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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
김유진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평점 :
기억을 죽인 살인범을 증오한다
그리고 동경한다
90년대 영화 <다크 시티>에서 주인공 존 머독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 사건 때문에 쫓기게 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던 중, 어떤 특정 집단에 의해서 조작된 기억이 자신에게 심어졌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인간의 기억은 '나'라는 정체성의 한 요소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기억이 쌓이고 재구성되면서 결국 현재의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나는 누구인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 '기억'을 소재로 한 sf 미스터리 소설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
기억은 과연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기록일까, 아니면 한 인간을 구성하는 퍼즐 조각일까? 만약 내가 품고 있던 과거의 기억이 몽땅 삭제되고 그 자리에 전혀새로운 기억이 심어진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 주장할 수 있을까?
나는 책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를 읽으면서 여러 의문에 사로잡혔다. 이 책에 나오는 대로 기억 회복술과 기억 제거술이 실제로 활용된다면 우리가 목도하게 될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주인공 김수오는 치매 환자들의 기억을 회복시키는 브레인 임상 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의사다. 그는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엄마에게 몰래 기억 회복술을 실시하던 중, 이미 엄마가 누군가에게서 뇌 수술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정황을 발견한다.
그러던 중 암암리에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없애준다는 의사 주경재의 존재를 알게 되고 엄마의 기억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서 그에게 접근한다. 서로 정반대의 기술을 가진 두 의사와 엄마가 잃어버린 기억... 과연 김수오가 주경재에게서 발견할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은 문장력이 뛰어나고 가독성이 높다. 그뿐만 아니라 자칫 황당무계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기억 회복과 기억 제거라는 기술을 현실감 있게 잘 묘사하기에 실제로 이런 의술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여러 의문들 덕분에 독자들이 몰입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바로 '주경재'이다. 그는 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의 존재감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압도하면서 이야기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사람의 기억을 마음대로 지우고 되살 일 수 있는 능력이, 악인의 손에 들어간다면 과연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완전히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게 되지는 않을까?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는 "기억의 재구성"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며 흡인력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특히 김수오 엄마인 소희의 기억을 둘러싼 비밀이 후반부에 드러나면서 독자들은 경악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이 얼마나 악해지고 추해질 수 있는가?라는 생각과 사람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오는 인물에게 치가 떨렸다.
나도 가끔 떠오르는 과거 흑역사 때문에 이불을 걷어찰 때가 있다. 만약 그런 기억을 깨끗하게 지울 수 있다고 누군가가 유혹을 한다면... 정말 어려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기억마저도 나의 한 부분이라면...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지니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끝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몰입감을 유지하는 탄탄한 플롯을 가진 sf 미스터리 소설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를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