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김미조 지음 / 수미랑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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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하루뿐이라면

당신은 누구에게, 어떻게 '나'를 남길 것인가

1인 가족이 늘어남에 따라 혼자 조용히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혹은 가족이 있어도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홀로 남게 되는 일은 흔하다. 예전처럼 이웃의 왕래가 잦은 시절에는 누군가가 연락이 없거나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 신호였으나, 지금은 며칠, 몇 주가 지나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죽음이 가능해진 시대가 되었다. 소설 <하루>는 그 오랫동안 발견되지 못한 죽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 <하루>의 주인공은 어느 날 느닷없이 저승에서 미처리 시신을 수습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적요라고 불리는 공간은 죽은 이의 영혼을 책에 담아두는 책방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 저승과 비슷한 공간이다. 제대로 수습되지 못한 죽은 이의 영혼은 고스란히 한 권의 책이 되어 서가에 꽂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투덜거리는 영혼들이 있었고 적요는 오랜 고민 끝에 투덜거리는 자들을 위해서 세상에 잠깐 다녀올 수 있는 “리턴 서비스”를 시행하게 되는데...

첫 번째 대상은 코드명 허 08. 살아생전 “시스템이 부를 결정한다”라는 책을 종교처럼 신봉했던 그는 성공을 배우기 위해 저자를 쫓아다녔으나 사실 그 책을 쓴 사람은 따로 있다는 사실... 옥탑방에서 홀로 외롭게 죽은 자신의 시신을 수습해 줄 사람을 찾기 위해 허 08은 동분서주하게 되는데.... 두 번째 미처리 시신의 주인인 노 17은 곧 철거당할 달동네에서 병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었다. 그런데 영혼의 상태로 친구였던 장을 찾아갔던 노 17은 장이 아직 집안에 누워있는데도 철거반이 그의 집을 철거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되는데....

이 소설은 설정이 기발하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슬픈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 대단히 안타깝기도 했다. 사람들과 어울려서 제대로 살아보기도 전에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제발 자신의 시신이 발견되는 바라는 마음으로 영혼의 상태로 세상을 휘저어보지만 결론은 죽어서도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것. 그런데 이 책은 약간의 추리 혹은 미스터리 형식을 띄고 있다. 주인공 “나”가 미처리 시신들의 영혼을 도울 수 있는 이유도 그도 죽은 상태로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 그와 친했던 책방 주인이자 그에게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를 넘겼던 김 사장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들의 사연은 아마 독자들에게 깜짝 반전으로 다가갈지도 모르겠다.

소설 <하루>은 각자도생의 시대, 1인 가족의 시대라는 현실을 잘 반영하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는 참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왜 이들이 이렇게 죽어야 했고, 왜 그들의 시신은 빨리 발견되지 못했던 것인가? 한쪽에서는 부와 번영을 축하하는 샴페인을 터트리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렇게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이들의 사연은 잔혹하게 느껴질 정도로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욱더 안타깝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가장 해결되지 않은 사연을 가진 죽음은 어쩌면 주인공 “나” 혹은 이 모든 일을 수행하는 저승사자 본인이라는 사실. 과연 그의 죽음에 담긴 소름끼치는 비밀은 무엇일까? 사후 세계가 궁금하고 저승에 도달한 영혼이 겪게 될 모든 일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을 보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 <하루>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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