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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넥 - 변호사의 나라 미국과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은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는가
댄 왕 지음, 우진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2월
평점 :
“실리콘밸리가 앱을 기획할 때, 선전은 도시를 건설했다!”
나는 설득력이 있는 책을 좋아한다. 어떤 원인이 이런 결과를 낳았는지 구조적으로 설명해 주는 책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꽤 흥미롭다. 중국이 어떻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기술적 성장을 이뤄냈는지, 반대로 강대국 미국의 기반 시설이 왜 기대만큼 발전하지 못했는지를 비교를 통해 짚어낸다.
이 책은 미국을 “변호사의 나라”, 중국을 “공학자의 나라”로 대비한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같은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그 나라를 실제로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말과 절차, 규제와 소송이 지배하는 나라 미국. 설계와 생산, 실행이 중심이 되는 나라 중국. 이 프레임은 단순하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과거의 미국은 혁신과 산업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의 부작용 이후 권력의 중심에 법률가들이 자리 잡으면서, “실행”보다 “절차의 정당성”을 우선하는 문화가 강화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제조업은 해외로 이전했고, 현장에서 축적되던 기술 역량은 점차 약화되었다. 법적으로는 정교해졌지만 물리적 역동성은 둔화된 나라, 한쪽 날개가 꺾인 독수리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저자가 말하는 듯 했다.
반면 중국은 정치 전면에 공학자들을 배치하며 속도를 택했다. 법적 논쟁보다는 실행을 앞세운 정책 아래 고속철도와 데이터센터가 숨 가쁘게 건설되었고, 선전은 실리콘밸리에 비견되는 기술 도시로 성장했다. 저자 댄 왕이 현장에서 목격한 중국의 압도적 실행력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대량생산과 현장 경험 속에서 축적된 절차적 지식이 중국을 단기간에 기술 강국으로 끌어올렸다는 설명 역시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제목 ‘Breakneck(위험할 정도로 빠른)’이 암시하듯, 이 책은 중국식 속도의 부작용도 함께 보여준다. 한 자녀 정책이나 코로나 정책은 목표 달성과 통계 관리에 집착한 나머지 개인의 삶이 얼마나 쉽게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절차적 정당성이 생략된 채 실행만 남았을 때, 사회는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안전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국에 대한 서술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서 미국과의 균형 잡힌 1 대 1 비교를 기대한 나에게는 다소 단점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중국 사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로 다가온다. 혹시 우리는 이 두 나라의 실수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규제와 절차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은 아닐까? 혹은 무작정 속도만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나아갈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할 필요성을 던져주는 책 <브레이크넥>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