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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부키 / 2026년 4월
평점 :
조금 느려도 자기 속도대로 가는 삶은
의외로 행복하고 반드시 희망차다!
55세에 남편을 잃고 잠시 절망에 빠졌던 한 일본의
여성은 슬픔을 딛고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소설가의
꿈을 이루기로 결심한다. 소설 강좌를 등록한 지 8년 후
그녀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라는 소설을 쓰고
문예상을 받은 후, 그다음 해에는 아쿠타가와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책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는
작가 데뷔 이후 저자 와카타케 치사코가 써 온 여러
에세이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은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따뜻하고 삶 자체를 긍정하는 사람의 강인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인습에 물들지 않으면서, 아름답게
지고 있는 한 송이 꽃과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에세이에는 그녀가 인상 깊게 본 영화와 소설 이야기
주변 인물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가 담겨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오래 남았던 이야기들을 꼽아보자면,
먼저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와도 맞닿아있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밑바닥>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든 것을 잃고도 웃음을 잃지 않는 주인공 남자.
지독한 가난과 불행이라는 밑바닥에서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곧 온전한 삶의 긍정임을 저자는 꿰뚫어 본다.
또한 73쪽 <끝이 있다는 위로>에서는
그동안 남편과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영원한 생명’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던 신혼 시절을 지나,
어느새 영원한 삶을 원치 않는, 지쳐버린 중년의 시간이 된다.
그리곤 결국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된 남편.
비록 짧지만 남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
나오는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를 두 가지 모습으로 떠올렸다.
아직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한 신인 작가이자
아이처럼 호기심이 풍부한 사람 그리고
잘 익은 술처럼 자신의 나이와 늙음을 받아들이며
언제나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사람
어쩌면 저자의 이 두 가지 모습이 공존하기 때문에
그녀의 글은 더 생생하고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을
그녀의 소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도 꼭 읽어보고
싶다. 에세이 속에서 드러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
그리고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간다는 태도를 담은
가치관이 소설에서는 어떻게 펼쳐졌을지 궁금하다.
인생의 오후라는, 저물어가는 시간 앞에 서 있는
저자 와카타케 치사코. 그러나 그녀는 쉽게 절망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간을 또 하나의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마음에 깊이 와닿았던
에세이집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