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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을, 너와 걷던 길
홍 기자 지음 / 찜커뮤니케이션 / 2026년 4월
평점 :
읽다 보면 아름다운 음악이 들리고,
영화와 드라마처럼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소설이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로 떠나는 소설
바로 <그 가을 너와 걷던 길>이다. 가난했지만
정신적으로 풍요로웠고 가족끼리 똘똘 뭉쳤던 그때 그 시절
그리고 이웃 간의 정이 살아 있었고 사람들이 순수했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진하게 밀려온다.
주인공인 여고생 인하는 엄마와 언니 정하, 그리고 치매에 걸리신
외할머니와 살고 있다. 엄마의 고생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란
인하는 또래보다 속이 깊고 매우 야무진 아이다.
소설은 인하의 삶을 천천히 따라가며 그 시절을 대변하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사건들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언니 정하가 연탄가스에 중독되었다가 사투 끝에
겨우 살아나고 86 아시안 게임을 준비하느라 학생들이
매스 게임 연습에 동원되던 풍경들. 입주 가정부 순희 언니가
사랑을 찾아 가출하고 그 혼란스러운 틈을 타 실종된 외할머니를
인하가 애타게 찾아 헤매던 순간들...
그 장면들은 마치 빛바랜 추억의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준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눈물이 고이고 다른 페이지에서는 실실
웃음이 나다가도 때로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우리 가족들의
옛날 사진 앨범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핵심은 바로 ‘굿 올드 팝송’과
‘가슴 떨리는 첫사랑’이 아닐까? 인하는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고
특히 팝가수에 열광했다. 교회에서 처음 만난 인하와 운경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급격히 가까워지지만, 정작 서로의 진심을
밝히지 못한 채 답답하게 지낸다. 결국 세월은 흐르고 어른이 되어 만난
두 사람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낯선 모습으로 재회하게 되는데...
1984년에서 1988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나이가 지긋한
독자에게는 강렬한 향수를, 젊은 독자에게는 흥미로운 시간 여행의
기분을 선사한다. 이 소설은 이상하게도 타인의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냥 나의 이야기, 나의 친구 이야기
혹은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처럼 정답게 다가온다.
끝까지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를 돌보는 가족들
인하와 운경의 서툴고 풋풋한 첫사랑의 마음 등
우리가 한때 다 그 시절을 살았고 그 감정을 경험해
봤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레트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책 <그 가을 너와 걷던 길>은 그리움과 향수라는 주제로
팍팍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워준다.
왠지 오늘 버스를 타면 예전 그 시절 우리를
설레게 만든 올드 팝송 혹은 옛 가요가 흘러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추억의 박물관과도 같은 책 <그 가을, 너와 걷던 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