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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메모리엄 - 2024 올해의 영국 도서상 데뷔 소설 부문 수상
앨리스 윈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평점 :
전쟁은 비극이다. 특히 앞날이 창창한 젊은 남자들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러하다.
그러나 이 비극은 그들의 죽음에서만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한때 그들을 사랑했던 모두의 세상은 그들의 죽음 이후
회색빛으로 변한다.
이 책 <인 메모리엄>은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야 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추모의 시처럼
느껴지면서 동시에 난관 속에서도 사랑을 지켜낸 사람들의
생명력을 노래하는 책으로 다가온다.
1910년대 1차 세계대전이라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던 유럽. 주인공 곤트와 엘우드는 영국의 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기숙학교 프레슈트에서 공부했다.
겉으로만 보면 서로에게 고약한 장난이나 치는 친구 사이
같지만 그들 사이에 오가는 뜨거운 눈빛과 남몰래 스치는
손길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하얀 깃털로 상징되는 대중들의 은근한
압박과 가족의 권유로 군대에 입대하기로 결심하는 곤트.
그러나 사실은 그동안 친구로 가장해왔던 엘우드에게 느끼는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 때문에 괴로워했던 곤트가
전선으로 도피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곤트와 엘우드는 시와
문학을 이야기하며 서로에 대한 순수하고도 뜨거운 사랑을 키워왔지만
전쟁은 그들에게 사랑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단 하나의 총알로도 삶과 죽음이 갈라지는 전쟁터
빗발치는 포탄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끔찍한 죽음 속에서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애쓰는 동안 점점 메말라 가게 되고
미쳐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전쟁의 잔인함이
얼마나 인간을 쉽게 무너뜨리는지 알게 된다.
소설 <인 메모리엄>은 전쟁의 참상을 아주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몇몇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잘 만들어진 전쟁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읽다 보면 독자들은 마치 총알이 쏟아지는 전쟁터에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끝끝내 사랑의 힘을 포기하지 않는
두 주인공 때문이 아닐까? 전쟁 이전에는 관습과 명예 등으로
단단한 껍질 속에 들어가 있던 곤트의 엘우드에 대한 사랑은
오히려 전선에서 화려한 꽃을 피운다.
처음에는 그저 소년들이 서로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는
소설인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절망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조금이라도 이야기에 지분이 있던 등장인물들이 전쟁터에서
맞이하는 슬픈 운명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소설 <인 메모리엄>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그러나 너무도 아이러니한 사랑 이야기인 것은 바로 죽음이
속출하는 전쟁터에서 더욱더 화려하게 피어난 꽃과 같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그러나 누군가 죽고, 또 누군가는
부상을 당하는 곳에서 행복한 순간은 너무도 짧았다.
두꺼운 책이긴 하지만 몰입감이 진짜 최고인 소설
<인 메모리엄> 전쟁의 공포가 시시각각으로 전해지고
나도 모르게 곤트와 엘우드가 무사하기만을 계속 기도하고
있었다. 시를 노래하는 젊은이들의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과 이에 대비되는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소설
<인 메모리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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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