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기, 소유되기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율라 비스의 <소유하기, 소유되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자본주의 사회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만약 우리가 경제학자에게 자본주의에 대해 물어본다면 단순히 “돈을 더 많은 돈으로 바꾸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이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돈이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깊이 고민해 볼 기회를 갖지 못하는데, 이 책은 바로 그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소유하기, 소유되기>는 한 개인이 돈, 소비, 노동, 계급에 대해 사유하고 성찰해 온 과정을 담은 철학적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 역시 자본주의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백인이자 교육받은 여성이고 중산층 계급에 속하는 “나”라는 개인의 경험과 일상을 통해서 “자본주의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따라서 이 책은 어떤 결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한 개인의 사유 기록처럼 읽힌다.


이 책은 소비, 일, 투자, 회계라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주제에 맞는 짧은 글들이 이어진다. 책 속에는 마르크스와 버지니아 울프 같은 사상가와 작가들 뿐 아니라 가수 비욘세나 만화 스쿠비 두 같은 대중문화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여러 단면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특히 사상가인 마르크스가 방만한 경제 생활로 늘 빚에 시달렸다는 사실이나 버지니아 울프가 비교적 안락한 생활을 누리면서도 요리사에게 짠 월급을 줬다는 이야기 등이 새롭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대목들은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이야기였다. 예를 들어 중세 유럽에서 봉건제가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과정에 여성들의 “소유”를 막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마녀사냥이었다는 설명이나 우리가 치킨을 싸게 먹을 수 있는 이유가 좁은 우리 안에서 사육되다 희생된 닭들 덕분이라는 이야기 등이 그랬다. 어쩌면 자본주의라는 체제는 끊임없이 더 많이 가지려는 경쟁의 구조이거나 많은 존재들의 희생 위에서 올려진 불안한 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소유하기, 소유되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된다. 그만큼 글은 매우 개인적이고 내밀하게 다가온다. 예술가이자 작가인 저자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체제 속에서 스스로가 어떤 가치로 살아갈 수 있을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각 글들은 짧고 단편적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사색과 성찰은 꽤 깊은 편이다. 돈, 일, 투자, 회계 등에 대한 글을 통해서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지식인이 내면의 균형을 잡기 위해 꽤 애쓰는 걸 볼 수 있었다. 매우 의미 있는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책 <소유하기, 소유되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