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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6년 1월
평점 :
"부조리한 세상,
내가 숨 쉴 곳은 어디일까...”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는 거품처럼
소설 《거품》은 인생의 유한함과 허무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내면 회복을 담아낸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억눌리고 통제된 삶을 견디다 못해 도망치듯 빠져나온 한 소년의 시간.
그 조용한 내면의 성장을 따라 《거품》 속으로 들어가 본다.
억압과 통제가 앞서는 남고 생활에 두 손 두 발을 들어버린 가오루는
결국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여름방학 동안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작은 할아버지 가네사다의 집에 머문다. 그곳에서 그는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재즈카페에서 심부름을 하며 조금씩 숨을 고른다.
겉으로는 한량처럼 보이지만 사람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아는 가네사다,
말수는 적지만 깊은 눈동자를 지닌 직원 오카다.
그들과 함께 지내며 가오루는 비로소 깨닫는다.
무엇도 강요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공간이 얼마나 사람을 살게 하는지를.
<거품> 은 매우 조용한 소설이다.
적막한 도서관에서 가끔 들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처럼.
색으로 치자면 흰색에 가깝다.
감정은 절제되어 있고 문장은 담백하다.
누군가의 죽음조차 슬픔 대신 묘한 홀가분함으로 다가온다.
딱딱하고 거친 틀로 사람을 가두려는 세상은
공기 같은 사람들에게는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가네시다, 오카다, 그리고 가오루처럼
섬세해서 쉽게 상처 입는 사람들에게는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말랑한 거품 같은 공간이
반드시 필요할지도 모른다.
“기댈 곳 없는 세상에서
언제 터질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채
거품처럼 부유하는 열여덟 살 소년의
눈부신 미완의 계절.”
어른도 방황한다. 하물며 섬세한 내면을 지닌 청소년이
성장통을 겪으며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부유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부모와 학교, 제도라는 이름의 무게에 눌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몸속에서 거품만을 만들어내던 가오루는
이제 마음껏 숨 쉴 수 있게 되었을까?
“사람의 몸은 싱거울 만큼 쉽게 부서진다.
(...) 삶에는 늘 덧없음이 수반된다.”
가네사다도, 가오루도,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사라져가는 거품인지 모른다.
사라지기 전 잠시 빛을 내는 거품처럼
유한하지만 반짝이는 순간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소설 <거품>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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