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 - 운동 좀 하던 할머니들의 현재진행형 인생 이야기
변정정희 지음 / 현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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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순히 돈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아주 조그맣더라도 사회에 쓸모가 되고자 한다.

그렇게 일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을 읽다가 눈에 띈 문장을 적어본다. 일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말은 내게 아주 의미 있게 다가왔다. 한때는 맹렬한 여성 노동자였던 분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니 이 문장이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이 책은 1970~80년대 노동 현장에서 활동했던 일곱 여성의 삶을 따라가는 일종의 르포이다. 우리 엄마이자 이모 혹은 나이가 좀 있는 언니들인 이들은 회사와 공장에서 열심히 일했고 부당함과 차별에 맞서 치열하게 싸웠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바로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일터’를 소중하게 여겼다는 점이다.



아무리 열악하더라도 그들에게 일터는 친구들이 있고, 가족을 먹여 살릴 월급을 주고 또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삶의 현장이었다. 따라서 그곳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투쟁한 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컴퓨터 부품 회사인 콘트롤데이터에서 일한 정화 씨. 그녀는 여성 노동자가 대부분인 공장에서 여성들이 편안히 근무할 수 있는 노동 조건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부양가족을 조사해 임금 인상의 근거를 마련하고, 생리 휴가와 같은 건강권을 확보했으며 교양 강좌 등도 개최했다.



70년대, 노동조건이 아주 열악했던 시기에 그렇게 일터를 삶의 공간으로 만들어갔다는 점이 놀라웠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피고 해결하기는 과정이 멋져 보였다.



청계 피복 노동조합 출신 재봉사 박연준 씨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사진 속에서 보는 모습은 넉넉한 중년 부인으로 느껴졌지만 그녀의 삶에는 미싱사의 시다로 일하면서 호된 대우와 질책을 견뎌야 했던 세월이 있었다. 노동은 둘째치고 폭력이 난무했던 과거의 노동 현장... 가슴이 매우 아팠다.



그러나 당시에 이들에게 장애가 된 것은 열악한 노동환경도, 쥐꼬리만한 월급도 아니었다. 군부독재와 같은 혼란스러웠던 사회 환경과 특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여성들이 마음껏 일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였다.



지금은 시인으로 활동하는 정명자 씨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일방직 똥물 사건은 특히 충격적이었다. 노조위원장을 여성들로 뽑아서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여성들에게 회사 측도 아니고 같은 노동자인 남성들이 똥물을 뿌린 사건!! 너무나 치욕적이고 폭력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70~80년대 당시에는 여성 노동자들 사이에 연대 의식이 살아있었고 해고나 체포 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겁 없이 싸웠다는 점이다. 이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진짜 “치열하게 일하고 신나게 싸웠던 그 시대 언니들 이야기”가 맞다. 탄압과 폭력 속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이라는 제목을 다시 보게 된다. 젊은 시절의 치열한 투쟁은 지금 이들의 삶에도 녹아 있는 듯하다. 복지관에서 이웃을 살피고, 가진 것을 나누고, 자신의 경험을 말과 글로 전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부당함 앞에서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고 서로의 곁을 지켰던 마음이, 오랜 세월 이들의 삶을 지탱해온 힘이 아니었을까.



책을 읽으며 처음 눈길을 끌었던 ‘일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문장을 다시 떠올린다. 이들은 자신뿐 아니라 동료들도 그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일터를 바꾸려 애썼다. 치열하게 일하고 싸우며 삶을 가꾸어온 우리 엄마, 이모, 언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 시대 여성 노동자들의 생생한 삶과 목소리를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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