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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 - 숲으로 걸어간 할머니, 엠마 게이트우드의 놀라운 여정
벤 몽고메리 지음, 우진하 옮김 / 수오서재 / 2026년 3월
평점 :
“그저 한 발을 먼저 내딛고
그다음에 다른 발을 내디디면 된다.
500만 번 정도만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놀라운 발걸음을 내디딘 사람이 있었다.
1955년, 오하이오의 작은 마을에서 살던 67살의 할머니
엠마 게이트우드는 어느 날 집을 나서며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잠깐 산책 좀 하고 올게.”
그러나 사실 그녀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집 앞 산책길이
아니라 바로 미국 동부를 종단하는 장대한 산길 “애팔래치안 트레일” 이었다.
약간의 음식과 옷 몇 벌 정도만 들어있는 짐 보따리를
둘러멘 이 할머니는 그야말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애팔래치안 트레일” 완주였다.
비와 눈을 맞으면서 강과 바위를 지나 끝없이 걸었던
할머니. 신발은 닳아서 일곱 켤레를 갈아 신어야 했고
폭풍우로 인해 강물이 넘쳐서 죽음의 고비도 넘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내면의 의지만으로
게이트우드 할머니는 미국에서 가장 길고 험한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갔다.
그런데 이 글이 좀 더 인간승리에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녀의 이전 삶 때문이었을 것이다. 게이트우드
할머니는 오랜 세월 매우 폭력적이고 학대하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견뎌냈고 11명의 자녀를 기르며 농장일까지
거뜬히 해냈다. 한마디로 강인하고 터프한 여성인
그녀는 결국 이혼을 선택했고 자유롭게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병원 대기실에서 보게 된 한 잡지를
통해서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존재를 알게 된 그녀는
마치 자신의 영혼을 부르는 듯한 그 길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 것이다.
길에서 만난 어떤 사람들은 그녀의 의도를 의심하고
차갑게 대했지만 대부분은 없는 살림에도 음식을 나눠주고
잠자리를 내어주었으며 불어난 강물 앞에서 등을 내어주기도 한다.
여행 동안 고독하지만 또한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면서 할머니는
상처투성이였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조금씩 내면을
회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묵묵하게 길을 걷는 그녀의 배경으로 당시 미국의
생활상이라던가 그녀의 불행했던 과거가 스쳐 지나갔다.
50년대에 미국 사회에 불었던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
자동차 보급으로 인해 늘어난 교통사고
난폭해진 십 대 문화와 미국 해안과 내륙까지 강타한 허리케인 등
그 시대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책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누구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그런 희망. 관절이 아우성치는 늦은 나이에도
30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완주해낸 한 빛나는 노년의
여인이 있었다. 아무리 험하고 먼 길이라도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어느새 꿈에 도달해 있을 거라
격려하는 듯한 이 책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