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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진원 옮김 / 까치 / 2026년 8월
평점 :
누구나 이름은 알지만 선뜻 읽기에는 망설여지는 고전 <종의 기원> 그런데 그 책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니! 나는 제목 자체만으로도 이 책에 너무나 끌렸다. 그러나 독서를 시작해 보니 이 책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종의 기원>이라는 그 방대한 내용을 주요 이론 중심으로 풀어내면서 다윈이라는 학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삽화도 있어서 낯선 개념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단 좋았던 이유는 이 책은 다윈과 진화론에 대해서 막연히 품고 있던 생각을 정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흔히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창조론이 완전히 대립하는 두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다윈은 자신의 책을 통해서 "최초의 생물은 창조된 것이 맞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최초 생명의 기원은 신에게서 온 것이 맞는다는 주장이고 이후 생물이 진화해서 지금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즉 다윈이 반박하고자 했던 것은 각각의 종이 지금의 모습 그대로 창조된 채 변하지 않았다는 이론이라 볼 수 있다.
위대한 학자라는 이미지 뒤에 있는 인간 다윈의 모습도 흥미로웠다. 책을 통해서 만난 그는 기존의 교육에 회의를 품고 주어진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런 모습에서 약간의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기질이 느껴졌다. 제도 안에서의 배움에 만족하지 않았기에 결국 그는 비글호를 타고 직접 자연을 관찰하고 탐구하여 종의 기원이라는 역작을 쓰지 않았을까? 이 대목을 읽고 나니 다윈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책은 <종의 기원>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특히 "가축과 재배 식물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변이"에 대한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치와와와 앵콘 양을 예로 들어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말하자면 야생에서는 생존에 불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가 살아남아서 자손을 남기기 어렵지만 인간의 보호 아래에서는 이런 특성이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인간이 원하는 특성을 골라서 번식시키는 과정이 더해지면서 좀 더 다양한 모습이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생존 경쟁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코끼리와 삼나무의 사례를 보면 동물이든 식물이든 많은 개체가 성장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는 왜 성체가 되어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 수보다 훨씬 많은 새끼들이 태어나는지를 알 수 있다. 먹이와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결국은 강한 소수의 개체가 살아남기 마련인 듯. 저자의 말처럼 생존 경쟁을 좀 더 큰 틀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갑자기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떠오르면서 혹시 인간 역시 당시에 생존 경쟁이라는 격전지에서 고군분투한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도 들었다.
<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은 <종의 기원>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주요 이론에 집중해서 핵심만을 뽑아내기에 읽는 부담이 없다. 구체적인 사례를 읽고 삽화를 보면서 독서를 하다 보면 진화론의 핵심뿐만 아니라 다윈이라는 인간의 모습까지 만나게 된다. 이 책은 다윈의 주장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당시로서는 최선이었던 유전의 원리 등을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보완하고 오류를 짚어준다. 위대한 과학자의 말도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 같다. 아주 쉽고 재미있게 <종의 기원>을 만나볼 수 있는 책 <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