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멀버리 - 오디나무 위에 두고 온 이름
로사 권 이스턴 지음, 권채령 옮김 / 서삼독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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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이름을 버려야만 한다면,

뼈에 사무치게 외로워져야 한다면,

그래, 천 번이라도 기꺼이.”


소설 <화이트 멀버리>는 일제강점기라는, 한민족이 고통받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주요 주제는 한 여성의 삶을 향한 의지와 용기라고 볼 수 있다.  거대한 역사적 투쟁을 이야기하기보다는 한 개인의 삶을 향한 투쟁을 다룬다.  조선의 가부장제와 일본의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두 가지 굴레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로 살아간 당당한 여인, 미영의 이야기인 <화이트 멀버리>


1920년대 조선은 남존여비와 가부장제가 사회를 지배했다. 여성의 경우 일정 나이가 되면 서둘러 시집을 가는 것이 당연시되던 풍토였고 미영의 어머니 역시 언니들을 십 대에 만주와 일본으로 시집을 보낸다.  그러나 똑똑하고 의지가 강했던 미영은 그런 운명을 거부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신여성이 되길 꿈꾼 미영.


그러던 중 미영에게 일본 유학이라는 기적 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보배 언니가 있는 일본으로 건너간 그녀는 더 넓은 세상에서 꿈을 키우려 하지만 일본의 현실은 그다지 녹록하진 않았다. 없는 살림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애썼으나 그녀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일본인들의 조선인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 생존을 위해 미영은 어쩔 수 없이 ‘미요코’라는 이름으로 일본인 행세를 하며 매일 스스로에 대한 자격지심과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영은 조선인이 다니는 교회에서 호준을 만나고 마법처럼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소설 <화이트 멀버리>는 한 용감했던 여성의 삶을 향한 의지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결혼제도를 믿지 않았던 미영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사랑은 독자들의 마음을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그러나 동시에 이 책은 일상 속에서 조용하게 이루어지던 일본인의 조선인에 대한 폭력을 다룬다.  지면을 뚫고 나올  듯한 생생한 따돌림, 혐오 그리고 멸시... 미영을 포함하여 많은 조선인들이 조선인의 정체성을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화이트 멀버리>는 미영의 굴곡 많았던 서사를 통해 시대의 폭력을 고발하면서 동시에 이에 굴하지 않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그녀의 모습을 그려낸다.  인생은 때때로 불행과 비극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또 그 나락의 끝에서 일어설 수 있는 희망도 준다.  저자 로사 권 이스턴의 할머니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이 작품의 생생함과 깊이를 더해주는 것 같다. 


탄탄한 구조와 풍부한 서사 그리고 감정을 이끌어내는 필력까지.. 독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소설 <화이트 멀버리>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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