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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람들
이유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2월
평점 :
“여긴 땅보다 높잖아.
더 빨리 천국에 도착할 수 있어.”
생존권을 위협당할 정도로 가난해 본 사람이라면
‘죽음도 두렵지 않은 절망’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란 존재 자체에 대한 수치심’도.
결핍은 사람들을 쪼그라들게 만든다. 이 넓은 땅에
나를 위한 장소 하나 없다는 것을 아는 “구름 사람들”이 그러하다.
주인공 오하늘은 지상으로부터 1.5킬로미터 떨어진 분홍빛 구름 위에서 살고 있다.
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올 듯한 환상적인 설정이지만
사실은 비참하고 절망적이다. 쓰레기가 모여서 만들어진
유독성 구름 위에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도르래와 발판을
이용해서 땅과 구름을 오가야한다는 사실도 불안 그 자체이다.
가난이 소재가 되는 서사에서 늘 그러하듯, 오하늘과 가족들은 모두
쫓기듯 살아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알바에 뛰어든 하늘과
남의 집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엄마와 공사판에서 시멘트를 나르는 아빠
그리고 아픈 할아버지와 아직 어린 일곱살 남동생까지...
그러던 어느날 오하늘과 가족에게 벼락치듯 불행이 찾아온다.
이혼 위기에 놓인 한 남자의 아기를 돌봐주는 조건으로
입주 도우미로 일하던 엄마와 연락이 끊어지고
시에서는 인공 강우제를 뿌려서 사람들의 생존 터전인
구름을 없앨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아버지는
사람들을 모아 시위를 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데...
삶이 생존을 위한 투쟁에 가까워지게 되면 인간은 2가지
선택 앞에 놓이게 된다. 맞서 싸우거나 아니면 도망가거나.
이 책을 읽다보면 온 몸에 가난과 불행함을 덕지덕지 붙인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오하늘이 끊임없이 마음 속 유혹과 싸우는 것을 보게 된다.
‘그냥 도망가버릴까?’
언제 내 터전이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리는
소소한 기쁨들은 오하늘에게는 상당한 사치로 다가온다.
남자친구가 주는 꽃다발의 꽃잎들을 하나하나
뜯어서 버리고 후련함을 느낀다거나 조금씩 모은 돈으로 네일숍을 다녀온 후
상당한 죄책감을 느끼는 오하늘..
소설을 읽는 동안 영화 <기생충>도 떠오르고 철거를
앞둔 가난한 동네의 살풍경한 모습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어도 우리는 어쩔 수 없는 격차를 느끼며
살게 된다. 사람들은 다른 이의 생존권 보다는 나의 안락함이
더 중요하다. 구름이 가리고 있는 햇빛 때문에 아우성치는
땅 사람들은 구름 사람들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못한다.
슬픔보다는 체념 그리고 체념보다는 절망...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다.
구름 사람들의 분노와 다툼 그리고 폭력이 나쁘게 느껴지기
보다는 극한에 몰린 사람들의 당연한 반응처럼 다가왔다.
결국 구름은 철거가 되고 구름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진다. 누군가가 구름 위에 있었다는 흔적은 모조리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불행과 불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주인공 오하늘의 삶
우리 삶에 결론이란 것은 없지만, 다만 오하늘이
이제는 편안하게 살아가기만을 바랄 뿐.
과연 오하늘은 이제 행복할까?
“모든 것이 꿈속처럼 천천히 느릿느릿 떨어져내리겠지.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들의 집과 거지같은 세간살이들이.
내가 숨겨놓은 쓰레기장의 인형들이. 그 낙하의 순간은 짜릿할까.
지면과 졍면으로 맞닥뜨리는 순간의 기분은 어떨까. ”
- 81쪽 -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