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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ㅣ 소설, 잇다 7
강경애.한유주 지음 / 작가정신 / 2026년 4월
평점 :
어깨에 무거운 소금 자루를 올리고 걷는 여자
그리고 인생의 짐을 지고 사는 모든 사람들
소설집 <바라건대>는 인간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그 ‘생존의 무게’ 와 ‘서로에 대한 염려’
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실험적인 작품 세계를 가진 한유주 작가
의 작품을 통해서 식민지 시대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강경애의 소설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10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있으나 그들의 작품은 여러모로 닮아있었다.
우선 나에게는 그들의 작품이 ‘리얼리즘’을
공유한다고 느껴졌다. 다소 거칠고 투박하지만
일제 식민지 치하 조선인 하층민들의 비참하고
처절한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 <소금>
남의 아이를 봐주느라 내 아이가 죽어
가는 것을 모르는 엄마의 처절한 상황이 묘사된다.
한유주 작가의 글 <바라건대>는 좀 더 리얼하게
다가온다. 마치 캔버스에 스케치를 하는 듯한 그녀의
글은 일상의 풍경을 그려낸 여러 편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그렇게 중첩된 이미지와 과거에 대한 회상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강경애의 소설 <소금>에서 가족 모두가 죽어버린
비극적 상황에서도 일단 생존해야 했던 봉염 어머니는
소금 밀수를 하기로 하고 남자들도 들기 버거운 소금 자루를
짊어진 채 후들거리는 다리로 강을 건넌다. 그런
와중에도 언제 수탈될지 몰라서 마음은 늘 불안하다.
한유주 작가의 <바라건대>는 복잡하고 바쁜 도시의
거리 풍경 속, 삶에 지쳐버린 듯한 한 여인을 비춘다.
벤치에 우연히 앉았다가 커다란 가방 2개를 양쪽에
두고 마치 자고 있는 듯한 한 여인의 지친 모습을
보게 되는 화영...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생존의 무게를 지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하는 듯했다.
그러나 또한 두 작품에서 보이는 것은 이웃들에 대한
안부 혹은 괜찮은지 묻고 싶은 염려였다.
<소금>에서는 처참한 생활을 하는 봉염 어머니를 늘
들여다보는 이웃 용애 어머니가 있고 <바라건대>의
주인공들은 옆 사람의 안부를 제대로 묻지 못한
것을 마음에 걸려 한다.
이 두 작가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 절대적 빈곤과 굶주림의 상황에서도 서로를
들여다볼 여유는 있었던 사람들, 그러나 좀 더 풍요로워지긴
했으나 우리는 과연 서로의 고독과 외로움을 들여다볼
여유를 가지고 있을까?
과거의 문학을 재해석할 뿐만 아니라 시대와 공간을 넘어
인간이 짊어진 삶의 무게와 고독 그리고 서로를 향한
안부와 염려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집 <바라건대>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