억이 살짝 고개를 내밀면 몸에 대한 뭔가 딱딱하면서도 기계적인 이야기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특히 나에게는 '창자'를 다룬 장이 아주 흥미로웠다.



환자가 항생제를 사용한 후에 흔히 겪는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병원균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레'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갑자기 대학 시절을 끄집어낸다. 이 병원균을 없애려면 다른 사람의 대변에 있는 미생물을 이용해서 건강한 장내 미생물 군을 회복하는 치료법이 필요하다.



이를 좀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서인지, 저자는 자신에게 일종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준 룸메이트들과의 관계가 끊어진 채 해로운 연인의 학대에 시달렸던 젊은 시절을 소환했다. 자신을 돌봐주던 관계들이 사라지자 결국 해로운 존재에 취약했던 경험... 장내 생태계의 균형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이토록 좋은 이야기 방법이 또 있을까?



내가 여성이라 그런지 '자궁'을 다룬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한마디로 '인체의 신비'를 말하는 구간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엄마의 자궁을 딸에게 이식하는 과정과 저자가 쌍둥이 딸을 낳았던 경험을 전하는 대목 등등 여자들은 출산을 하면서 험난한 과정을 통과하지만 동시에 벅찬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몸의 여러 부분 - 뼈, 골격, 장기, 세포 등등 -  을 설명하는 과정을 아주 독특하게 펼쳐놓는다. 단지 설명에 그치지 않고 여러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풍부한 서사를 전달하기에 더욱더 감동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읽는 과정이 내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의학 용어와 복잡한 설명이 이어질 때면 한 번에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책 초반에 등장하는 수술과 부검 장면도 아주 생생하게 묘사되기에 독자에 따라서는 좀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의학적 설명 사이에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내게 아주 잘 맞았다. 낯선 지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각각의 신체 부분을 허겁지겁 따라다가다 잠시 잊었던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인생의 해부학>을 읽는 동안 한숨을 쉴 정도로 나는 내가 내 몸을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동시에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다는 바람이 꿈틀꿈틀 올라왔다.



여전히 어려운 용어가 많이 있고 이해하지 못한 대목도 있지만 독서 이후 얻어 가는 부분이 많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인간은 몸과 마음이 따로인 존재가 아니고 모든 것은 같이 움직이며 세포 하나하나에 인간의 기억과 삶이 녹아있다는 생각에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색다른 관점으로 알게 해준 고마운 책 <인생의 해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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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quest_book에서 받은 책을 읽고 오퀘스트라 4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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