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층거주자 - 반지하로부터의 수기
절자 지음 / 세종마루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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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책 <지층거주자>는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야 하는

어떤 존재들과의 처절한 공존을 이야기하는 만화이다.

그런데 작가의 묘사가 아주 독특하고 새롭다.


우리가 해충으로 여기는 존재들 – 바퀴벌레

초파리, 돈벌레, 꼽등이 등등에 대한 묘사가 철학적이고

다소 수준 높게 펼쳐진다.. 오랫동안 그들과의 공존에 대해

깊이 사유한 느낌이랄까? 웬만한 철학자 못지않다.


그래서 부제가 <반지하로부터의 수기>인가 보다.


모두들 잘 알다시피 반지하라는 공간은 빛이 들기가

어렵고 자칫하면 습기로 눅눅해지기 쉬운 곳이다.

따라서 이런 조건을 사랑하는 해충들이 모여들기가 너무

쉽다.


이전에는 이런 공간을 경험해 보지 못했을 작가는

어느 순간 벽에 달라붙어있던 바퀴벌레와의 첫 만남의

강렬했던 아이컨텍의 경험을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뭐, 첫눈에 반하는 것이 으레 그렇듯 심장이 쿵쾅거리고,

몸이 뻣뻣해지고, 숨이 안 쉬어지고, 무력감을 느끼고,

다리에 힘이 빠 지고.... 눈물이 나댔나? (...)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직감”


이 표현을 읽으며 나는 킥킥거리고 웃었지만 묘하게

현실적이라고 느껴진 묘사 부분이 많았다. 특히 “작은 거인”

초파리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 내 얘기를 옮겨놓은 느낌이었다.


“이를테면 남은 생 내내 음식 위에 올라간 참깨를 보며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망상증 따위라든지... 여름에

공포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자취 생활을 하다가 음식 쓰레기를 며칠 방치했던

어느 여름날, 눈앞에 펼쳐졌던 그 소름 끼치고 비참했던

풍경을 보며 단순 불쾌감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혐오까지 느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많은 벌레들이 등장하지만 이중 압권은

바로 “돈벌레” 이야기였다. 이 친구의 MBTI를 논하는

장면부터 이미 웃음이 터지는데 ( 그것도 나와 같은 INFP)

그것도 모자라 돈벌레를 “우아한 숙녀”처럼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진짜 이 작가 좀 ... 괴짜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 책은 우리가 혐오를 느끼거나 쉽게 제거해버리는

벌레들에 관한 이야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결국

어떤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이 과연 이 벌레들을 없앨만한 권리와 정당성이

있는지를 놓고 “가상의 법정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는 이 작가는 찐 철학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일상을 전혀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있는 만화 <지층거주자-반지하로부터의 수기>

읽다 보면 웃기지만 조금 혐오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민해 볼 지점도 느껴진다. 이러다가 “돈벌레”를

마주하게 되면 같은 MBTI라고 악수를 요청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희한한 일이지만 읽고 나면 해충들이 귀엽게 다가오는 책

<지층거주자-반지하로부터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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