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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도망 - 까미난떼, 끝인 줄 알았던 순간 다시 걷기 시작하다
나상천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4월
평점 :
누군가가 곁에서 나란히 걸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달라질지 모른다.
인생이란 게 그렇다. 죽지 못해 산다 싶을 정도의 어려움이 벌떼처럼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누구에게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 이 책 <어느 멋진 도망>은 각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로 인해 힘겨워하는 네 인물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고통을 마주하고 삶을 변화시켜 가는지를 보여준다. 아름다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드러나는 연대와 공동체의 힘은 상처투성이의 내면을 가진 인물들을 다시 삶으로 복귀시킨다.
주인공들 중 한 명인 세프 킴스는 바쁜 삶에만 매달리다가 아내를 암으로 잃은 후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다. 도로시는 아버지의 부재와 자신의 음악 세계가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에 시달리고 로저는 병원에 있는 아버지의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짓눌려 있다. 그리고 아직 스무 살 남짓한 준상은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일로 인해 죄책감 속에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이들의 동행은 로저에게 도착한 한 통의 문자로 시작된다. 산티아고 순례길 33일 동안 구독자 33만 명을 달성하면 영화 제작을 지원하겠다는 메시지. 그렇게 시작된 여정 속에서 이들은 인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은 채 묵묵히 길을 걷는다. 그러나 처음에는 각자의 과거에 갇혀서 상처를 곱씹고 미래를 마냥 두려워하던 이들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면서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어쩌면 처음에는 힘겨운 삶을 잠시 피하러 온 '도망'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여정을 통해 그들은 더 이상 과거를 외면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걷는 걸음 족족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게 되면서 조금씩 치유하는 길을 찾아내는 사람들. 같은 길을 걷고, 음식을 나누고, 때로는 충돌하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고, 그 관계는 결국 상처 입은 마음들을 회복시킨다. 그전에는 그저 낯선 타인에 불과했으나 이제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주면서 다시 일어설 힘을 서로에게서 얻는 모습이 특히 좋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개인적 기억이 떠올랐다. 큰 수술을 받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시절, 억지로 나를 일으켜 세워 운동을 시켜준 가족들과 일부러 먼 길을 찾아와서 따뜻한 위로를 건넸던 동창들이 생각났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의 존재가 더욱더 고마워졌다. 결국 이 책 <어느 멋진 도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연대' '서로를 위한 마음' 등이 아닐까? 33일의 여정 속에서 이들은 자연을 걷고, 음식을 나누고 노래를 함께 부르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람은 결국 사람 속에서 치유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삶의 방향을 잃었거나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