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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근심
마리아나 레키 지음, 장혜경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2월
평점 :
일상의 슬픔과 불안을 문학의 언어로 정제해온
현대 독일 문학의 독보적인 이야기꾼
작가 마리아나 레키의 서른아홉 편의 짧은 이야기
우리는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불안, 슬픔
그리고 근심에 시달리곤 한다. 그런 것들이 삶을
좀먹는 동안 어떻게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듯한 보통 사람들... 하지만 같은 근심이라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한층
가벼워질 수도 있는 법이라고 저자 마리아나 레키가 말한다.
이 책에는 총 서른아홉 편의 단편이 실렸는데
일상을 통해서 저자가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인
이웃 사촌들, 가까운 친구들 그리고 친척들의 이야기가
아주 소탈하게 그리고 가끔은 유머러스하게 전달된다.
비제 여사나 이웃 사촌 폴씨는 매우 자주 등장해서
그들의 이야기는 반갑게 다가오기도 한다.
제목 <온갖 근심>만 보면 뭔가 너무 진지하고
무겁고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았는데
막상 책장을 열어보니 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사실 심리학 잡지에 연재되었던 문학 칼럼을 엮은
책이라서 그런지 누군가의 두려움, 걱정, 불안, 상실
그리고 내면의 상처 등 묵직한 주제가 다루어지긴 한다.
실제로 각 단편 속 인물들은 평범하지만 조금씩
고장이 나 있는 상태다. 까닭 없이 손이 떨리는 증세로
20년째 살아온 친구, 실연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16세 여조카
나이가 들어 이제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에 분노하는
친한 이모 등의 이야기는 결코 가벼운 주제로는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상황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과 태도가
굉장히 신선하고 유쾌하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인간적이고
따뜻한 유머가 이야기의 분위기를 내내 장악한다.
말하자면 사람을 너무도 잘 다루는 ( 좋은 의미에서 )
유머감각이 뛰어난 한 심리 상담가가 자신의 환자들의
이야기를 독특하게 풀어내는 책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서 죽음이나 질병 혹은 공포증과 같은
묵직한 주제들은 인생의 무게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어떤 문제는 영영 해결될 수도 없고 슬픔도 완전히
가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내 울고만
있을 순 없다고 말하는 듯한 저자 마리아나 레키.
차라리 화를 내며 큰소리 지른 후 툭툭 털어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는 듯 하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의 큰 매력이 바로
작가 특유의 따뜻한 유머이다. 오래 사귄 친구처럼
혹은 막내 이모나 삼촌처럼 독자들에게 다가서는 작가 마리아나 레키
그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득 발견한 장면들을 다루며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를 마음껏 발산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과 유쾌한 유머로 이야기하며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하는 작가 마리아나 레키.
그녀의 책 <온갖 근심>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