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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은 있는가요 - 정아은 추모소설집 ㅣ marmmo fiction
장강명 외 지음 / 마름모 / 2025년 12월
평점 :
정아은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 평소에 잘 몰랐지만
그녀가 중요한 인물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재작년에 언뜻 지면에서 봤던 것 같다.
책 출간을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어진
작가의 부고 소식... 한낱 독자에 불과한 내가
이렇게 놀라고 황망했는데 동고동락을 함께 한
동료 작가들의 슬픔은 얼마나 컸을까?
쉽사리 떠나보낼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연시와 같은 9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작품 <엔딩은 있는가요>
다시는 볼 수 없는 단 한 사람에게 바치는 꽃 아홉 송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억누른 슬픔을 달래고 홀가분하게
그를 떠나보내기 위해 작가들이 택한 절실한 방법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정아은 작가를 생각하며 쓴 각 단편소설에는 각자만의
개성이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뒤에 작가의 말이 이어지는데
솔직히 소설도 좋지만 나는 이 에세이 부분에 더 푹 빠졌었다.
작가로서의 개성보다는 정아은이라는 한 사람을 좋아했던
인간적인 면모가 더 드러나기 때문인 듯. 어느 하나도
빼놓을 수 없이, 9편 모두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들을 추려내자면 우선
차무진 작가의 <그 봄의 조문>인데, 아.. 정말 읽다가
눈물샘 폭발했다. 아폴론 저축은행이라는 단편집 속 작품
<그 봄>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한데, 이런 식으로..
독자를 울릴 일인가? 현실과 비현실이 아름답게 교차하며
이야기 속에서 영원히 정아은 작가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
김현진 작가의 <오만과 판권>도 아주 유쾌하고 개성 있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방식이 반드시 슬프기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듯한 아주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작품.
이 작품은 제인 오스틴 작가의 <오만과 편견>을 바탕으로
가족 중심 경영의 영세 출판사 사장과 그의 딸들이자 직원들을
등장인물로 두고 다시 쓴 단편인데, 생전에 정아은 작가가
<오만과 편견>을 가장 사랑했다고 하니 그를 추억하는 글로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듯.
이외에도 장강명 작가의 <신탁의 마이크>에서는
평소에 한국 사회의 비틀린 면모와 모순을 날카롭게 짚어냈던
장강명 작가의 개성이 확실히 드러나면서 평소 작품 속에서
한국 사회 속 현실적 모순을 다루었던 정아은 작가와 궤를 같이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정명섭 작가의 <돌을 던지다>도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 시대의 어둠이 그야말로
추억처럼 다가오는 작품이다.
각자의 방법으로 각자의 개성을 살려서 쓴 9편의 단편과
에세이가 모여서 만들어진 단편집 <엔딩은 있는가요>
한 번도 작가님을 가까이 뵌 적도 없고 작품들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못했지만 이 작품들 만으로도 생전에 그가
얼마나 다정한 사람인지, 한국 사회에 얼마나 관심이 많고
얼마나 치열하게 그의 글에 드러내려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재미도 있지만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정아은 작가의
흔적을 찾아내는 작업이 더 재미있었던 듯. 이 책을 기점으로
앞으로도 정아은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다니며 읽어볼 생각이다.
작가를 원래 잘 알고 좋아했던 사람들뿐 아니라
그의 작품 세계와 그 사람 자체에 대해 궁금함을
가진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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