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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10주년 기념 개정판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3월
평점 :
이주민, 성소수자, 여성, 흑인....
우리는 왜 끝도 없이 누군가를 혐오하는가?
책 <혐오사회>를 읽는 동안 너무 화도 나고 안타까웠다. 인간이란 결국 협소한 사고의 틀에 갇혀서 나와 동등한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 혹은 ‘괴물’로 규정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도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존재인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 또한 특정 인종, 종교, 성 소수자들에 대한 잘못된 감정을 품지는 않았는지를. 이 책 <혐오사회>는 혐오가 만연한 이 시대에 한번 읽어볼 만한 매우 울림이 큰 책이다.
요즘은 세계적으로 배타적인 시선이 우세하다. 유럽에서는 극우 정당이 득세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노골적으로 인종 차별을 이야기하는 트럼프 정부가 나라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극우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다른 인종과 민족을 범죄자 취급하고 타자화하는 극우들의 패턴은 나치의 프로파간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주제였고 이를 용이하게 만드는 사회적 구조가 반드시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저자가 ‘증오-집단에 대한 적대감’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매우 인상 깊었다. 독일 출신의 저자는 “클라우스니츠” 지역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언급한다. 고향을 잃고 두려움에 떠는 난민이 탄 버스를 향해 ‘너희는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다’라고 외친 지역민으로 구성된 시위대. 이 사건에서 난민들은 개개인으로는 보이지 않고 그저 타자들로 구성된 집단으로만 보이게 된다. 저자는 결국 시위대의 강렬한 증오는 상상력 훼손과 차별적 담론에만 의지하는 협소한 사고 탓이라고 한다.
‘혐오와 멸시-제도적 인종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강렬하게 다가왔다. 한때 경찰관의 무리한 진압과 체포 때문에 목숨을 잃은 한 흑인에 대한 추모의 목소리 “Blacklivesmatter’ 운동이 미국 전역에 퍼진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진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무런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흑인 남성 에릭 가너에게 무자비한 초크를 걸어서 사망케한 미국 경찰 대니얼 P.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폭력은 미국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역사적 흐름이자 제도적인 차별이라고 하는 저자. 정말 암울하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에릭 가너는 경찰관에게 목이 졸려서 죽는 그 순간까지 ”I can’t breathe“를 외쳤다고 한다. 내가 저자였다면 나는 그 동영상을 끝까지 못 봤을 것 같다. 그저 상상만 하는데도 벌써 고통스럽다. ‘증오-집단에 대한 적대감’을 이야기할 때 저자는 시위대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구경하듯 보면서 방관하는 사람들이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찰관들도 똑같이 잘못을 저지른다고 봤다. 혐오와 증오 그리고 분열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서 침묵한다는 것은 곧 그것에 가담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는 것인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불의를 보고 침묵을 선택할 순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희망보다는 오히려 절망이 몰려온다. 벌써 10년 전에 쓰인 책인데 여전히 특정 인종, 성 소수자, 난민 등에 대한 차별, 혐오가 담긴 시선은 여전할 뿐 아니라 더 극심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럴수록 더욱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조금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나 저자가 이 책을 쓴 취지는 명확히 알 것 같다. 혐오와 증오 그리고 차별이 있는 곳에서 침묵하면 안 된다는 것. 모두가 똑같은 권리를 가진 동등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등 많은 깨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꼭 읽어봐야 할 책 <혐오사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