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참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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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원한을 풀어주는 요괴 고양이,

목숨을 걸고 도둑 소탕에 도전하는 갓파,

참회를 울부짖는 야만바,

미야베 미유키가 재해석한 완전히 새로운 요괴 이야기

인간과 밀접하게 소통하여 그들을 도와주는 요괴들의 이야기 <고양이의 참배> 우리나라의 민속 설화나 구전 설화의 느낌이 많이 나는데 여기에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덧입혀져서 상당히 드라마틱 하고 흥미진진했다. 예로부터 영물이라 불리던 고양이가 신이 된다는 포인트부터 좋았던 요괴 고양이 이야기 <고양이의 참배>부터 생과 사를 넘나들며 도적질을 하는 잔인한 무리를 소탕하는 갓파 이야기 <멋쟁이 등딱지> 그리고 백 자루의 칼이 닳을 때까지 요리를 한다는 <백 자루 부엌칼>이야기까지 감동적일 뿐 아니라 신비롭기까지 한 이야기들이었다.

주머니 가게의 둘째 아들 도미지로는 빨리 화가 수업을 받고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지만 그에게는 의무가 있다. 흑백의 방에서 이야기꾼이 전하는 괴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즉 청자의 일을 완수해야 한다.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야기를 그림 한 폭으로 마무리하는 일까지 맡게 되었으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저 듣는 일이 왜 부담일까? 싶겠지만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게 일본에서는 청자의 의무를 꽤 격식 있게 다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 <고양이의 참배> 주인공 오분은 시댁에서 모진 학대를 받고 아이까지 유산한다. 몹시 괴로웠던 오분은 어느 날 고양이들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되고, 자신과 친했던 고양이들이 신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한 강아지풀 속에 있는 고양이 신 궁으로 가게 된 오분은 신이 된 고양이 섬동에게 특별한 부탁을 하게 되는데... ( 내가 집사라 그런지 아주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이야기. 여성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긴 하나... 우리는 원한을 품는 순간 돌아올 카르마를 떠올려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단편 )

"고양이 신이란 울부짖는 존재. 업을 떠맡고, 떠맡은 업의 수만큼 울부짖는 존재." - 161쪽

두 번째 이야기 <멋쟁이 등딱지> 긴마키 출신의 이야기꾼 쓰메키치는 지금은 돌아가신 큰 나리가 어렸을 적에 긴마키에서 발생했던 비극과 이후 일어난 기묘한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기묘한 사건의 주인공 미기와가 살았던 아라무라 마을의 참사가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터주신 "산페이타"의 등장으로까지 이야기는 이어지는데... ( 우리나라에도 한마을을 지켜주는 장승신과 서낭당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뭔가 이 지점에서 통하는 느낌적인 느낌... )

"늬들 사람은, 잘 씐다. 좋은 것에도. 나쁜 것에도." - 315쪽 -

세 번째 이야기 <백 자루 부엌칼> 살고 있던 저택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마쓰에와 하쓰요 모녀는 불을 피해 도망가던 중, 길을 잃고 헤매다가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산개 야마모모가 지키는 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침 요리사가 필요했던 관에서 모녀는 백 자루의 칼이 다 닳을 때까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야 나갈 수 있는 운명이 되는데... ( 사람을 해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자애롭기도 한 산신 야만바의 양면성을 알아보는 어린 무녀 하쓰요가 인상적이었던 작품.. )

"당신의 아이도, 이름이 하쓰요군요." - 747쪽 -

이번 작품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는 아마도 "요괴와 여성 혹은 소녀"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괴 이야기지만 저변에 깔려있는 주제는 "에도 시대에 고통받던 여성들의 한과 복수"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지금에 비해서 여성들은 참으로 야만적인 시대를 겪어야만 했다. 며느리를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시댁이나 시집가지 않은 여성을 함부로 대했던 문화 그리고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남성의 권력과 부에 의지해야 했기에 남성의 곁자리를 두고 벌였던 여성들의 암투까지... 이 책 <고양이의 참배>는 상당히 흥미진진한 묘기를 부리는 여러 요괴들의 활약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러한 한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몰래 들려주며 한풀이를 하는 듯 하다. 그리고 뭔가 악마와의 거래 (?)를 한 듯한 도미지로의 앞으로의 활약도 상당히 기대되는 에도 시리즈 <고양이의 참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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