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의 가장자리 - 부서진 유년의 파편에서 출현한 신경과학자 이야기
데이비드 수실로 지음, 이충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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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인생에서

'나'로 창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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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뛰어난 과학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 <카오스의 가장자리> 그런데 이 책은 이 문장만으로는 약간 소개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저자 데이비드 수실로는 다소 불행했으나 지식 탐구로 빛났던 어린 시절을 들려준다. 매우 혼란스러운 나날 속에서도 잘 자라난 것이 놀랍기만 하다. 누군가는 어려운 환경을 벗어나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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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실로의 어린 시절은 매우 불안정했다. 부모의 약물 중독과 어머니의 정신적 어려움으로 제대로 된 돌봄을 받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누나와 함께 들어간 보육원에서도 폭력과 부당한 처벌을 겪어야만 했다. 이후 옮겨간 기숙학교 역시 편안한 곳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종교 시설에서 출발한 밀턴허시스쿨은 난해한 규칙들과 이해할 수 없는 처벌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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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읽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이야기긴 하지만 저자는 아주 솔직하고 담백하게 어린 시절을 들려준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감당하기 어려웠을 순간들도 담담하게 들려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는 평범함이 그에게는 일찌감치 허락되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 안타까웠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독자라면 어린 수실로를 보면서 공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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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의 삶을 바꾼 계기 중 하나가 비디오게임이었다는 게 아주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나도 어린 시절에 한때는 특정 오락 게임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에서 시작된 관심이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으로,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뇌와 마음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그냥 좋아서 빠진 일이 미래의 나를 결정짓게 된 것이다! 아마도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이 이 지점을 유심히 살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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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카오스의 가장자리>에는 위태로웠던 어린 시절에 대한 개인사와 함께 신경과학,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놓는다. 참으로 재미있는 부분을 말하자면, 주로 과학의 대상이 되는 뇌가 이 책에서는 삶과 엮이면서 문학적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그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살피고 심리치료를 통해서 깊이 있게 스스로를 파악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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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성인이 된 뒤의 삶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고 박사과정에서는 오랫동안 쌓아온 연구의 기반이 흔들리는 좌절도 겪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과 함께 보육원 생활까지 한 누나와 다른 아이들이 그와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우리 인생에는 어쩌면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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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아니라 비늘로 이루어져 반짝이는 강을 상상해 보라. 햇빛을 반사하는 수천 마리 물고기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협을 하면서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 이러한 무리 행동은 창발이라 부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조율하는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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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창발'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것 같다. 수많은 경험과 만남이 어떤 식으로든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지금의 '나'를 만드는 현상. 여러 요소의 상호작용에서 새로운 특성이 나타나는 '창발'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현재의 성공한 모습을 그려내는 듯하다. 그에게는 관심을 주고 가능성을 믿어주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도운 손길이 있었다. 그리고 수실로 자신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온 힘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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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성장과정을 딛고 성공한 과학자로 나아가는 그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 책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과학적 이론과 개념 설명도 나는 재미있었다. 고등부 영어 수업을 할 때 가끔 등장하는 단어 "비선형성(nonlinearity)"이 딱 나와서 놀랐다. 술이나 날씨 등으로 설명해 주니까 조금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다. 수학과 과학이 어쩌면 그의 삶에 등불이 되어주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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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의 가장자리>를 읽는 동안 저자가 이룬 성취도 놀랍지만 그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고마웠다. 물론 그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그의 가능성을 알아봐 준 사람들 덕분에 그가 지금의 성공한 과학자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매우 매력적이다. 카오스, 질서와 무질서, 창발 등 복잡한 과학 이론과 한 개인의 과거에 대한 세밀한 회상이 만나면서 아주 멋진 책이 탄생했다. 개인적 서사와 과학이 만나 독특한 감성과 지성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책 <카오스의 가장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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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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