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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방 ㅣ 생각학교 클클문고
러스킨 본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생각학교 / 2026년 2월
평점 :
"오늘은 관심 없어. 나에겐 내일이 필요해."
실로 오랜만에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갖춘 책을 만난 것 같다. <지붕 위의 방>은 정말 좋은 작품이다. 이 책은 러스티라는 한 소년이 느끼는 불안과 방황 그리고 영국인도 아닌, 그렇다고 인도인도 아닌 스스로의 진짜 정체성을 힘들게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다. 혼란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러스티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소설이다. 그가 편안하게 속할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이야기는 인도의 한 지방인 데라의 길가에서 시작된다. 비가 내린 후 공기 중에 퍼지는 흙 내음과 꽃향기가 묘사된다. 봄을 알리는 그 상쾌한 공기의 분위기를 느끼며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소설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저자는 독자들이 마치 그 장소에 실제로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한다. 마치 나도 그 길가에서 소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듯한 착각을 겪을 만큼 현장감 있는 묘사이다.
주인공 러스티는 부모를 잃고 현재는 엄격한 후견인의 보호 아래 살아간다. 혼혈이지만 영국식의 딱딱한 규율 속에서 살아가는 러스티. 후견인이 시키는 대로 살지만 그의 마음은 외롭고 고독하다. 열일곱이라는 나이는 자유를 꿈꿀 수는 있지만 탈출하는 방법은 잘 모를 만한 나이다. 뭔가 변화를 주고 싶지만 그럴 용기도 아직은 부족하다. 그저 시장에서 뛰어도는 아이들의 주위를 겉돌며 막연히 다른 삶을 상상할 뿐.
그러던 어느 날 인도인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색의 축제인 홀리 축제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된 러스티. 색채와 소음, 냄새와 웃음이 뒤섞인 정신없는 축제에 참여하게 되면서 러스티는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경험한다. 그 느낌을 알게 되어버린 러스티는 이제 더 이상 후견인과 함께 하는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는 천한 인도인들과 더럽게 놀았다고 모질게 매를 때리는 해리슨 씨에게 반항을 하고 집을 뛰쳐나오게 되는데...
그는 기진맥진했지만 행복했다. 이 축제가 영원하기를 바랐다.
뜨거운 감정으로 꽉 찬 하루, 그와는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이 삶이 끝나지 않기 바랐다.
왜 제목이 <지붕 위의 방>인 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러스티가 집을 탈출한 이후 진정으로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 장소이니까. 외로웠던 소년은 이제 도와주는 손길 덕분에 비로소 조금씩 자신을 찾으면서 살아가게 된다. 책 <지붕 위의 방>은 데라라는 지역의 모습을 입체감 있게 보여준다. 시장의 열기, 거리 음식의 냄새, 축제의 색감과 숲의 소음 등이 그야말로 생생하다. 그리고 주변 인물인 소미, 키션, 란바르 등등도 각자의 개성을 갖춘 채 살아 움직인다.
두려움에 떨면서 도망을 쳤던 러스티. 그러나 그의 삶은 계속되고 그의 몸과 마음은 성장한다. 낯설었던 세상에서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러스티의 모습이 보인다. 너무나 감동적이고 재미있었던 책 <지붕 위의 방> 러스티의 이야기가 시리즈로 나온다면 계속 읽고 싶을 만큼 정말 좋았던 이 소설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